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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유혹, 고양이의 앞발접기 고양이의 앞발접기 신공을 아시나요? 한번 보면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고양이 특유의 애교 말이지요. 고양이가 앞발을 90도로 접어 ㄱ자 모양으로 만들고 턱에 붙이면, 그렇게 귀여울 수 없답니다.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요즘 스밀라의 지정석이 되어버린 거실의 가죽의자 위에서 스밀라가 가만히 누워 제 방 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스밀라가 가끔 제 방 문앞에 지키고 서 있을 때가 있어서, 편하게 누워있으라고 거실 한가운데 의자를 뒀는데, 거기 껌딱지가 되어 지내는 거죠. 이날도 제가 언제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더군요. 저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시선을 돌립니다. 자기는 방문쪽은 쳐다본 적도 없고 그냥 누워있었을 뿐이랍니다. 하지만 유혹의 앞발접기 자세는 풀지 않습니다. 스밀라는 이미 알고 있어요. ㄱ자로.. 2010. 11. 3.
[폴라로이드 고양이] 092. 냥 선생님의 시범 고양이가 식빵을 굽는 데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제딴에는 둥그런 식빵을 굽는다고는 하지만, 두 앞발을 가슴 아래 제대로 접어넣지 못해서 반죽이 삐죽 비어져나온 녀석이 태반입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식빵의 달인 냥 선생님은 내심 심기가 편치 않습니다. "식빵은 빵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 제대로 구워야 하건만...풋내 나는 것들이 그저 모양만 대충 흉내내면 다인 줄 아는구먼." 선생님의 꾸지람이 공허한 말로 그치지 않는 것은 직접 시범을 보여주시기 때문입니다. 묵묵히 식빵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냥 선생님의 솔선수범에 나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1. 2.
길고양이의 '깔개 찾아 삼만리' "길고양이가 뭘 알겠어. 깔개를 써봤어야 편한 줄 알지." 하고 지레짐작하진 않나요? 혹시 그렇게 생각한다면 살포시 메롱을 날려드리겠어요. 길고양이도 깔개를 좋아해요. 엉덩이에 자잘한 자갈이랑 뻣뻣한 나뭇잎이 자글자글 느껴지는 거, 우리도 싫거든요. 길고양이라고 엉덩이에 철판 깔고 다니는 건 아니니까요. 자갈밭 위에 무릎 꿇고 한번 앉아보세요, 얼마나 아픈가. '깔개 찾아 삼만리' 하느라고 아직 얼굴 세수도 못했어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신문지나 헌 담요, 스티로폼 같은 건 좋은 깔개가 되어주지요. 때론 사람들이 쓰는 시설물 위가 깔개 대용이 되기도 해요. 어쨌든 되도록 부셕부셕하거나 맨질맨질한 넓은 것이면 뭐든 깔개로 즐겨 쓸 수 있답니다. 신문지는 깔개 용도로도 좋지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더 좋.. 2010. 11. 1.
어머니의 길고양이 사진 선물, 뭉클해 감기로 며칠째 집에서 골골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카메라를 달라고 하십니다. 점심 약속이 있는데 카메라가 필요하다고요. 소형 똑딱이 카메라를 오토 모드에 맞춰서 전해드리곤 잊고 있었는데, 저녁에 어머니가 카메라를 건네며 “오늘 길고양이 찍었다”고 환하게 웃으십니다. 그러고는, 잘 찍혔는지 궁금하다며 얼른 열어보라고 재촉하시네요. 메모리를 확인해 보니, 근처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을 얻어먹으며 사는 듯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오두마니 웅크린 채로 등만 보이며 돌아앉아 있습니다. 얼굴이 궁금한데, 길고양이가 도망가는 바람에 얼굴까지는 찍지 못했다고 하네요. 자동차 밑에 길고양이가 웅크리고 있는 사진도 있네요. 점심 약속 있는 날 곱게 차려입고 나간 어머니가 길고양이 좋아하는 딸 보여주려고, 쭈그리고 앉아 .. 2010. 11. 1.
[폴라로이드 고양이] 090. 길고양이 M의 고백 안녕하세요. M이라고 합니다. 사실 그게 본명은 아닙니다만, 나를 본 사람들이 가끔 나더러 M이라고 부르더군요. 오래 전 납량드라마에 나온 여주인공의 레이저 눈빛과 내 눈빛이 꼭 닮았다면서요. 내 주위에는, 나 말고도 수많은 M이 있습니다. 한낮에 우리와 마주쳤을 때 그리 부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깊은 밤이 되고 도시의 어둠이 거리로 내려앉을 때 ... 밝은 매장에서 흘러나온 불빛에, 혹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가끔은 우리를 사진찍기 위해 터뜨리는 카메라 플래시에 우리 눈동자가 빛을 반사하면, 그렇게 보이나 봅니다. M이 무엇인지,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우리 길고양이들은 알 수 없지만, 그 단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표정에 약간의 껄끄러움과 두려움이 담긴 것을 보면 한밤중에 만나는 우리 눈동자가 그리 달갑지.. 2010. 10. 29.
암벽 타는 길고양이, 먹먹한 뒷모습 길고양이의 나무타기는 간혹 볼 수 있지만, 도심에서 암벽등반하는 길고양이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집 근처 뒷산 정도는 있어야 가능하겠죠. 길고양이 백비의 은신처 근처에도 암벽이 있습니다. 요령좋은 고양이 발로는 용케 다닐 수 있지만, 사람의 뭉툭한 발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재주가 없죠. 담벼락에 앉아있던 백비가 내려서더니, 암벽을 향해 잽싸게 몸을 날립니다. 산을 탈 때는 오르는 것보다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뛰어내리는 발걸음에 거침이 없습니다. 뒷발의 곰돌이 쿠션 신발은, 이럴 때 아쉬우나마 등산화가 되어줍니다. 깎아지른 바위 계단도 성큼성큼 잘 오릅니다. 사람으로 친다면 자기 허벅지만큼 올라오는, 높이가 꽤 되는 바위지만, 거리낌이 없습니다. 어중간히 낮은 경사의 바위산보다.. 2010.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