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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현미로 그린 가수 현미-'재료미학-만찬'전

by 야옹서가 2006. 4. 1.
[미디어다음/2006. 4. 1] 현미로 그린 가수 '현미', 지우개똥으로 그린 꽃 그림, 포스트잇으로 그린 마릴린 먼로 등 기상천외한 재료로 작업하는 화가들의 전시가 열린다. 충무갤러리에서 4월 20일까지 열리는 '재료미학-만찬'전을 찾아가본다.

충무갤러리 개관1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전시에서는, 물감 대신 재료의 물성에 주목하며 작업해온 작가들의 이색 작품들이 소개된다. 출품작 중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이동재의 곡물 초상화. 그는 백미, 현미, 콩, 녹두, 깨 등 다양한 곡물을 컴퓨터그래픽 픽셀처럼 치환해 그림을 그려냈다.

단순히 곡물로 픽셀을 대신하기만 했다면 별 의미가 없지만, 이동재의 곡물 그림은 한국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유희가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이를테면, 현미로 가수 '현미'의 얼굴을 그리거나, 녹두로 '녹두장군' 전봉준의 얼굴을 그리는 식이다. 이밖에 검은콩으로 그린 미스터 빈(Mr. Bean), 쌀로 그린 라이스(rice) 미 국무장관의 모습도 접할 수 있다. 


현미로 그린 가수 '현미'의 초상화. 특유의 퍼머머리와 통통한 얼굴이 2D 이미지로 단순화되었다.


현미의 왼쪽 눈 부분을 클로즈업한 사진. 현미 알갱이를 하나하나 붙여 픽셀처럼 활용했다.


상투를 튼 '녹두장군' 전봉준의 초상화.


반짝반짝 빛나는 녹두 알갱이가 마치 구슬처럼 동글동글하다.


부리부리한 눈이 익살스러운 미스터 빈(Mr. Bean). 그 이름을 따서 검은 콩으로 그렸다.


미스터 빈의 왼쪽 눈 부분을 클로즈업한 사진.


미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rice)의 초상화를 흰 쌀알로 그렸다.


체 게바라, 제임스 딘을 비롯해 제인 구달, 아인슈타인, 장미희 등 명사들의 모습도 쌀로 재현됐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콩과 팥으로 '콩쥐'와 '팥쥐'를 그려내고, '깨알같은 글씨'란 말에 착안해 검은깨로 잔 글씨를 흉내낸 작품을 보면 피식 웃음이 흘러나온다. 간단한 발상으로도 충분히 유쾌한 작품을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동재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매력있다.


콩과 팥으로 그린 콩쥐, 팥쥐. 미키마우스가 왜 등장하냐고? 미키마우스도 '쥐'니까.


'깨알같은' 글씨가 인쇄된 책의 낱장들이 벽에 걸려 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씨가 아닌 검은깨다.


이동재를 제외한 네 명의 참여작가 역시 각자의 '픽셀'들을 활용해 그림을 그려낸다. 이정승원의 픽셀이 포스트잇이라면, 류지선의 픽셀은 흔히 '지우개똥'으로 불리는 지우개 가루다. 박희섭은 조개껍질의 일종인 자개를 잘게 잘라 추상회화를 만들어내고, 송종림은 완성한 그림 위에 투명구슬을 얹어 이미지를 픽셀화한다.


이정승원의 포스트잇 그림. 책갈피 대신 사용하는 작은 포스트잇으로 마릴린 먼로를 그려냈다.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가 소위 '공장'으로 불리는 대량생산 과정을 통해 복제된 이미지였다면, 이정승원의 마릴린 먼로는 단순한 이미지 복제에 그치지 않고, 수공예적 가공을 거쳐 픽셀 이미지가 일그러지거나 비율이 변하는 등 다양하게 변주된 형상으로 재생산된다.


 


류지선의 지우개똥 그림 세부. 검은색 지우개똥이 모여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박희섭의 자개 그림. 자개를 가늘게 잘라 물감 대신 사용했다.


조명을 받으면 자개의 영롱한 자태가 더욱 빛난다.


송종림의 구슬 그림. 그림 위에 투명구슬을 빽빽히 올려 마치 곤충의 겹눈처럼 묘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자개, 곡물 등의 자연물로부터 시작해 포스트잇, 지우개똥, 유리구슬 등 산업사회의 부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미학을 선보인 이번 전시는 일종의 '픽셀 예술'로 불러도 과언이 아닐듯하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볼 수 있다. 충무갤러리는 지하철 6호선 신당역 9번 출구로 나가서 도보로 3분 거리, 충무아트홀 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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