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2005. 6. 22] 승려가 가장 존경받는 계층이라는 티베트는 거리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그 실체가 모호하기만 한 나라다. 1997년 개봉한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이나, 세계 풍물기행 TV 프로그램과 같이 간접적인 경로로 접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티베트 사람들의 생활과 불교 문화를 고루 접할 수 있는 티베트박물관(www.tibetmuseum.co.kr)의 존재가 한층 반가운 이유는 그래서일 것이다. ‘도심 속의 작은 티베트’로 불리는 티베트박물관을 찾아가 본다.

성스러운 청록색으로 단장하고 전통 문양으로 장식한 티베트박물관 입구(사진 왼쪽).

19세기에 제작된 입체 만다라. 각종 유리구슬과 옥돌, 곡물 씨앗 등을 탑처럼 쌓아 만들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동심원이 중첩되는 만다라의 형상과 비슷하다(사진 오른쪽).

티베트박물관은 박물관 컨설턴트로 활동중인 신영수(51) 박물관장이 2001년 12월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개관했다. 불교 미술, 생활용품, 전통 복식, 악기 등을 비롯한 1,200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중 300여 점 정도가 상설 전시 중이다. 박물관이라면 권위적이고 딱딱한 건물을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티베트박물관은 그 외관부터 범상치 않다. 성스러운 색으로 불리는 청록색으로 전면을 단장하고, 탱화에 흔히 등장하는 부처의 눈이 마치 살아있는 듯 입구 한가운데 지키고 있다. 부처의 이마에 해당하는 부분은 해와 달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장식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밀교 불상인 마하칼라 합환상이 맞이한다. 남녀가 서로 앉은 자세나 선 자세로 교합하는 모습을 그린 이 불상들은, 음란하기보다 음과 양으로 상징되는 세계의 합일을 뜻하는 것으로 티베트 불교의 단면을 보여준다.

불상, 만다라 등 불교 유물을 전시한 티베트 박물관 1층.

만다라에서 남녀 합환상까지-티베트 불교 미술
가정주택을 개조한 아담한 크기의 티베트박물관은 1, 2층을 모두 합해 60여 평 정도지만, 좁은 공간을 적절히 활용한 아기자기하고 효율적인 공간 배치를 보여준다. 1층에는 주로 티베트 불상과 만다라, 마니차, 휴대용 경전 등 불교 관련 유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2층에는 티베트 전통 복식 및 의식용 법의, 악기, 가면 등이 자리했다. 1층에 전시된 다채로운 형상의 불상 앞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손으로 만지며 읽는 경전 '마니차'. 원통 모양의 마니차를 시계 방향으로 한 번 돌리면서 진언을 외우면, 두툼한 경전을 한 번 완독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마니차 돌리는 일로 경전 읽기를 대신하는 것은 티베트의 높은 문맹률 때문인데, 원통 속에는 실제로 경전이 들어있다.


상아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골로 만든 염주다. 티베트에서는 열반한 라마승의 인골에
영험한 힘이 있다고 믿어 불교 용구의 재료로 즐겨 사용했다.

티베트 불교 유물 중에서도 열반한 라마승의 두개골로 만든 그릇과 가면, 인골 염주 등은 흔히 볼 수 없는 것이어서 이채롭다. 사람의 뼈로 만든 물건이기에 두려움을 느낄 법도 하지만, 티베트 사람들은 그 속에 깃든 영험함을 굳게 믿고 매일 어루만진다.

고산지대 특유의 화려한 민속 의상
2층에서는 티베트 민속 의상과 생활 유물이 눈을 사로잡는다. 면직물과 모직물, 야크 털 등 천연 소재로 만든 소박한 민속 의상은 고산지대 특유의 화려한 색채와 문양으로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남녀 불문하고 즐겨 쓰는 모자와 구슬 장식 등도 눈길을 끌지만, 특히 조개와 구슬, 색실을 엮어 화려하게 장식한 각종 장신구는 여성 관람객의 눈길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남성들이 허리춤에 찬 칼집에도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어 생활 공예에 능한 티베트인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전시된 민속 의상 중에서 빠지지 않는 유물이 바로 상자처럼 생긴 휴대용 불상 가우다. 이는 불교가 생활화된 티베트 사람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우를 항상 목에 걸고 다니면 늘 부처님과 함께 하면서 그 가호를 받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믿는다. 불교를 생활화해온 티베트인들의 신앙심이 얼마나 깊은 지 짐작할 수 있다. 이밖에 전통 악기와 탈놀이 의상 등도 볼 수 있어, 아시아 지역 민속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전통 차 마시며 ‘옴마니반메훔’
박물관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아픈 다리도 쉴 겸 1층에 마련된 티 테이블에 앉아 티베트 음악에 귀를 기울여 보자. 산스크리트어로 ‘관세음보살의 보배스런 호칭’을 뜻하는 ‘옴마니반메훔’이 잔잔하게 들려온다. 티베트에서는 옴마니반메훔을 상시로 외우면 육도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어 이 문구를 즐겨 외운다고 한다. 

모든 관람객에게 전통 차를 제공하므로, 차 한 잔 마시는 값에 티베트 관련 유물까지 관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다소 입장료가 다소 비싸다는 생각은 가신다. 안내 데스크에 문의하면 티베트의 문화적 배경과 전시된 유물에 대한 설명을 꼼꼼하게 들을 수 있다.

* 관람시간-오전 10시~오후 7시(연중 무휴)
* 관람요금-성인 5,000원, 학생 3,000원
* 비고사항-모든 관람객에게 전통 차 제공
* 문의전화-02-735-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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