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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길 제설작업한 날, 길고양이 반응 밀레니엄 고양이들 산책로의 제설작업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분이 계셔서 짤막하게 글 남겨요. 날도 무지 추운지라 제설작업이랑 먹거리만 후다닥 챙겨주고 왔습니다. 눈길에 발 시려워 앞발 털며 걷는 고양이가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곳에서 길고양이들 밥 챙겨주는 어르신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지라, 연세도 있으신데 얼어붙은 눈길 걱정도 되고 해서 겸사겸사 다녀왔어요. 눈이 다져져서 얼어붙어버리면 그때 가서 치우기도 어려울 거 같으니...그나마 아직 푸석해서 치워지더라구요. 제설용 넉가래와 P삽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긴 했는데 연말이라 언제 배달될지 몰라서, 간이 눈삽으로 대강 정리했습니다. 바닥이 보일 때까지 눈을 치우니 고동이가 어리둥절해서 보네요. 오래간만에 짝짝이 양말을 신은 소심둥.. 2010. 12. 30.
단풍잎 융단을 만끽하는 고양이 둥글게 움츠린 고양이의 등짝이 어쩐지 추워보이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이제 단풍이라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의 희미한 붉은색으로만 느낄 수 있을 따름입니다. 한때 붉게 물들었다 잿빛을 띤 분홍색으로 변하는 단풍잎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있는 힘껏 불태우고 아무 미련 없이 이 세상과 작별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머물렀던 시간을 '소풍'이라고 표현했던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소풍 가던 날의 들뜬 마음을 접고 가만히 이 땅으로 내려앉은 낙엽들이 마른 땅에 따스한 융단을 만들어줍니다. 그 융단을 즐거이 이용해 주는 것은 동네 고양이입니다. 노란 치즈 얼룩무늬가 예쁜, 통통한 겨울 고양이입니다. 등산객의 인기척이 들려도 한번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담담한 표정으로 단풍잎 융단을 만끽합니다. 융단 .. 2010. 12. 3.
[폴라로이드 고양이] 102. 눈 뜨고, 귀 열고, 말하기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 옛날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그랬다지요? 요즘에는 그런 자세를 요구하는 집도 거의 없겠지만요. 맨 처음 저런 조각을 본 것은 한 헌책방에서였는데 그땐 원숭이 세 마리가 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답니다. 동남아 어딘가에서 만들었음직한 분위기의 조각이었죠.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일본의 고양이 카페 앞에서 저 3인방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희는 어디서 왔니? 물어보고 싶었지만, 겁에 질린 표정의 고양이 3인방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의 자세는 약자로 취급받는 이들, 혹은 약자의 상황에 공감하는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취하는 방어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는 아무 힘이 없는데, 눈에 보이기는 하니 마.. 2010. 11. 15.
새 물건만 보면 달려드는 고양이 고양이가 호기심을 느끼는 물건을 발견하면 제일 먼저 하는 행동 중 하나는,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는 일입니다. 이 고양이도 집에 새로 들어온 플라스틱 보호대를 발견하곤 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합니다. 보호대 끝에 코를 갖다대고 가끔 통통 튀기듯이 코를 뗐다 붙였다 하면서 말이죠. "어허, 이 집에 새로 들어왔으면 신고식을 해야지! 보아하니 나랑 색깔도 비슷하구만." 고양이의 표정이 자못 심각합니다. 냄새 맡기에 심취해 한쪽 눈까지 지그시 감은 모습이 귀엽습니다. '음...이 냄새는 어쩐지 야릇한 걸?' 하고 생각하는 얼굴이네요. 뒷발로 서느라 한쪽 앞발로는 의자를 짚었는데, 두 발로 서 있기 힘드니까 앞발에 힘 들어간 것 좀 보세요^^ 앞에서 보니, 대나무를 타고 휙휙 날아다니던 영화 '와호장룡'의 주인공 .. 2010. 10. 17.
길고양이, 엉덩이 냄새의 유혹 1300K , 텐바이텐, 바보사랑 판매중(사이트명 클릭하면 이동합니다^ㅅ^) 노랑 아줌마가 입맛을 다시며 기분좋게 길을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앗, 엉덩이다!'하며 반갑게 얼굴을 들이미는 녀석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친밀감을 표현할 때 엉덩이를 내밀곤 합니다. 사람의 기준으로 보기엔 좀 민망하지만, 그렇게 서로 냄새도 맡고 안부를 확인하곤 하지요. 꼬리를 쳐들고 기분 좋게 가는 아줌마를 보고, 엉덩이 냄새를 맡으라고 허락한 것인가 싶어 얼굴을 들이댄 모양입니다. 하지만 뒤에 누군가 따라오는 줄 알 턱이 없었던 노랑아줌마는, 털썩 자리에 앉아버립니다. 덕분에 고동이는 꼬리로 한 대 얼굴을 세차게 얻어맞았습니다. 꼬리가 회초리처럼 이마를 후려쳤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냄새를 맡는 걸 보니, 노랑아줌.. 2010. 10. 11.
아기 고양이의 나무타기 실력, 놀라워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스웨덴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에게는 자연의 모든 것이 놀이터가 됩니다. 도시 고양이들이 쓴다는 밍크털 방석 달린 캣타워나, 원목 캣타워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집 앞마당에서 자라는 나무 중에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골라 뛰어오르기만 하면 되니까요. 아직 어린 이 고양이도 2~3미터쯤은 충분히 혼자서도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조금 아찔하긴 하겠지만 말이에요. "아직 어려서 나무를 못 오를 줄 알았다고요?""에이 참, 벌써 이만큼 올라왔는걸요. 못 믿겠으면 맨 처음 사진과 비교해 보세요."'아, '나무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되게 넓구나.' 아직은 작기만 한 아기 고양이의 눈 아래 펼쳐진 세상은, 땅을 걸어다니며 보던 풍경과는 사뭇 다.. 2010.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