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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가 잘 조성되어 도심에서도 다양한 새를 볼 수 있는 스톡홀름에서는,

길고양이보다 야생조류를 만나는 것이 더 빈번한 일입니다. 이 고양이도

우연히 마주친 새를 노리고 있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만큼 크게 보이는 걸 보면, 제법 몸집이 큰 새입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제 몸집을 생각하지 않고 새를 잡을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 달려나가야 새를 잡을 수 있을지 신중하게 거리를 가늠해봅니다.

몸은 도약을 위해 낮추고 뒷발도 동당동당, 뛰어나갈 준비를 갖췄습니다.

벌써 처음보다 두세 걸음 앞으로 나선 상황, 뒷모습을 지켜보는 저에게도

긴박감이 감돕니다.


한데 왠지 뒤꼭지가 따끔했는지 새가 느릿느릿 돌아섭니다. 멀기는 하지만

고양이가 자기를 노리고 몸을 숙인 것을 보지 못했을 리 없습니다. 

새의 유일한 무기인 날개를 활짝 펼쳐 멀리멀리 날아가 버립니다. 


동당거리며 낮춘 엉덩이를 들어보지도 못한 채로, 고양이는 그만 망연자실

새가 날아간 곳을 바라만 봅니다. 고양이는 사냥에 실패하면 딴짓을 하는데

그 이유는 자존심이 강해서 실패를 인정하기 싫은 것이라고도 하고, 혹은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고도 합니다.



방금 전까지 새가 머물던 장소로 걸어나와서  "에잉, 내 신세야..." 하고

푸념이라도 하듯 벌렁 드러눕는 고양이입니다. 언젠가 새를 잡으려다 실패한

고양이가 허탈해하며 털썩 옆으로 쓰러지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이 고양이에게도 사냥 실패의 좌절감은 그렇게 드러나는가 봅니다.

눈을 지그시 감은 표정이 '될대로 되라' 하고 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방금 전의 실패는 잊어버리고 '에라, 등이나 지지자' 하고

마음을 달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기운 내,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하고 고양이에게 넌지시 응원을 건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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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가 따끈한 햇빛에 등을 데우고 노골노골해진 몸을 누입니다.

기분 좋게 데워진 몸은 점점 바닥으로 납작 눕혀집니다. 하지만 아직 

초롱초롱한 눈은 여전합니다. 졸음신이 찾아오려면 멀었습니다. 

투명한 바다를 닮은 맑은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유리구슬처럼 빛납니다. 

등은 이미 노릇노릇하게 잘 데워졌으니, 뱃살을 데울 차례인가 봅니다.

혹시나 팔 안쪽까지 잘 데워지지 않을까 싶어, 두 팔을 쫙 벌려 가지고

햇빛과 포옹해 봅니다. 고양이처럼 햇빛을 사랑하는 동물이 있을까요?

햇빛은 고양이의 타고난 미모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주는 친구이기도 하죠.

고양이의 유리구슬 같은 투명한 눈도, 햇빛의 힘이 없으면 그 빛을 잃고요.

고양이 귀가 저렇게 선명한 분홍색으로 보이는 것도, 햇빛의 힘이랍니다.

게다가 저렇게 햇빛을 쬐는 동안 비타민D도 자연스럽게 생겨난다고 하니

고양이는 햇빛에 많이 고마워해야 되겠어요.

그래서 고양이가 눈 속에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빛을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햇빛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서, 부자에게나 가난한 사람에게나...혹은

집고양이나 길고양이나 관계없이 모두에게 따뜻함을 나누어줍니다.

아기 고양이가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었던 비결에는, 햇빛의 숨은 힘도

있었다는 거, 이제는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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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사람은 서로 사용하는 말이 다르지만, 외국여행에서 원초적인 바디랭귀지가

통하듯이, 몇 가지 규칙만 숙지한다면 고양이의 감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서로 이해할수록, 단순한 형태이긴 하지만 동물과 의사소통도 할 수 있겠죠.

'갸웃~' 하는 모습은 사람에게나 고양이에게나 마찬가지인 "너 누구니?"지만,

고양이만 할 수 있는 바디랭귀지가 있답니다.


바로, 커다란 귀를 뒤로 힘껏 젖혀 "아휴~ 깜짝이야" 하고 말하는 것이죠.

놀랐을 때, 혹은 기분이 꿀꿀할 때도 저렇게 귀를 납작하게 만들어서 휙

날리는 행동을 합니다만, 동그란 눈동자의 표정과 함께 어우러지면

감정이 더욱 살아나지요^^




카메라를 들고 성큼 다가가니, 방심한 자세로 있다가 화들짝 놀란 것 같아요.

고양이의 감정 표현은 다양하지만, 저는 이렇게 귀를 휙 젖힌 자세가 참 좋더라고요.

그 모양이 꼭 나방 같아서, 나비야~하고 부르는 고양이의 별명과도 잘 어울려요.


