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병통이 있으니, 바로 서재에 대한 집요한 관심과 집착이다. 이들은 자신이 흠모하는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볼 때에도 인물 사진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흔히 사진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서재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책꽂이에는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자신이 아끼는 책과 같은 것이 꽂혀 있으면 흐뭇해한다.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를 ‘서가에 꽂힌 책’이라는 ‘물증’으로 확인할 때, 이들은 비로소 그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문인들을 탁월한 솜씨로 인터뷰해 온 박래부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1년간의 취재 과정을 거쳐 완성한 ‘작가의 방’은 이 책벌레들의 눈을 호사시켜 주는 책이다. ‘우리 시대 대표 작가 6인의 책과 서재 이야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문열, 김영하, 강은교, 공지영, 김용택, 신경숙 등 여섯 명의 문인이 실제 사용하는 서재를 낱낱이 공개했다.

작가의 애장서는 물론, 원고지와 노트북이 어지러이 널린 집필실 풍경, 창작의 원천이 되는 각종 소품과 추억 담긴 물건들이 고스란히 사진 속에 담겼다. 사진작가 박신우가 서재 곳곳을 눈으로 훑듯 사진 찍어 보여주는데, 사진으로는 전체적인 인상을 전달하기 어려운 서재의 부감도는 일러스트레이터 안희원이 일일이 그리고 채색한 정감어린 삽화로 보완했다.

작품이 탄생되는 가장 내밀한 공간의 매력 ●

그럼 이쯤에서 여섯 명의 서재를 한 곳씩 돌아보자. 이천에 위치한 이문열의 서재는 이름부터 고풍스런 ‘부악문원(負岳文院)’이다. 4개의 방에 지붕까지 온통 책으로 빼곡하게 채운 그의 서재는 사다리를 놓고 올라서야 맨 위에 꽂힌 책을 만져볼 수 있다. 이 정도 되면 거의 책으로 이룬 성채라 할 만하다. 누렇게 빛바랜 친필 원고들이 서가 한 구석을 차지한 모습도 장관이다.

한편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교수실에 위치한 김영하의 연구실 서재는 고래 뱃속처럼 어둑어둑하고 아늑하다. 천으로 창문을 완전히 가려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데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서대문형무소’ 같다. 그는 중국제 앤티크 책상을 들여놓고 여러 장의 그림을 벽에 걸었는데, 직접 그린 그림도 있다. 절친한 만화가 이우일이 “너무 못 그려서 신기하다”고 한탄할 만큼 어수룩한 그림이지만, 오히려 그런 면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경기도 분당 자택에 있는 공지영의 서재는 어떨까? 책이 꽂힌 책꽂이와 나란히 놓인 집필 탁자 뒤에는 예수상과 마리아 그림이 걸려 있다. “기를 받게 됩니까?”라는 다소 장난기 어린 인터뷰어의 물음에 “예, 받아요”하고 단호하게 대답하는 공지영은, 종교 앞에 무릎 꿇었던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에서 보여줬듯 종교적 감화의 힘을 강하게 인식하며 창작에 임하는 듯하다. 그의 서재는 응접실을 겸하고 있어 독특한데, 마치 프랑스의 살롱처럼, 오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대화를 자양분 삼아 작품이 자라날 듯하다.

이밖에도 임실 생가와 직장, 전주 자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에 분산 수용된 시인 김용택의 책꽂이, 문 없는 화장실과 아프리카 조각상이 공존하는 소설가 신경숙의 평창동 서재, 푹푹 찌는 날씨에도 에어컨 없이 부채로 한여름을 나는 강은교의 부산 자택 거실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세상에 읽고 싶은 책이 존재한다면, 이 책처럼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갖고 싶은 책이 있다. 인내심을 갖고 발품을 팔아 만든, 성실하고 알찬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