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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욕하는 스밀라, 달콤한 햇볕 베란다를 좋아하는 스밀라의 지정석 박스 위에 오목한 겨울 잠자리를 마련해주니, 스밀라가 햇볕을 쬐다 단잠이 들었습니다. 스밀라가 깔고 자는 천은 어머니가 오래 전부터 사용하시던 조각보천 보따리인데, 어쩌다보니 스밀라 차지가 되었습니다. 바닥에는 오목한 방석 위에 담요를 깔아 둥우리처럼 들어가게 만들고, 그 위에 스밀라가 좋아하는 부직포 가방을 깔아두었는데 털이 묻어서 다시 천을 깔았지요. 인기척이 느껴지자 실눈을 뜨고 뒷다리를 쭉 뻗더니 이쪽을 바라보는 스밀라입니다. 아직 채 잠이 덜 깬 두 눈에는 졸음이 묻었습니다. 춥지 않을까 생각해서 베란다 출입을 금했는데, 스밀라 등 위로 내리쬐는 햇볕이 닿은 자리를 손으로 쓰다듬어보니 따뜻합니다. 당분간은 일광욕 시간을 짧게라도 주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2011. 12. 22.
대기석에 앉아 기다리는 고양이  등 뒤가 뜨끈한 느낌이 들어 슬쩍 뒤를 돌아보니 스밀라가 화장대 의자에 앉아있습니다. 원래 이 시간대면 제 책상의자에 앉아서 자고 싶을 텐데, 아직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다보니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볼이 불퉁해져 임시 대기석에서 기다리는 스밀라입니다. 화장대 의자는 아무래도 크기가 작아 다리를 쭉 펴고 누울 수 없습니다. 몸집이 작은 스밀라에게도 간신히 웅크려 앉을 수 있는 임시 대기석입니다. "웬만하면 나오지?" 하는 눈빛으로 눈을 빛내며 이쪽을 향해 묵언시위 중입니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털방석 하나가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화장대 의자도 좀 더 큰 것으로 바꿔주어야 할까 봅니다. 그래야 편안한 대기석이 될 테니까요. 2011. 12. 21.
흑백영화의 주인공 같은 고양이 창문 여는 드르륵 소리만 나면 어디에 있든 알아차리고 번개처럼 뛰어오는 스밀라. 갈기를 날리며 폴짝 뛰어오르는 모습은 작은 흰사자처럼 용맹합니다. 창문이 닫히기 전에 얼른 그 자리에 엉덩이를 끼워놓아야 인간이 춥다고 문을 닫아버리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날이 추우니 창문을 열어도 서리가 끼어 바깥이 잘 보이지 않는데, 스밀라는 상관없이 그저 창문턱 자리만 주어진다면 만족이라는 얼굴입니다. 뿌옇게 변한 창 아래를 향해,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려가며 구경하려 합니다. "응? 내 얘기 했냐옹?"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돌아봅니다. 사실 이 시간에는 바깥을 봐도 그다지 보일 게 없기 때문에 이제 슬슬 딴청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가을에는 그나마 서리가 끼지 않아 볼만 했는데, 갑자기 추워지면서 일어.. 2011. 12. 17.
만사가 귀찮은 고양이의 '수달 자세' 잘 준비를 하려고 이불을 깔고 누우면, 이때다 싶어 의자로 폴짝 뛰어오른 스밀라는 수달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 앞발을 접어 몸 옆으로 붙이고, 의자 쿠션의 기울어진 각도에 턱을 맡기는 자세입니다. 앞발을 접으면 불편하지 않나 싶은데, 곧잘 저런 자세를 취하는 걸 보면 나름 편안한 모양입니다. 다른 고양이들보다 코가 낮고 이마가 동그란 스밀라는 수달의 얼굴 윤곽과도 많이 비슷해서, 세상에는 없는 은회색 수달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모른척 딴청부리는 모습이 귀여워서 일부러 다가가 사진을 찍으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저를 투명인간 취급합니다. 하지만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어도, 알고 있어요. 어차피 스밀라의 크고 동그란 눈동자에는 제가 하는 행동이 하나하나 다 입력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요. 눈이 커서 .. 2011. 12. 14.
새 옷장은 고양이도 두 발로 서게 한다 중고생 시절 쓰던 옷장을 이사온 집까지 가져오긴 했는데, 이제 못 쓰겠다 싶어 틈새옷장을 주문했답니다. 폭 60cm의 양문형 옷장에 서랍이 두 개 있어서, 자주 입는 옷만 꺼내놓고 입기에 적당한 크기입니다. 배송비가 추가로 붙지 않고 서랍이 두 개 달린 틈새장을 찾으려고 쇼핑몰을 며칠 뒤지고 해서 비교적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었지요. 새 가구 냄새도 별로 안 나긴 하는데, 일단 물걸레로 한번 닦고 말리려 서랍 먼저 열어두었더니, 스밀라가 "또 뭘 샀나?" 하고 어슬렁어슬렁 걸어들어옵니다. 새 물건이 들어오면 스밀라에게 검수를 받아야 한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습니다. 옷장 문을 열어주니 좋다고 뛰어들어, 위층 서랍 검사도 꼼꼼하게 시작합니다. 가운데에 중간 옷봉 거는 자리가 있는데, 튼튼한지 툭툭 건드려도 .. 2011. 12. 11.
고양이 단잠을 깨울 수 없는 이유 출퇴근 생활을 시작하면서 평일에는 스밀라의 일과를 내내 지켜볼 수 없지만, 가족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한낮에는 베란다 전망대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새를 구경하고, 저녁이면 거실이나 제 방에서 제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엘리베이터 소리가 땡 하고 들리면 도도도 뛰어나온다고 하네요. 그리고 제가 잘 준비를 하면 옆에서 어슬렁어슬렁 배회하고 있다가 빈 의자로 잽싸게 뛰어오릅니다. 다른 집 고양이들은 한 이불에서 잠들기도 한다는데 오래 안겨있는 것을 귀찮아하는 스밀라는 절대 그런 법이 없습니다. 이불에 누워 폭 안아주면, 이게 무슨 짓이냐며 토끼 같은 뒷발로 힘껏 밀치고 뛰어나가지요. 대신 제가 앉던 의자에 앉아 잠드는 건 참 좋아해요. 문제는 제가 할 일이 남아서 잘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의자만 비면 스밀라가.. 2011.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