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도 우화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일련의 그림책들은 작고, 얇고, 군더더기가 없다. 하드커버로 덩치를 부풀리지 않아 5mm가 될까말까할 두께나, 촌스러운 타이포그래피는 신세대 엄마들에게 먹혀들지 못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분도출판사라는 출판사 이름때문에 '혹시 종교서적인가?' 하는 오해마저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 책을 손에 쥐고 있으면 부실한 책이란 인상보다는, '꼭 할 말만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껍데기만 그럴싸하게 씌웠을 뿐, 내용은 쓰레기 같은 책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책꽂이에 미처 다 꽂지 못해 문 앞에 쌓아둔 책더미 맨 위에 <티코와 황금 날개>가 누워 있기에, 먼지를 털어내고 후루룩 읽어본다. 1979 초판, 1997 8쇄라고 찍혀 있다. 당시 가격은 3천 원. 근 10년이 지난 지금도 3천 5백 원~4천 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으니,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거의 적자 수준이다. '국민 과자' 초코파이조차 가격을 200% 인상한 마당에 말이다. 1997년 당시 '분도 우화 시리즈' 35권 중에서 레오 리오니의 책은 <티코와 황금 날개>, <제각기 자기 색깔>, <잠잠이>, <까마귀 여섯 마리>, <작은 조각>, <내꺼야!>, <세상에서 제일 큰 집> 등 7권이나 됐다. 지금은 절판되고 다른 출판사에서 나오는 걸 보면, 저작권 계약을 제대로 맺지 않은 해적판이었을 공산이 크다. 요즘이야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저작권 개념이 희박했던 당시엔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절판된 책을 제외하고 24권만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서점 분도북에서 시리즈 전권을 주문하면 30% 할인가에 살 수도 있다.

편집자 입장에서 본다면, 이 책을 잘 팔리게 만드는 길은, 하드커버를 씌우고, 편집을 새로 해서 7천 원 정도에 파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이 작고 소박한 책의 미덕은 사라진다. 분도출판사에서 굳이 몇십 년 묵은 옛 편집을 고수하는 것도, 그래서일지 모른다. 뭐 굳이 그렇게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내 추측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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