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2005. 7. 21] 사진 좋아하는 사람 치고 이른바 ‘장비병’의 유혹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대개 처음 사진을 배우면서는 카메라 바디와 표준렌즈 또는 보급형 줌렌즈 정도로 소박하게 시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점차 망원렌즈나 광각렌즈, 기타 액세서리를 하나 둘 갖추면서 사진 찍는 맛 못지 않은 ‘장비 갖추는 맛’을 알게 된다. 카메라의 사양이 최근 추세에 뒤떨어진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중고 장터에 내다팔고 업그레이드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카메라박물관(www.kcpm.or.kr)을 설립한 김종세(54) 관장은 달랐다. 한번 손에 들어온 카메라는 절대 되팔지 못하는 열혈 카메라 애호가로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박물관까지 차리게 됐다. 1979년 안동 사진동호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카메라 수집을 시작한 김 관장은 해외여행을 가서도 꼭 그 나라에서 만든 카메라를 구해와야 직성이 풀릴 만큼 세계 각국의 카메라에 매료됐다. 

 

7년 전 박물관을 세울 결심을 한 뒤에는 영국 크리스티 경매, 오스트리아 빈의 카메라 경매 등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그렇게 모은 카메라 3,000여 대와 렌즈 5,000여 점, 관련 액세서리 및 원판 필름 등 총 1만5,000여 점의 자료를 밑천 삼아 2004년 6월 서울 신림본동에 한국카메라박물관이 개관됐다.

통유리 진열장으로 4면 감상이 가능해
1910년경 영국에서 제작된 맘모스 카메라의 거대한 흑백사진이 걸려있는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카메라와 총을 결합시킨 듯 독특한 형태의 ‘콘탁스Ⅱ 라이플’ 카메라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1937년 독일 자이스 이콘사에서 제작된 이 카메라는 방아쇠를 당기면 셔터가 작동되는 구조로, 총 4대만 제작된 희귀품. 이밖에도 렌즈캡을 열고 닫는 것으로 노출을 조정했던 1850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다게레오 타입 카메라, 제1차 세계대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항공촬영용 카메라, 3D 입체 사진을 볼 수 있는 스테레오 뷰어, 유리 건판 사진 등 사진 관련 자료가 총집합되어 있다.

흔히 박물관에 가면 소장품의 앞면만 유리를 통해 감상할 수 있지만, 한국카메라박물관에서는 카메라의 앞면 뿐 아니라 뒷면과 바닥, 윗면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사방이 뚫린 통유리로 진열장을 만들어 관람 편의를 도왔다.

이러한 전시 방식은 조각품을 섬세하게 감상하듯 여러 각도에서 카메라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편리하다. 또한 카메라 내부구조를 궁금해 하는 관람객들을 위해, 일부 소장품은 분해한 채로 전시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한 디스플레이가 돋보인다.

전시된 수많은 소장품 중에서도 관람객들의 경탄을 자아내는 곳은 미니카메라를 모아 놓은 부스다. 김종세 관장이 근 2년 반만에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어렵게 구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스위스제 ‘콤파스’ 카메라를 필두로 수십 종의 미니카메라가 전시되어 있다. 콤파스 카메라는 1938년 경 제작된 초소형 카메라로, 카메라에서 시도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담뱃갑 3분의 2만한 크기의 바디에 축약해 놀라운 기술력의 정수를 보여준다.

초소형 미니카메라부터 한정생산 라이카 카메라까지
이밖에도 1905년 제작되어 각국 스파이들이 몰래 갖고 다녔다는 회중시계형 스파이 카메라, 1948년 독일에서 제작된 손목시계형 카메라,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했다는 라이터형 카메라, 라이카ⅢF와 니콘F 모델을 3분의 1 크기로 축소해 무게가 채 100g도 되지 않는 미니카메라 등 희귀한 미니카메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한편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촬영시 늘 갖고 다닌 것으로 유명한 라이카 카메라의 특별 부스도 눈길을 끈다.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색과 은색 바디의 라이카 카메라가 아닌, 금도금을 하고 가죽을 씌우거나 특별한 문양을 새기는 등 기념용으로 한정 제작된 라이카 카메라의 변신을 감상할 수 있다.

예컨대 1997년 7월 1일 홍콩의 중국 반환을 기념해 300대 한정 제작된 라이카 카메라는 상판에 홍콩 도심 풍경이 새겨져 있고, 갈색으로 염색한 도마뱀 가죽으로 바디를 장식했다. 또한 1995년 태국 국왕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700대 한정 제작된 ‘라이카M6 골드 타일랜드’는 상판에 붉은색으로 태국 궁전 모습과 문자를 조각해 이채롭다.

 

현재는 공간상의 제약 때문에 소장품 중 400여 점만 선별해 전시 중이지만, 아직도 선보이지 못한 소장품이 많은 까닭에 차차 기획전을 마련해 순환 전시할 계획이다. 2004년 6월에 린 개관기념전 ‘역사적인 카메라 특별전’과 2004년 10월에 열린 ‘라이카 카메라 특별전’을 비롯해, 오는 8월 14일까지 열리는 세 번째 기획전 ‘카메라 역사를 찾아서-13개국 50개사 특별전’은 세계 카메라 발전의 역사를 한눈에 정리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문화관광부 복권기금 지원을 받아 도록 《카메라 역사를 찾아서-독일 자이스 이콘(ZEISS IKON)》을 제작하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김종세 관장은 “광학기기에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라면 카메라박물관이란 주제에 친숙하게 접근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거에 제작된 카메라들을 보며 광학산업의 발달 과정을 눈여겨보면 좋겠다”고 설파했다.

인터넷이나 전문서적 속의 추상적인 자료로만 접할 수 있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카메라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카메라박물관은 사진과 카메라의 발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러 볼 만할 장소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물론 공공기관에서 설립한 박물관보다야 그 규모는 작을지언정, 카메라를 진정으로 아끼는 수집가의 열정이 곳곳에 배어있는 카메라박물관은 사진 애호가들에게 ‘작지만 큰 열정이 담긴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 관람요금 성인 4,000원, 만13~17세 3,000원, 만12세 이하 2,000원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토요일 4시, 동절기 5시까지),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 문의전화 02-874-8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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