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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사 | 칼럼/인터뷰

돌아온 '아우성 아줌마' -성교육 강사 구성애

by 야옹서가 2003. 7. 1.


[좋은엄마 2003년 7월호]
돌아온 '아우성 아줌마' 구성애   

아이들의 성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1998년 공중파 방송을 통해 파격적인 강연을 펼쳤던 구성애(47) 씨를 기억하리라. 음지에 머물렀던 성 담론을 ‘아름다운 우리들의 성’이야기로 탈바꿈시킨 그의 강연은, 자녀들의 성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당혹스러우면서도 반가운 정보였다. 상담사이트 ‘구성애닷컴’(www.9sungae.com)을 운영하면서 최근 두 번째 책 『니 잘못이 아니야』(올리브)를 펴낸 ‘아우성 아줌마’ 구성애 씨를 만났다.

유아기의 성적 놀이를 자연스럽게 인식하자
클릭 한번만 하면 볼 수 있는 포르노물이 인터넷에 난무하고 연일 유아성폭행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는 요즘, 자녀의 성교육에 대해 민감하지 않은 부모는 드물 것이다. 구성애 씨 역시 15세 이전 유·아동기의 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누릴 건강한 성생활의 기초가 이때 대부분 확립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로는 ‘성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하면서도, 여전히 억압된 성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모들이 아이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을 때 대부분의 엄마들은 얼굴을 붉히며 아이를 다그치기 일쑤다. 무심코 한 성적 행동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엄마를 보며 아이들은 몸의 쾌감을 자연스레 받아들이지 못하고 성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갖게 된다.

"유아 자위행위라던가 성적 놀이에서 드러나는 관찰과 노출의 욕구는 발달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거든요. 자위행위는 자기 몸을 갖고 놀면서 몸의 감각을 느끼고 즐길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거예요. 아이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바뀌게 하세요. 정서적 불안 때문에 반복하는 강박적 자위행위가 아니라면 아무 문제없어요."

건강한 성을 위해서는, 부모들부터 먼저 성을 밝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일상 속에서 따뜻하고 당당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며 역할모델이 되기는커녕, 무조건 자녀를 윽박지르기만 하면 성은 음습한 뒷골목으로, 또래집단 속의 은밀한 대화 속으로 숨어들게 마련이다.

몸과 마음의 상처 다독이는 '몸사랑센터'
그가 운영중인 ‘구성애닷컴’은 그렇게 부모나 교사에게조차 이야기할 수 없는 고민들을 떠안은 아이들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며 성장하도록 마련한 온라인 공간이다. 현재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회원 수만 14만 명, 사이트 내 소규모 클럽은 2백여 개를 넘는다. 성문제로 고통을 겪었던 또래 친구의 체험담은 어른들의 백 마디 말보다 더 절실한 충고가 됐다.

이렇게 인터넷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아이들의 성적 주체성은 자라났지만, 구성애 씨가 가장 걱정스러웠던 건 부모도, 교사도, 의사의 손도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방치된 아이들의 몸이었다. 그래서 만든 곳이 바로 오프라인으로 운영되는 몸사랑센터다. 2003년 6월 중순 서울시 연희동에 문을 연 몸사랑센터는 아이들이 심리적 부담 없이 진료를 받고, 쑥찜질 등의 민속요법과 식생활 개선 교육을 병행할 예정이다. 성교육과 문화활동, 성폭행 피해자의 치유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그가 성폭행 피해자의 치유 프로그램에 애정을 쏟는 것은, 같은 고통을 경험하고 그것을 극복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비로소 마음 속 응어리가 치유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구성애 씨 역시 열 살 무렵 성폭행을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러나 "네 잘못이 아니야" 하며 다독여준 어머니가 있었기에 당당하게 성장했고 성교육 강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구성애 씨는 성폭행을 당한 아이에게 "왜 반항하지 않았어" 하고 다그치는 것은, 성폭행이란 엄청난 사건이 모두 아이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만들어버린다고 조언한다.

"아이가 성폭행을 당하면 씻기지 말고 바로 위기센터에 연락해서 안내받은 병원으로 데려가야 해요. 마음이 좀 안정된 뒤에 소아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성폭행을 당한 기억은 덮어두는 게 낫다고 여기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온몸의 세포에 스며든 나쁜 기억을 말로 토해내야 해요. 무의식 속에 남은 감정의 찌꺼기를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내는 거죠."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고통을 경험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승화할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15년간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면서 매년 3백여 차례에 달하는 빡빡한 강연 일정을 소화해온 힘은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리라. 

"꼭 한달에 두 번은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한 번은 자연 속에서 책도 보고 음악도 들어보세요. 그리고 다른 한 번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활동을 다녀오세요. 엄마 아빠 손잡고 즐겁게 봉사활동을 해본 아이들은 사춘기 걱정이 없어요. 성교육의 목적은 인간의 본성을 함께 길러내는 것이지 성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거든요."

글_고경원, 사진_박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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