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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북부 신베이 시의 작은 마을 스펀(十分)은 풍등 날리기로 유명한 곳이다. 종이로 만든 등의 사면에 소원을 적고 등 안에 불을 붙인 다음 하늘로 띄워 보내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말에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말에는 묘한 끌림이 있다. 꼭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으면 뭐 어떤가. 소원을 적기 위해 고민하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절실히 바라는 게 무엇인지 깨닫는 것,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테니까. 딱히 관광명소라 할 만한 곳이 없는 시골 마을로 오로지 풍등을 날리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이 줄을 잇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먹물 적신 붓을 들어 정성껏 뭔가를 적어 내려가는 사람들의 소원은 뭘까 궁금해져 기웃거린다. 어떤 이는 세계평화처럼 거창한 목표를 적기도 하고, 어떤 이는 부자가 되게 해달라거나 가족의 평안 같은 현실적인 소원을 빈다. 기찻길 따라 수십 개의 풍등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내 소원도 슬쩍 얹어본다. ‘우리나라 길고양이들이 지금보다 좀 더 평안하게 살게 해 주세요’ ‘가는 길마다 고양이들을 만나게 해 주세요’ 하고.

 

풍등이 날아오르는 기찻길을 뒤로하고 바삐 걸음을 옮겼다. 이날의 목적지는 신베이 시에서 ‘타이완의 나이아가라 폭포’로 자랑하는 스펀 폭포였다. 폭포 구경도 좋지만, 내 목표는 폭포 옆 노천카페였다. 이곳에서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스펀 역에서 스펀 폭포까지는 도보 30여 분이 넘는 거리라 했다. 고양이 여행 중에는 하루에 몇 시간씩 내리 걷는 건 기본이니 그 정도쯤이야 괜찮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도심 번화가를 걷는 것과, 인적도 없는 시골 차도를 걷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중간에 관광안내센터가 보여 반가운 마음으로 들렀지만, 그곳에서 받은 지도의 스펀 폭포 위치가 나를 고민에 빠뜨렸다. 지금까지도 꽤 걸었는데 앞으로도 그만큼은 더 가야 한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 지도마저도 무척 간략해서 혼자 찾아갈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다.

 

그 순간 뒤늦게 떠오른 생각 하나. 초행길의 도보 30여 분은 체감 상 1시간에 가까운 거리이고, 헤매다 보면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걸. 순간 고민했다. 지금까지 걸은 게 아깝지만 돌아가는 게 나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가야 할지. 때마침 부슬비도 내리고 하늘까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일본 영화 ‘안경’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무리 걸어도 찾는 숙소가 나오지 않자 불안해하는 주인공에게 주어진 메시지는 이랬다. “불안해지는 지점부터 2km를 더 가라.” 그래,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계속 가기로 결심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스펀 폭포의 노천카페에선 기대했던 대로 고양이를 만날 수 있었다. 같은 배에서 나온 것이 확실해 보이는 고동색 얼룩무늬 고양이가 넷, 쌍둥이 같은 노랑둥이가 둘, 흰 바탕에 고등어무늬가 있는 고양이까지 일곱 마리가 숙식하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카페를 찾는 손님들에게 간식을 얻어먹기도 하고, 밥그릇에 놓인 밥을 먹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차가 상시 다니는 곳도 아니니 산책을 다니다가 로드킬을 당할 우려도 없고, 영역 다툼을 하느라 피 흘릴 일도 없다. 고양이에겐 그야말로 행운의 서식지라고나 할까.

 

폭포를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는 고양이 곁에 앉아 기운을 충전했다가 다시 스펀 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무사히 여행을 마쳤음에 감사하면서. 오직 고양이만을 찾아 낯선 곳을 떠도는 여행자에게 행운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목적지에서 성사된 고양이와의 우연한 만남만큼 짜릿한 행운은 없다.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 잡고 가는 것도 아니고, 처음 가보는 목적지를 제대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조차 없지만 그래도 떠난다. 삶이 예측할 수 없기에 막막하고 때론 불안하듯 고양이 여행도 마찬가지지만, 일단 가보는 거다. 시도조차 하지 않고 꿈만 꾼다고 해서 소원이 이뤄지는 건 아니니까.

