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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담백 '화가' 마광수의 그림들

by 야옹서가 2005. 6. 10.










[미디어다음/ 2005. 6. 10]
1992년 외설 시비로 첨예한 논쟁을 빚었던 ‘즐거운 사라’의 마광수(54) 교수가 돌아왔다. 지난달에만 소설과 에세이집, 작가론 등 4권의 책을 펴냈고, 이달 초에는 서울신문 연재도 시작했다. 2003년 9월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복직한 뒤에도 한동안 칩거했던 모습을 볼 때 이처럼 활발한 활동은 이례적이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인사갤러리에서 열린 ‘이목일·마광수 2인전’에서 그간 못다 한 이야기를 그림에 쏟아 부은 마 교수를 만났다.

마 교수의 공식적인 화력은 1991년 화가 이목일과 이두식, 소설가 이외수와 함께 연 ‘4인의 에로틱 아트전’(서울 나무갤러리)에서 시작된다. 1994년에는 서울 다도화랑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올해 1월에는 거제문화예술회관 초대로 ‘이목일·마광수 2인전’을 연 바 있다.

이런 내력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마 교수의 그림은 외도로 보일 법하다. 그러나 대광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교지의 표지화와 삽화를 도맡기도 했던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소설을 쓰듯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즐거운 사라’ 사건 이후 십여 년간 칩거생활을 하며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내적 치유를 경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마 교수의 그림을 보면 그가 느낀 욕망과 좌절, 배신감 등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을 향해 내뱉지 못했던 말들도, 그림을 통해서는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유명해진 ‘긴 손톱’에 대한 예찬을 비롯해 어린아이처럼 솔직하게 살고 싶은 마음, 현학적인 글쓰기와 봉건주의에 대한 비판 등이 가감 없이 실린 그의 그림은 ‘인간 마광수’의 꾸밈없는 면모를 보여준다.

한동안 자기검열에 시달리며 글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마 교수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간 억눌린 창작 욕구를 분출하듯 지난달에만 책 4권을 펴냈다. 직접 그린 삽화 40장을 실은 장편소설 ‘광마잡담’(해냄)과 철학 에세이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오늘의책)의 표지에서 그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도 에세이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해냄), 개정판 ‘윤동주 연구'(철학과현실사)를 펴냈지만 아직도 쌓아둔 미발표 글이 많아 올 한해 책 출간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아직은 독수리 타법이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홈페이지도 직접 운영하며 세상과의 접속을 시도하는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손톱을 길게 길러 열 손가락마다 서로 다른 매니큐어를 칠한 여자에게 가장 매력을 느낀다”는 마광수 교수는 가장 애착을 느낀다는 다색판화 ‘손톱 같은 단풍숲’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의 그림은 7월 6일~11일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도 볼 수 있다.

“하느님은 ‘야한 사람’을 좋아하셔서 나 같은 남자한테도 여자처럼 치장할 권리를 주었죠. 그래서 나는 어느새 ‘탐미적 평화주의자’가 된 것이랍니다. 손톱이 짧으면 오히려 남을 할퀴게 되지요. 그렇지만 손톱이 길면 손톱이 부러지는 게 아까워서라도 남을 할퀴지 않게 되거든요.” (‘마광수의 섹스토리’ 중 아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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