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2005. 11. 21] 인간에게 사유재산의 개념이 생기면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자물쇠와 열쇠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사물이다. 자물쇠는 귀중한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기밀문서의 보안을 유지하는 실용적 목적뿐 아니라, 탐심과 물욕을 경계하고 복을 비는 문양을 새기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이와 같은 생활 유물은 실생활에 요긴하게 쓰일수록 하찮게 취급되어온 것이 현실이지만, 자물쇠와 열쇠에 담긴 내적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보듬어온 곳이 있다. 바로 쇳대박물관(www.lockmuseum.org)이다.

열쇠박물관, 자물쇠박물관도 아닌 쇳대박물관이란 이름은 열쇠를 일컫는 경상도 지방 사투리 ‘쇳대’에서 유래한 것이다.

어떤 한 분야를 특화해 모으는 수집가들이 흔히 그렇듯이, 설립자인 최홍규(48) 관장 역시 청년 시절부터 철물에 관심이 많았다.

1970년대 중반 우연히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철물점 ‘순평금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철물 특유의 매력에 빠진 최 관장은 1989년 아예 자신의 성을 따 논현동에 ‘최가철물점’이라는 가게를 세웠다. 쇳대박물관의 꿈이 싹튼 것도 이 무렵부터라 할 수 있다.

최 관장이 박물관 개관을 위해 십여 년이 넘도록 수집한 유물은 모두 3,000여 점에 달한다. 이 중 약 300여 점을 엄선해 2003년 11월 쇳대박물관을 개관했다.

다양한 자물쇠의 총출동

주요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는 4층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제1전시실은 쇳대박물관의 주 전시실로, 주로 조선 시대에 사용된 각종 자물쇠와 열쇠패, 빗장 등이 유형별로 분류되어 있다.

전시된 자물쇠의 유형을 보면 그 다양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흔히 발견되는 ᄃ자형 자물쇠와 물고기형 자물쇠뿐만 아니라, 원통형 자물쇠, 함박형 자물쇠, 용형 자물쇠, 거북형 자물쇠 등 이색 자물쇠들의 경연장이라 할만하다.

비밀자물쇠

각 유형 별로 40여 점씩 전시된 조선시대 자물쇠 이외에도, 고려시대 자물쇠 3점, 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되는 자물쇠 1점 등이 소장되어 있다.

자물쇠가 개인 소유물을 안전하게 지키는 도구였다면, 빗장은 좀 더 규모가 큰 대문이나 창고 등을 지키는 데 사용되었던 도구로 눈길을 끈다.

주로 거북 모양의 장식을 한 빗장이 많은데 그 수는 총 10여 점뿐이지만, 자물쇠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유물이어서 흥미롭다.

이밖에도 자물쇠와 더불어 언급되는 유물인 열쇠와 열쇠패 관련 유물이 30여 점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특히 조선 시대 신부의 혼수 품목으로 빼놓을 수 없었던 열쇠패는 엽전과 노리개, 금속 장신구 등이 어우러져 화려하다.

엽전의 개수가 많을수록, 노리개와 장식이 화려할수록 더 큰 가치를 지닌 열쇠패는 여성에게 일종의 재산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제2전시실은 자물쇠뿐 아니라, 그 자물쇠가 달린 조선시대 목가구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인장함, 영정함, 빗접, 궤,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 15점의 유물을 앙증맞은 자물쇠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전시실이라 부르기엔 다소 좁은, 양 옆이 통유리로 트인 복도 공간이지만, 선반을 마련해 유물을 층층이 전시함으로써 좁은 공간의 특성을 잘 활용했다.

재미있는 해외 이색 자물쇠도 함께 전시

쇳대 박물관의 대표적 소장품인 원통형, 함박형, ㄷ자형 자물쇠가 유형별로 전시되어 장관을 이룬다.

제3전시실에서는 세계 각국의 옛 자물쇠를 전시해 국내 사례와 비교 분석할 수 있게 했다. 이중 아시아권의 물상형 자물쇠 15점은 공작, 낙타, 소, 말, 사자 등 흥미로운 모양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끌며, 티베트 자물쇠의 모습은 한국과 그 유형이 비슷하나 좀 더 장식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아시아 문화권 내에서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중세 유럽 사회에서 사용된 거대한 자물쇠를 비롯해, 예술적인 조각품에 가까운 아프리카 자물쇠 등도 이채롭다.

주전시실이 위치한 4층 이외에 2층 소갤러리, 3층 대갤러리에서는 각종 기획전을 유치한다. 지금까지 ‘대장간’전, ‘세계의 자물쇠’전, ‘조선시대 문양’전, ‘열쇠패’전, ‘열.쇠.’전 등의 특별전이 개최된 바 있다.

여러 가지 여건상, 상설 전시 유물 외에 전시품목의 교체가 어려운 것이 사설박물관의 현실이다. 그러나 쇳대박물관에서는 기획전 개최를 통해 소장 유물의 순환 전시뿐 아니라, 현대 미술 분야에까지 수용 폭을 넓혀 대중과의 교감을 추구한다.

대학로에 위치한 쇳대박물관은 대로변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온 곳에 위치하고 있으나, 멀리서 보아도 독특한 외관 때문에 쉽게 눈에 띈다.

세월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녹이 슬어 주홍빛을 발하는 코르텐 강판으로 외부를 단장하고 내벽을 도회적인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현대적인 건물은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다.

세월의 흔적을 담은 녹슨 건물 외관은 자물쇠와 열쇠를 보관하기에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공간이 아닐까. 유흥 문화가 넘쳐 나는 대학로의 문화 지킴이로 기능할 쇳대박물관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 관람요금 일반 5,000원, 청소년 3,000원, 6세 이상 2,000원

* 문의전화 (02) 766-6494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취재기사/칼럼 > 박물관 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봉책박물관  (1) 2005.12.13
인사동 목인박물관  (0) 2005.11.29
쇳대박물관  (1) 2005.11.21
국립민속박물관  (0) 2005.11.13
안동 하회동 탈 박물관  (0) 2005.11.13
김치박물관  (0) 200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