"깜짝 놀랐잖아요~ 온다고 말이라도 하고 오던가..." 하는 듯한 새초롬한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고양이. 그래서 고양이의 매력에 더욱 빠질 수밖에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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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는 인간의 기준으로는 알 수 없는 치유의 힘이 있는 듯합니다. 

근심 없이 평화롭게 뛰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울적했던 마음은 

어느새 차분해지고 입가에는 '엄마 미소'를 띠게 됩니다. 굳이 동물매개치료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동물과 함께 교감하면 삶의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답니다.  


그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겠지만, 고양이가 제 삶에 살며시 걸어들어온 뒤로

일어난 많은 변화를 스스로 충분히 알고 있기에, 더욱 그런 믿음에 확신을

갖게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좀 엉뚱하게 보이겠지만, 고양이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도

저에게는 그렇게 마음을 다독여줄 새로운 친구를 찾는 일이 됩니다.

스웨덴에서의 일정 중에, 농가에서 자유롭게 외출을 즐기며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만난 것은 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답니다.

어린 고양이 열 마리가 우당탕탕 소란을 피우며 뛰어놀고 잠들고 먹는

왁자지껄한 일상을 도시에서 경험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수풀을 헤치며 모험을 즐기는 아기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는 경험도

할 수 없었겠죠. 이제는 벌써 어엿한 성묘가 되었을 아기 고양이들은

사진 속에서는 여전히 앳된 모습으로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간이 고양이의 털빛과 품종을 구분하듯이, 고양이도 제가 어딘지 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을까요? 회색 줄무늬 고양이가 "여기 이상한 거 있다" 하는 눈빛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사이, 노랑둥이 아기 고양이가 "뭔데, 뭔데?" 하고 참견하며

뒤따릅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두 마리의 고양이. 세상의 모든 순수함을

동그란 눈동자 안에 담은 듯합니다. 사람처럼 앞발로 나뭇가지를 꽉 움켜쥔

저 도톰한 앞발을 한번 잡아보고 싶었지만, 그러면 아기 고양이의 작은 평화가

깨어질 것 같아서, 서로 조용히 눈만 맞추고 있습니다.


아기 고양이의 숲속 놀이터에서 제가 경험했던 평안을, 이 사진을 보는 분들께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고양이가 지닌 치유의 힘을 믿어보세요. 행복해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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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서는 길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는 집에서 사는 동물'이고

'외출할 때는 이동장에' 라는
규칙이 일종의 불문율처럼 지켜지는 듯하다. 그러니

길에서 고양이가 발견되는 건,
서울 한복판에 야생동물인 삵이 출몰하는 것만큼이나

예외적인 일이다. 오죽하면 길고양이 구조 기사가 지역신문에 기사로 나기까지 할까.


그래도 혹시 골목에서 길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찾아간 곳은
감라 스탄.

스톡홀름의 구시가지로 한국의 인사동처럼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도 많고 인파로 붐비지만,

두어 블록 안으로 걸어들어가면 의외로 인적이 드물다. 어쩌면 이곳에서 길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뒷골목에는 대개 고양이들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 날 고양이를 만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약속 없이 고양이를 만나기란

힘든 모양이다. 대신 유럽 어디서나 그렇듯 산책하는 개는 흔히 볼 수 있었다. 

목줄도 없이 혼자 걷는 단발머리 개와 반려인 커플을 만난 것도 이곳에서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까만 단발머리의 개가 고개를 푹 숙이고 골목을 걷는다. 

도심 한가운데서 목줄 없이 걷는 개를 본 건 처음이라, 유기견인가 싶어 뒤를 따라가본다.

묵묵히 걷는 개의 몇 걸음 앞을 바라보니 목줄을 손에 말아쥔 할머니가 앞서가고 있다.


개는 죄라도 지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할머니를 따라간다.


아래위로 검푸른 옷을 입어 그런지 할머니의 새하얀 단발머리가 유독 빛났다.

한데 그 모습이 뒤따르는 개의 까만 단발머리와 많이 닮아서 슬며시 웃음이 났다.

할머니 머리에서 빠져나간 검은 기운이 몸을 얻어 검은 개의 모습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고.  그러지 않고서야 뒤따르는 개를 투명인간이라도 된 양

모른척 앞서갈 수 있을까 싶은 게다. 왜 목줄을 풀고 따로 걷는지도 의문이다.

할머니 말을 안 듣고 속이라도 썩였나? 그래서 네 멋대로 하라고 목줄을 아예 풀었을까?

이런 상상을 하는 사이 할머니와 개는 타박
타박 걸어 눈앞에서 멀어져갔다. 


처칠은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는 우울증을 '검은 개'란 별칭으로 불렀다는데

어쩌면 처칠을 괴롭혔던 우울증도 저 개처럼 주변을 맴돌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미 자기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래서 더욱 외면할 수 없는 감정을 인정할 수도,

그렇다고 흔쾌히 받아들일 수도 없는 그런 마음을 내내 지니고 살았으리라.

마음에 올라타 네 개의 앞발로 심장을 꾹 누르는 검은 개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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