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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일본

나 억울해! 검은 길고양이의 항변

by 야옹서가 2008. 8. 27.

나는 사람들이 재수없다고 구박하는 까만 고양이.

인상이 어둡다고, 마녀의 고양이 같다고,

심지어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 <검은 고양이>까지 들먹이며

나를 불길하다고 해.

눈처럼 하얀 털옷을 입은 내 친구가 빛의 고양이라면,

나는 어둠의 고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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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친구와 함께 있을 때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해.
 
"아, 저 예쁜 흰고양이 좀 봐. 어쩜 길고양이인데도 저렇게 단정하고 깔끔할까?"

"근데 저 까만 애는 뭐래...무섭게 째려보는 것 좀 봐."

사실 내 눈매나 친구 눈매나 비슷한데, 나는 왜 만날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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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도 열심히 털 고르기를 한다고. 흰 옷에 먼지 묻으면 티도 안 나지만,

까만 옷은 얼마나 간수하기 힘든 줄 알아?

비듬 하나 떨어져도 지저분한 놈 소리나 듣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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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혀빠지게 닦아도 별로 티는 안 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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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꼼꼼히 뜯어보면 제법 미끈한 훈남인데...사람들이 몰라주는 게 좀 서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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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세계에는 "검은 고양이나, 흰고양이나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도 있더군.
 
하지만 그런 말도, 검은 고양이보다 흰고양이가 더 좋다는 생각에서 나온 거 아니겠어?

어둡다고, 재수없다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사는 게 그리 팍팍하지는 않아.

나의 어두움도 좋아해주는 친구가 있으니까.

털빛이 검으면 뭐 어떠냐고, 진심으로 말해주는 친구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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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에 대한 고정관념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해.

개인 취향도 있을 거구.

그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나도 '까만 길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어서, 원해서 이렇게 태어난 건 아니거든.  

무엇보다도,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에게 욕하고 돌이나 던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먹을것을 찾으러 골목을 헤매는 내 발걸음에도 좀 힘이 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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