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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세계의 기묘한 접속-김상길 ‘OFF-LINE’전

by 야옹서가 2005. 9. 9.
[미디어다음/ 2005. 9. 9] 같은 물건을 모으거나 비슷한 취향을 지닌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촬영하면 어떻게 될까? 똑같은 물건을 들고 있거나 단체복을 입고 함께 찍은 사진은 그 소유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줌과 동시에 기이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관훈동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에서 30일까지 열리는 사진가 김상길의 ‘OFF-LINE’전을 찾아가 본다.

김상길은 흔히 영화에서 이야기의 맥락과 상관없이 순간적으로 끼어드는 간접광고(PPL)처럼, 자연스러움을 가장하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연출 하에 완성되는 이미지를 사진으로 구현한다. 작가는 이와 같은 작업을 ‘리코딩 프로그램’이라는 개념 하에 일련의 연작 사진으로 전개해왔다.

주로 재연배우에 의해 연출된 장면을 촬영한 ‘Motion Picture’ 연작과 달리 이번 전시에 출품된 ‘OFF-LINE’ 연작은 590만여 개의 동호회를 보유한 ‘다음 카페’에서 활동 중인 알래스카 맬러뮤트 동호인, 브로마이드 수집가, 스니커즈 마니아, 프라이드 운전자 등 회원들의 모습을 담았다.

오프라인 연작 중 ‘Bromide Internet Community’(2005). 극동빌딩 벽 앞에서 영화 ‘스타워즈’ 등장인물 브로마이드를 손에 든 동호회원들을 촬영했다.

‘OFF-LINE’ 연작은 언뜻 보기엔 흔히 ‘증명사진’으로 불리는 동호회 단체기념사진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동일한 취미를 소비하는 행위가 구체적인 사물과 사람의 모습으로 육화할 때, 체감되는 낯설음의 강도는 커진다. 여기에 간혹 픽션의 요소를 가미하면 이들 풍경은 다소 기이해보이기까지 한다.

예컨대 ‘The Sound of Music internet community’(2005)에서 알프스 산자락에서나 봄직한 복장의 요들송 그룹이 등장한 곳은, 서울의 힐튼호텔 근처 아파트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산은 산이되, 요들송에 어울리는 평화로운 전원풍과 거리가 먼 아파트촌의 이질적 풍경은 우리가 서 있는 오프라인 세계의 현실과 환상 사이의 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각각의 장면에 은근하게 스며든 정교한 연출은 또 다른 작품 ‘Alaskan Malamute Internet Community’(2005)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알래스카 맬러뮤트를 키우는 동호회원들을 남산 숲속에 모아두고, ‘Alaska’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단체 모자를 하나씩 씌우거나 손에 들려 마치 복제인간과도 같은 느낌을 강조했다.

김상길은 “인터넷이 문화사적으로 의미가 있다면, 쌍방향과 리얼타임 등의 요소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이 오히려 오프라인이라는 상대적인 위치에 놓인다는 점”에 착안해 작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하면서, “이 세계에 깔린 프로그램들을 천천히 더듬고 그 데이터를 소스로 해서 ‘LIKE A PROGRAM’이라는 개념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한편 개막일인 7일 저녁에는 ‘The Sound of Music internet community_off-line’의 모델인 한국바젤요들클럽의 축하공연에 이어, 그룹 ‘별’이 우정공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김상길은 한때 그룹 ‘별’에 합류해 사진, 비디오, 테크노 디제이 등의 파트에서 활동했던 전력이 있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전화 02-733-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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