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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고양이섬 에노시마 산책길 보통 가마쿠라와 묶어 구경하는 도쿄 근교의 여름 휴양지, 에노시마는 고양이가 많기로도 유명한 섬입니다. 심지어 고양이를 위한 모금함까지 볼 수 있죠. 이곳에서 가이드북에도 없는 '고양이 바위'를 발견했어요. 스님들이 수도했다던 해식동굴 '이와야 동굴'과 사랑이 이뤄지는 전설의 장소로 유명한 '용연의 종' 등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은근히 비탈진 길이 많아서, 관광객을 겨냥한 에스컬레이터 탑승권도 판매할 정도입니다. 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고양이 사진을 찍으면서 쉬엄쉬엄 올라가보았습니다. 에노시마는 섬이지만 육지와 큰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배를 타지 않고도 진입할 수 있습니다. 다리 아래로 파란 바닷물이 찰랑찰랑하면 예뻤겠지만... 오른쪽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식빵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 2008. 9. 4.
고양이가 인도하는 백화점 속 헌책방 작년 여름 도쿄의 진보초 헌책방거리에 갔을 때, 고양이가 등장한 깜찍한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고양이가 광고모델을 맡은 헌책시장이라... 게다가 시내 한복판인 신주쿠 케이오백화점에서 헌책을 판다고? 귀여운 고양이 밀짚모자와 피크닉 바구니, 지도와 책... 여름휴가철에 잘 어울리는 연출이다. 헌책시장에 고양이를 내세운 것도 궁금했지만, 도대체 백화점에서 반짝 열리는 헌책시장이란 어떤걸까 궁금했다. 궁금증이 도져서 꼭 가보고 싶었지만 작년에는 여행 일정이 끝난 뒤에나 헌책시장이 열리는 터라 아쉽게 포기했는데, 올해엔 헌책시장이 열리는 기간을 맞춰 다시 도쿄를 방문했기에 드디어 찾아가볼 수 있었다. 오다큐선 전철 내부에 걸린 케이오백화점 헌책시장 광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고양이가 등장해 헌책시장 홍보대사를 .. 2008. 9. 2.
어린쥐 사냥하는 일본의 길냥이 여행지에서는,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따라 하루가 달라진다. 아침 골목길에서 어린쥐를 사냥하던 길고양이를 만난 그날은 내게 '운수 좋은 날'이었다. 한번도 직접 볼 수 없었던 쥐사냥 장면을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길고양이에게는 어쩌면 운수 나쁜 날이었을지도. 나는 여행지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기보다 타박타박 걷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차로 이동하면 이동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일찌감치 문을 닫는 일본 관광지에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이 지점에서 저 지점까지 이동하기까지 버려지는 시간을 줄이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습기, 열기, 모기'의 3종 세트와 싸워야 하는 한여름의 일본여행이라면, 그냥 속 편.. 2008. 8. 30.
나 억울해! 검은 길고양이의 항변 나는 사람들이 재수없다고 구박하는 까만 고양이. 인상이 어둡다고, 마녀의 고양이 같다고, 심지어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 까지 들먹이며 나를 불길하다고 해. 눈처럼 하얀 털옷을 입은 내 친구가 빛의 고양이라면, 나는 어둠의 고양이지. 내가 친구와 함께 있을 때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해. "아, 저 예쁜 흰고양이 좀 봐. 어쩜 길고양이인데도 저렇게 단정하고 깔끔할까?" "근데 저 까만 애는 뭐래...무섭게 째려보는 것 좀 봐." 사실 내 눈매나 친구 눈매나 비슷한데, 나는 왜 만날 이럴까. 하지만 나도 열심히 털 고르기를 한다고. 흰 옷에 먼지 묻으면 티도 안 나지만, 까만 옷은 얼마나 간수하기 힘든 줄 알아? 비듬 하나 떨어져도 지저분한 놈 소리나 듣고 말이지. 뭐, 혀빠지게 닦아도 별로 티는 안 나.. 2008. 8. 27.
동화처럼 예쁜 호숫가 고양이 미술관-일본 코노하나미술관 동화 속에 나오는 성처럼 아담하고 예쁜 일본의 고양이미술관 보셨나요? 후지산 근처의 호수마을 가와구치코에 자리잡은 코노하나미술관에 다녀왔어요. 코노하나미술관은 일러스트레이터 이케다 아키코의 고양이 캐릭터 '다얀'의 일러스트레이션 원화, 깜찍한 미니어처 오브제가 전시된 곳입니다. 환상의 세계 '와치필드'에서 살아가는 다얀의 친구 고양이 지탄, 귀여운 흰고양이 바닐라, 토끼 마시를 비롯한 다얀 친구들의 세계를 볼 수 있어요. 역시 고양이 마니아로서 고양이미술관은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도쿄 여행 중 하루를 빼서 갔다왔지요. 신주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가와구치코행 고속버스를 타고 1시간 45분 정도 달리면 가와구치코 역에 도착합니다. 도쿄와 가와구치코를 왕복한다면 이동시간만 4시간을 잡아야 해요. 저는 7시 .. 2008. 8. 26.
일본 공동묘지에서 열린 고양이 만찬 화려한 식탁도 진수성찬도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따뜻해지는 고양이 만찬. 만약 일본여행 중에 야나카 레이엔(谷中霊園)을 들를 기회가 있다면, 운좋게 그 광경을 목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일본의 유명한 공동묘지 야나카 레이엔에서 열린 '고양이 만찬' 장소를 찾아가봤다. 일본에서 길고양이를 만날 확률이 높은 곳을 세 군데만 꼽으라면 단연 묘지, 절, 주택가 골목이다. 골목이야 한국에서도 길고양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묘지나 사찰에 길고양이가 있다는 건 의외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외진 곳에 있는 데다 인적도 드물어 먹을것도 없어 보이는 한국 묘지와 달리 주택가 한가운데서도 묘지를 흔히 볼 수 있어, 머물 곳이 마땅치 않은 고양이들의 쉼터로 애용된다. 특히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의 손길은 이들 묘지 고양.. 2008.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