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소중한 건 ‘대체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내게는 길고양이 사진이 그랬다. 비슷한 골목, 닮은 고양이를 찍을 수는 있겠지만, 길고양이를 찍으러 다녔던 그때 그 순간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시간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처럼, 길고양이 역시 그곳에 머물러 있지 않다.
사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대학에 다닐 무렵 니콘(FM2)을 장만한 것도, 포트폴리오용 슬라이드 사진을 찍으려면 수동카메라가 필요해서였을 뿐이다. 한데 2001년 2월, 밥벌이와는 도무지 상관없는 전공으로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니, 학원 강사 아니면 아르바이트밖에 할 일이 없었다. 취직이 안 되는 것보다, 내가 소중히 여겼던 일이 정작 세상에서는 쓸모 없는 짓으로 치부되는 게 괴로웠다. 나는 마음이 휑해지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잡념을 지워 버리는데, 그때 선택한 방법은 후자였던 모양이다. 카메라를 들고 아무 계획도 없이 거리를 어슬렁거리면서 온갖 잡동사니를 찍어댔다. 그러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누군가 쓰던 캐비닛이 아무렇게나 뒹구는 곳, 철거 직전의 빈집 같은 냄새를 풍기는 길 한가운데, 버려진 물건처럼 무심한 얼굴의 길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그 무심함이 어쩐지 마음을 끌었다. 찰칵. 2001년 4월 어느 봄날, 125분의 1초만큼 빛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이 팍팍해질 때면, 6년 전에 찍었던 길고양이 사진을 다시 들여다본다. 흑백사진 속에 정물처럼 반듯하게 고양이들이 앉아 있다. 그제야 내가 왜 길고양이를 찍었는지 알 것 같았다. 길고양이가 나를 빤히 바라볼 때, 그의 눈동자에는 내 모습이 담긴다. 찰칵! 나는 그 눈에 담긴 시간을 찍는다. 찰칵! 결국 내가 찍은 건 길고양이가 아니라, 하릴없이 거리를 방황하던 내 모습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연말을 맞이해, 고양이에게 애틋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기묘(己猫)한 이야기>란 전시를 준비했다. 제목처럼 나와 고양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림과 사진을 전시할 예정이다. 고양이를 그리는 사람, 집고양이를 찍는 사람, 나처럼 길고양이를 따라다니며 스토커 노릇을 하는 사람 등이 참여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12월15~19일 사이 상수역 근처 ‘갤러리 소굴’(www.sogool.net)에 한번쯤 들러보시길. 귀여운 고양이들이 벽에 오골오골 몰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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