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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삶과 꿈에 대한 13가지 진솔한 이야기

by 야옹서가 2001. 6. 25.
June 25. 2001 | 계간 《세계의 문학》 100호 출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 대담집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김우창 외 25인, 민음사)가 출간됐다. 예술, 종교, 신화, 정치, 경제, 여성 문제 등 각 분야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온 26명이 두 명씩 짝을 이뤄 진행한 총 13회의 대담을 모았다.

이 책은 ‘사람과 사람이 가장 진솔하게 만날 수 있는 수단은 다듬어진 글보다 말’이라는 전제 하에 기획됐다. 따라서 대담자들의 어렸을 적 이야기나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 살아가면서 어려웠던 점 등 보통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잘 언급되지 않는 사적인 면모까지도 대화의 형식 속에 꾸밈없이 드러나 있다. 총 13회의 대담을 녹취해 정리한 분량만 원고지 4천 매가 넘는 것을 1천8백 매로 압축하고, 각각의 대담 첫머리에는 소개글을 덧붙여 두 대담자가 어떤 연결고리로 엮어져 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가장 진솔한 수단은 말
대담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서로 유사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부터 연배나 경륜, 종사하는 분야 면에서 서로 전혀 무관한 듯 보이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짝을 지어놓은 방식이 독특하다. 소설가 이윤기씨와 철학도인 딸 이다희씨가 신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소설 《상도》로 화제를 모은 작가 최인호씨와 24억 연봉의 CEO 윤윤수씨가 한국 경제의 윤리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풍수지리학자 최창조씨와 《한국의 정체성》의 저자 탁석산씨도 풍수 이야기를 부담없이 나눴다. 생물학자 최재천씨와 시인 최승호씨도 생명을 주제로 자리를 같이 했다. 사회학자 함인희 씨와 《담배 피우는 여자》의 작가 이숙경씨는 여성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시인 김춘수씨와 이승훈씨는 농경사회적 서정시를 대체할 한국적 현대시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밖에도 음악학자 이강숙씨와 화가 김병종씨, 양명수 목사와 도법 스님, 인터넷 서점 알라딘 대표 조유식씨와 헌책방 ‘숨어있는 책’을 운영하는 노동환씨, 정치외교학자 최장집씨와 철학자 강유원씨도 각각 예술, 종교, 책 문화, 정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사사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에서부터 민감한 논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의 대담이 진행됐고, 그 중에서 특히 비평가 김화영씨-소설가 이문열씨는 한국의 번역문화와 소설가의 창작 태도에 대한 문제로, 이화여대 중문학과 교수 정재서씨-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주환씨는 신화의 의미에 대한 문제로 열띤 토론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민음사 측은 “삶의 성찰과 초월 같은 가치들이 전멸하고, 지식의 유용성을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로 평가하는 ‘신지식인론’이 팽배한” 현실을 반성하고, 이 대담집이 “정신적 가치를 화석화시키는 메두사 같은 현실을 비추는 ‘페르세우스의 방패’가 되길 바란다”고 발간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진작가 여동완 씨가 대담현장에서 찍은 흑백사진 88장은 대담자들의 면모를 보다 생생하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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