 

‖ 일곱 마리 고양이들이 노천카페를 지키며 손님을 맞이한다. ‖

 

 

‖ 식빵 굽는 고양이를 조심스레 쓰다듬는 아이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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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중샤오푸싱 역에는 타이완의 명물들을 귀여운 벽화로 그려놓은 장소가 있다. 중샤오푸싱 역에서 환승해 동물원 역으로 가는 길에 찍어본 벽화인데, 이날은 타원형 표시선 안쪽에 그려진 장소, 마오콩(貓空)을 찾아간다. 곤돌라 아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그림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은 곤돌라를 타고 발아래 펼쳐진 절경을 돌아볼 수도 있고, 역을 따라 늘어선 찻집을 골라 다양한 전통차를 음미할 수도 있는 곳이다. 곤돌라 탑승역이 타이페이동물원 바로 옆에 있어서 동물을 찾아가는 여행을 주로 하는 내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마오콩 곤돌라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역시 고양이다. 타이완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지명에 '고양이 묘' 자가 들어가기 때문인데, 고양이가 머리에 쓴 모자 부분을 잘 보면 곤돌라 관람창 모양을 딴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캐릭터는 마오콩 곤돌라를 타러 가는 길에 있던 인포메이션 센터에 있던 건데, 이곳에서 잠시 더위도 식히고 기념품도 구입할 수 있다.

 

마오콩 곤돌라의 외장은 다양한 동물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바로 옆에 동물원이 있기 때문.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관람차와 일반 관람차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크리스털 관람차는 사방뿐 아니라 바닥까지 투명해서 발아래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대기줄이 긴 것이 단점이다. 이날은 날씨도 너무 덥고 오래 기다리다가 미리부터 지칠 것 같아 일반 관람차를 탑승하기로 했다.

 

이곳에 마오콩이라는 지명이 붙은 이유로 두 가지 설이 전해지는데, 마치 거대한 고양이가 나타나 발톱으로 파낸 것처럼 지형이 파여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의 모양이 마치 고양이 발톱자국 같아서 그렇다고도 한다. 거대한 고양이가 땅을 파면서 발톱질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쩐지 흥미진진해져서, 나는 전자 쪽에 더 마음이 갔다. 이를테면 나는 거대고양이의 발톱자국 위를 날고 있는 것이다.

 


마오콩 곤돌라는 총 길이가 4km에 달한다고 한다. 제법 거리가 길다 보니 한가롭게 경치를 구경하며 갈 수 있다. 

 

종점에 내리면, 마오콩 역에서는 마오콩을 즐기는 세 가지 방법을 안내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첫 번째는 이곳의 특산물인 차를 즐기고, 두 번째는 이곳의 오래된 절경을 즐기고, 세 번째는 자연생태를 즐기는 여행을 하는 것. 번잡한 관광지를 떠나 한가롭게 쉬어가고 싶다면, 마오콩이 적당하다. 안내자로는 역시 고양이 모델이 수고해주었다.

마오콩역 아니랄까봐, 표지판에도 곳곳이 고양이 모습. 길을 따라 늘어선 찻집에도 간혹 고양이 모양의 소품이 있어, 마오콩 속에 숨은 고양이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전통찻집도 많았지만, 내 눈길을 잡아끈 건 바로 이 노천카페. '묘공간'이라는 한자 간판이 눈길을 잡아끌었고, 고양이 두 마리가 야경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뒷모습이 어쩐지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실내 찻집도 있지만, 이런 노천카페에서 자연풍을 맞으며 잠시 다리를 쉬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 멀리 왼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마오콩 역. 하늘이 맑은 날은 오른편의 101빌딩도 한눈에 들어온다 하는데, 이날은 아쉽게도 날이 흐렸다.  

 

지치지 않을 만큼 산책로를 거닐다 다시 마오콩 곤돌라역으로 향한다. 마오콩을 지키는 고양이 석상들과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 다음에 타이페이에 들른다면, 조금 무섭더라도 크리스털 관람차를 타고 구름을 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해보고 싶다.

 

마오콩 곤돌라를 끝으로 타이완 고양이 여행기도 어느덧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타이완에서 나만의 추억을 만들 장소를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다. 고양이 마을 허우퉁이나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이 되었던 주펀, 일몰이 아름다운 단수이 등 여느 관광지에서도 고양이와 관련된 명소가 숨어있고, 마오콩처럼 지명에 고양이와 연관된 사연이 숨어있어 나만의 상상을 펼칠 수도 있으니까. 타이완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항공료가 부담스러워 선뜻 떠나기 어려운 곳이었지만, 저가항공이 취항하면서 상대적으로 여행경비 부담이 줄어든 여행지다. 작년 6월에 훌쩍 타이완으로 고양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던 것도 특가항공권 덕분이었다. 일에 치여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1년 전의 여행기를 틈틈이 정리해 내놓는 건, 타이완으로 고양이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서다. 나라를 초월해 일상 속의 고양이가 친근하게 존재하는 풍경을 자주 접하게 될 수록, 고양이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변화해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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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고양이 여행을 다녀온지 무려 1년만에 정리해보는 타이완 여행기가 슬슬 끝이 보인다. 원래 일정상 제일 먼저 다녀왔던 곳이 주펀이었고, 이날은 다른 곳을 가지 않고 해가 질 때까지 머물며 고양이들과 여유롭게 놀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펀행 버스에서 물건을 하나 분실하는 바람에 계획대로 여행하기가 힘들었다. 낯선 나라에서 여행을 하는 동안 사건사고 없이 여행을 잘 마치기를 바라지만, 가끔 생각지 못한 일이 생기곤 한다. 골목 안쪽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주펀은 고양이 마을 허우퉁과 함께 타이완에서 가장 인상깊은 여행지 중 하나였지만, 씁쓸한 분실의 추억 때문에 나도 모르게 여행기의 뒷전으로 밀려난 것 같다.  

