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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영원한 시간의 수레바퀴 - 칼라챠크라 만다라전

by 야옹서가 2003. 12. 24.
 
Dec 24. 2003 | 경복궁 맞은편에 위치한 법련사 불일미술관은 만다라문화원과 공동주최로 2004년 1월 5일까지 ‘칼라챠크라 만다라’전을 개최한다.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티벳 만다라의 세계를 감상하게 될 이번 전시에서는 티벳 승려들이 제작한 1백여 점의 만다라가 전시된다. 특히 사실적인 만다라와 기하학적 구성미가 돋보이는 만다라를 고루 소개함으로써 티벳 만다라 미술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따라서 미술관 1층에서는 부처의 일대기, 부처와 제자들의 모습 등 서술적이고 사실성이 강한 그림들이 전시되며, 지하전시실에는 원과 사각형을 기본 도형으로 한 추상적인 작품들을 소개했다.

만다라-평면 위에 지은 성스러운 건축
만다라(Mandala)는 중심 또는 본질을 의미하는 ‘Manda’와 소유격 접미사 ‘la’를 합성한 단어로, 티벳 밀교에서 유래한 다양한 토속신앙을 수용해 하나의 교리로 발전시킨 밀교의 통합과정처럼 서로 다른 것을 아우르는 포용의 원리를 담고 있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작게는 ‘소우주’로 불리는 인간 개인의 내면부터, 보다 거대하게는 우주의 원리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세계를 기하학적 도형 안에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 특징이다. 거기에 시간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Kala’와 바퀴를 의미하는 ‘Cakra’의 합성어 칼라챠크라(KalaCakra), 즉 ‘영원한 시간의 수레바퀴’라는 뜻을 더하여, 칼라챠크라 만다라에서는 초월적 힘을 가진 영적 도상의 의미가 보다 강력해진다.

만다라의 구조는 그 치밀한 구성 탓에 마치 ‘평면 위에 지은 성스러운 건축물’울 연상케 한다. 특히 공간적 개념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예를 들어 만다라의 원 내부에 그려진, 중심을 향해 점점 작아지는 정방형은 위에서 내려다본 불탑의 모습을 닮았다. 또한 그리는 과정과 방법, 색채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규칙을 따른다. 예컨대 만다라의 가장 바깥 원을 둘러싼 불꽃 문양은 단순히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일체의 사념과 번뇌를 태우는 정화로서의 요소인 동시에 원 속의 성스러운 공간과 바깥 세상을 분리하는 첫 번째 관문으로 기능한다. 여기에 채색을 할 때도, 세계를 구성하는 5대 요소인 땅, 물, 불, 바람, 공기를 흰색, 청색, 황색, 적색, 녹색의 다섯 가지 색채를 써서 그림을 그린다.

인간 내면의 본질을 찾아가는 그림
 본 전시를 기획한 만다라문화원장 동휘 스님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정신문화가 피폐해진 요즘, 의식의 중심에 접근하는 만다라를 감상하면서 세상 바깥으로만 향하기 쉬운 눈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전시의 취지를 밝혔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 역시 만다라에 심취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 역시 내면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미술심리치료의 일환으로 만다라를 즐겨 그렸다 한다. 우주의 원리를 상징하는 원 속에 다양한 색채와 형상으로 표현된 내적 원형상을 바라보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의식의 중추와 같은 그림, 만다라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현대인들 역시 이런 내면의 정화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부대행사로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티벳 승려들이 참여하는 만다라 시연회가 열리며, 오후 1시에는 동휘 스님이 직접 작품을 설명해준다. 전시장에서 만다라 구입도 가능하며, 이익금 일부는 불우이웃 108가정 돕기에 사용될 예정이어서 더욱 뜻깊다. 전시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시간은 오후 6시까지. 문의전화 02-3673-3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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