방송국이라며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왔다.

"혹시 길고양이 아직도 데려와 키우세요? 몇 마리나 키우세요?
요즘도 길고양이를 취미로 키우시나 해서요. 그런 분을 섭외하는 중인데..."

함께 사는 고양이 한 마리로도 충분히 벅차다고, 그리고 길고양이를 '취미 삼아' 키우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하지만 길고양이를 데려다 돌보고 입양하는 분들을 소개해 드릴 수는 있다고 말했더니, 원하는 그림이 그려질 것 같지 않았는지 알았다며 끊는다.

무슨 의도에서 '길고양이 키우는 취미'가 있는 사람을 찾는지 모르지만, 그 '취미'란 말이 상당히 거슬렸다. 길고양이 데려다 키우는 일을 취미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그 일을 취미라고 말할 수 있기는 한 것일까? 전화를 걸어온 분이 단지 어휘 선택을 부적절하게 한 것일 뿐이라고 믿고 싶지만, 자꾸만 <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프로그램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호들갑스럽게 놀라는 시늉을 하는 진행자의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서울 아무개동에, 길고양이를 취미 삼아 키우는 분이 계신다고 합니다.
그것 참 특이한 취미인데요, 도대체 어떤 사연인지 한번 만나볼까요?"

진행자 멘트가 끝나자마자 이어지는, 방송국 입맛에 맡게 편집된 화면-이를테면 길고양이 수십 마리가 집 곳곳을 점령한 풍경, 코미디 프로그램에나 나올법한 익살스런 음악과 자막...사람 하나 순식간에 바보로 만들기 쉬운 작위적인 편집.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내 생각이 그저 비약이기를, 전화를 끊고 또 다른 섭외 대상자를 찾아나섰을 그 분이, 정말 진지하게 '길고양이 키우는 취미를 가진 별난 인간'을 찾는 게 아니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류의 방송이라면,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우는 사람들을 단순히 가십거리로 다룰 뿐이다.

차라리 도심 길고양이의 현실을 보여준다거나, 요즘 한참 논의 중인 길고양이 TNR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려는 취지였다면, 그런 일을 하는 분들을 흔쾌히 소개해주려 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