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기사 | 칼럼/박물관 기행

김치박물관

by 야옹서가 2005. 11. 7.
[주간한국/ 2005. 11. 7] 중국산 ‘기생충 알’ 김치로 인해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집에서 직접 만든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먹는 김치의 간편함에 익숙해진 젊은 층, 패스트푸드 위주의 음식 맛에 길들여진 어린이들에게 직접 만들어 먹는 김치는 낯설기만 하다. 이런 이들이 함께 가보면 좋은 곳이 김치박물관(www.kimchimuseum.co.kr) 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지하 2층에 총 170평 규모로 자리잡은 김치박물관은 한국인의 발효음식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김치 관련 유물을 특화한 전시로 눈길을 끈다. 1986년 서울 중구 필동에 처음 설립되었고, 1988년 삼성동 한국종합무역센터 단지로 이전해 2000년 5월부터 현재 위치에 확장 개관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김치를 적정 온도에서 보관하기 위해 사용했던 각종 도구들이 입구에서부터 즐비하다. 오늘날로 친다면 김치냉장고라 부를 법할 이들 시설은 김치와 각종 장 종류를 저장했던 장독대를 비롯해 짚을 덮어 만든 움집 모양의 김치 광, 더운 여름철 우물가나 냇가 옆에 설치했던 석정(石井)과 이중 독 등이다.

특히 커다란 장독의 목 부분에 매인 금줄에 버선이 거꾸로 매달린 모습이 이채롭다. 이는 흔히 사람들이 발로 벌레를 죽이므로 벌레가 버선을 무서워할 것이라는 생각과, 장독을 타고 올라간 벌레가 버선코에 모여 장독 속으로 들어가지 못할 거라는 이유 등으로 만든 장치라고 한다.

‘시대별 김치 형태’ 코너에서는 선사 시대로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김치의 역사를 모형으로 보여준다. 선사 시대와 삼국 시대의 소금 절임 김치, 고려 시대부터 등장한 동치미와 파, 마늘 등의 향신료를 넣은 양념 김치, 조선 중기 이후 고추의 도입과 더불어 시작된 붉은 색 고추김치 등 다채로운 김치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린이 관람객 배려한 체험 전시 돋보여
박물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어린이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시설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향토 김치’코너에서는 한반도 지도와 지역별 김치 사진을 함께 배열하고, 버튼을 누르면 해당 지역에 불이 들어오면서 각 지역 김치를 찾아볼 수 있게 했다.
‘김치의 재료’ 코너에서는 관람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호기심 상자를 만들어 소금 생강 마늘 고추 등 김장 재료를 비치했다. 상자 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김장 재료의 모습을 구경하면서 냄새도 맡아볼 수 있다. 김치 담그는 과정에 익숙하지 못한 어린이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하나의 장면을 만든 것)로 재현된 시골 마당의 김장 풍경과, 닥종이 인형으로 만든 김장하는 모습도 볼만하다.

전시실이 거의 끝날 무렵에는 한복을 입은 중년 여성 마네킹이 깍두기를 한 점 젓가락에 꿰어 건네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허공에 쳐든 손의 자세가 어색하지만, 이 마네킹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독특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설치한 것이다. 아이들이 동그란 짚방석이 놓인 위치에 앉아 입을 벌리면, 마치 깍두기를 받아먹는 듯한 자세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동영상실에서는 김치 담는 법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를 위해 제작된 80여 종류의 김치 만들기 동영상을 컴퓨터로 볼 수 있다. 유산균의 효능, 김치의 영양소, 김치 발효 과정 등을 그림과 함께 설명한 패널은 아이들에게 김치의 장점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신기한 김치들 다 모였네
동영상실 옆에는 다양한 한국 김치를 비롯해 세계의 채소 절임 식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김치 보시기에 맛깔스럽게 담긴 각종 김치들은 그 종류가 다양해 김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꼼꼼하게 보고 넘어갈 만 하다. 고구마줄기 김치, 미삼 김치, 갈치 깍두기 등 평소 접해보기 힘든 김치를 모형으로나마 직접 만나는 경험은 흔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치와 관련된 자료를 실컷 눈으로 맛보고 나면, 매콤시큼한 김치 한 입이 아쉬워 침이 꿀떡 넘어갈 지경에 이른다. 이런 관람객들을 위해 김치 시식실이 마련되어 있다. 오전 10시, 오전 11시 반, 오후 1시 반, 오후 2시 반, 오후 3시 반이 각각 김치 시식 시간이다. 동영상실과 인접한 자료실에는 전통음식문화 관련 고서, 식생활 관련 서적, 김치 요리책, 김치 관련 논문 등이 비치되어 있다. 전통 음식 자료실은 안내 데스크에서 별도 이용 신청을 한 뒤에 사용 가능하다.

대량 생산되는 김치의 편리함에 밀려 20, 30대 주부들이 가정에서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찾기 힘든 세상이 됐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네 밥상에 늘 올라오는 김치의 매력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머니가 건네 주시던 막 버무린 배추김치 한 쪽에 입이 불룩해져 웃음 짓던 추억을 간직한 어른들은 물론이고 김치라면 코를 틀어막고 도망부터 치는 아이들도 김치의 숨은 매력을 새롭게 전해주는 김치박물관을 한번쯤 찾아봄 직하다.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일요일 오후 1시 개관), 월요일 정기휴관
* 관람요금 일반 3,000원, 초ㆍ중ㆍ고생 2,000원, 만4세~초교생 미만 1,000원
* 문의 02-6002-6456


'취재기사 | 칼럼 > 박물관 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립민속박물관  (0) 2005.11.13
안동 하회동 탈 박물관  (0) 2005.11.13
세계 장신구 박물관  (0) 2005.10.11
유럽자기박물관  (0) 2005.08.29
국악박물관  (0) 2005.08.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