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개성적인 잿빛 시멘트 건물로 일관한 한국의 도서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한길사 펴냄)에 등장하는 세계의 도서관 건축이 낯설면서도 부러울 것이다. 평생 도서관학, 문헌정보학을 연구해 온 최정태 부산대 명예교수가 ‘도서관 문화기행’이라는 독특한 테마로 집필한 이 책은, 뉴욕 공공도서관, 미국 의회도서관, 하이델베르크 대학도서관, 프랑스 국립도서관, 장크트 갈렌 수도원 도서관, 마자린 도서관 등 해외의 유명 도서관 십여 곳의 모습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 쓴 여행서이다. 더불어 한국의 전통 도서관 격인 창덕궁 규장각과 해인사 장경판전도 함께 소개했다.

오늘날 해외여행 시 들러야 할 장소로 도서관이 거론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필자는 “중세 시대만 해도 당대의 지식인이었던 귀족, 성직자, 학자들이 여행 중에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은 도서관”이었다고 강조한다. 즉 “도서관 순례는 지식과 교양을 재충전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며, 영혼의 요양을 겸한 여행”이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와 같은 도서관 순례의 의미를 담아 기행 대상지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해당 국가에 전수된 지식의 정수를 담고 있으면서 문화 교류의 장소로 기능하는 국립도서관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수도원 도서관이다.
높은 천장, 빽빽한 책 가득한 애서가의 천국
필자는 해외의 도서관을 탐방하면서 우수한 도서관의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든다. 아름답고 유서 깊은 건물, 100만 권 이상의 장서, 세계사를 움직인 인물이나 역사에 관한 포괄적 장서나 기록물, 1450년대 이후 1600년 이전까지의 초기 간행본 소장 수량,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나 ‘36행 성서’ 또는 셰익스피어 초판본을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가 그것이다.

이중 철강왕 카네기의 기부로 1902년 착공된 뉴욕 공공도서관은 위 다섯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대표적 도서관이다. 85개의 분관과 4개의 전문 도서관으로 구성된 이곳은 신고전주의 양식에 입각한 건축물 양식이 이채롭다.

이곳에서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지식의 길잡이를 상징하는 ‘장미열람실’이다. 장미는 예로부터 ‘길을 찾아주는 진실한 방향’을 상징하기에 책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는데, 이러한 모티브는 미국 의회도서관 천장 돔에 새겨진 320개의 황금 장미꽃 장식에도 반영되어 있다.

그러면 여행의 또 다른 축인 수도원 도서관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독일 남부 울름시에 위치한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에서 그 전형을 찾아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 도서관은 1781년 성채와 같은 규모로 완공된 수도원 내에 자리 잡고 있다.

길이 23미터, 폭 12미터 규모의 복층 구조인 도서관 메인 홀은 궁전을 연상시키는 웅장함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1층 동편에는 베네딕트 교단 원리를 상징하는 4개의 여신상이, 서편에는 법학, 자연과학, 수학, 역사를 의인화한 4개의 여신상이 지키고 있다. 화가 마르틴 쿠엔이 1744년에 그렸다는 천장화 역시 “지식은 하늘, 곧 신에 이르게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믿음은 곧 지식”이라는 베네딕트 수도회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이밖에도 한국의 전통 도서관으로 규장각과 해인사 장경판전을 소개했으나 해외의 도서관과 달리 그 명맥만 희미하게 유지되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때로는 웅장하고 화려하게, 때로는 현대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도서관의 모습이 시원한 화보로 펼쳐지므로, 직접 도서관 기행을 떠난 듯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는 점은 이 책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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