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 거의 휴대폰으로만 길고양이를  찍고 있다(서울 외의 다른 지역으로 취재를 가거나 해외에서 '고양이 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예외로 하고). 일단 회사 근처로 길고양이 골목 산책을 다닐 때는 그렇게 하고 있다.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늘 부피 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게 번거로웠던 게 가장 큰 이유지만, 한 가지 연구해보고 싶은 과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앞으로 살면서 카메라가 없는 상황에서 고양이를 만나는 상황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럴 때 휴대폰만으로 길고양이를 제대로 포착할 수 있을까, 휴대폰으로만 찍는 사진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뭐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제약 조건이 있을 때 그걸 한계로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의 실험 조건으로 생각해보는 일, 요즘 내게 주어진 과제 중 하나다. 회사를 다니면서 길고양이를 찍는 일도 마찬가지다. 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회사를 다니는 덕분에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대학로 고양이 산책이 그렇다. 이 근처로 회사를 다니지 않았더라면 대학로 뒤편 골목길 고양이들을 매일 만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회사에서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이 나온다. 보통 15분 정도면 밥을 먹기 때문에 40분쯤 여유 시간이 생긴다. 취재나 다른 약속이 있는 날에는 어렵지만 그래도 '거의 매일' 고양이 산책을 다닐 수 있다. 그리 넓은 지역은 아니지만 주택가 골목 고양이부터 벽화마을 고양이, 산비탈 고양이까지 다채로운 거주 환경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어서 산책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대학로 고양이들 덕분에 회사 다니는 재미가 또 하나 늘었으니 이 즐거움만큼은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10여 년간 이어온 종로 화단 고양이 관찰기에 이어, 새로운 프로젝트로 '대학로 고양이 관찰기'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대학로 고양이 산책은 지난 가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올해 가을까지 진행하면 만 1년이 된다. 그때까지 찍은 사진을 모아 소규모 전시를 해볼까 한다. DSLR카메라로 찍을 때와 비교하면 화소나 화질 면에서 한계가 있겠지만 인화 크기를 작은 사이즈로 한다면 문제는 없을 듯. 시원시원한 크기로 사진을 내거는 전시도 좋지만 작은 전시에서 만들 수 있는 재미난 풍경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한계를 즐겁게 받아들이자. 
첫 번째 사진 속 고양이를 보고 누군가는 갇혀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고양이는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빠져나오지 않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