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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낙엽 닮은 길고양이, 절묘한 자세

by 야옹서가 2009. 2. 7.
고양이가 별 뜻 없이 취하는 엉뚱한 자세가 때론 큰 웃음을 줍니다. 

잠시 눈밭 위로 마실 갔던 길고양이는, 발이랑 엉덩이가 시렸는지

눈 없는 쪽으로 살짝 몸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자세가 저렇게

절묘한지요. 등줄기의 무늬를 따라 완벽한 대칭 구도를 자랑하는,

오동통한 등짝도 사랑스럽지만, 고양이 등 뒤로 톡 떨어진

낙엽 한 장이 없었다면 조금은 쓸쓸해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낙엽과 고양이가 짝을 이루어 재미난 풍경이 되었네요. 

이 날은 날씨가 무척 추워 코가 빨갛게 얼 지경이었지만,

이렇게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추위도 잊어버리고 맙니다.

겨울이면 늘 감기를 달고 사는 건, 그런 까닭인지도...


저는 길고양이 사진도 좋아하지만, 고양이 발자국 사진도 참 좋아합니다.

고양이가 남긴 발자국에는, 고양이의 마음이 스며 있거든요.


위 사진에 정갈하게 한 줄로 찍힌 발자국과 달리, 아래 사진에 정신없이 찍힌  저 발자국에는,

저를 발견하고선 반가워서 우왕좌왕-갈팡질팡-
쇠기둥에 머리를 부비면서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고양이의 설레임이 담겨 있답니다. 

어지러운 흔적 속에 고양이가 밟는 가벼운 스텝이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설레임도 눈이 녹으면 사라지지요...

그래서 고양이와의 추억이 사라지기 전에 사진으로 남긴답니다.

언젠가 자주 가던 그곳에 더 이상 그 고양이가 없어도, 사진 속에서 고양이는 영원히 살아있겠죠.

그렇게 거리에서 만난 고양이들에게, 제 기억속에서만큼은 영원한 생명을 주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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