 


주펀은 중국 국민당 정부군이 타이완 원주민 2만 명을 학살한 '얼얼바'(2·28)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비정성시'의 촬영지로도 유명해서, 타이완 사람들뿐 아니라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사람을 겁내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애묘인들이 좋아할 만한 여행지이기도 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타이완 사람들의 성향을 알 수 있는 가게 중 하나가 고양이 아트상품 가게 '헨리숍'인데, 주펀에도 분점이 있다. 타이페이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매장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고양이가 동그랗게 눈을 뜨고 한쪽 앞발을 들어 손님을 부르는 모습에 이끌려 다가가보면, 자동문 앞쪽으로 고양이들의 천국이 펼쳐진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기념품 가게 중 하나. 헨리 리가 그린 돌고양이 그림을 토대로 만든 고양이 모양의 마우스패드 같은 소품은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좋다.

지우펀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고양이들. 관광객이 제법 많은데도 개의치않고 낮잠을 자거나 자유로이 돌아다니고 있다.

 

 관광객이 오가는 길목에서 이렇게 식빵을 굽고 있는 녀석도. 고양이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일본의 여름도 습하고 무더워 다니기가 힘들었지만, 6월의 타이완은 한 술 더 뜨는 날씨였다. 그래서 고양이들도 체력을 아끼기 위해 낮에는 이렇게 잠자고 있는 녀석들이 많은 모양이다. 

 

주펀(九份)은 과거 이 일대에 아홉 집만 살았을 만큼 자그마한 동네였는데, 마을이 산을 따라 형성되다보니 물건을 들여오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홉 집이 쓸 물건을 한번에 구입해와서 다시 나누었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고양이가 누운 자리를 보니, 그런 이름이 붙은 이유를 알겠다. 
 

마음이 복잡하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서만큼은 잠시 머물며 고양이와 함께 쉬어간다. 고양이는 어쩔 수 없는 일 앞에서도 위로를 주는 동물이기도 하니까. 아마도 주펀에서 가장 전망좋은 잠자리를 얻었을 녀석. 사람들이 귀여워하며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달아나지 않는다.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이 근처에 오래 머물며 사진을 찍었을 텐데, 이 즈음엔 이미 물건이 없어진 걸 깨달은 상황. 하필 잃어버린 것이 전화기였고, 이날의 숙소도 애매하게 된 상황이라 마음이 급했다. 오랫동안 기대했고 그만큼 어렵게 시간 내어 찾아온 곳이지만, 다른 여행지와 달리 한가롭게 사진 찍을 경황이 거의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해가 저물고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 길, 아까와는 다른 모습으로 가게들이 불을 밝힌다. 주펀에서 물건을 잃어버린 건 아마 다른 좋은 기회에 다시 이곳으로 찾아오라는 뜻이 아닐까. 마음은 울적하지만, 빈손으로 돌아가기는 아쉽고 해서 기념으로 고양이 모양의 조그마한 오카리나를 사들고 시내로 돌아간다. 다음에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주펀의 길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길 바라며.

 

6/26(수) 오후 7시, 홍대 살롱드팩토리에서 만나요^^

->6/23까지 신청 가능(배너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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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에 다녀왔던 타이완 고양이 여행기를 마저 이어간다. 석양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한 단수이에는 아담한 길고양이 동상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생전에 길고양이 보호활동으로 유명했던 여성의 동상과 그 곁을 지키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인데, 실제 길고양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장소라고도 하니 타이완의 길고양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찾아가볼 만하다. 길고양이를 응원하는 유허서점에 비치된 길고양이 지도를 참고해서 직진하다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단수이 길고양이를 찾아 산책하다보니 어느덧 해는 저물었지만, 드라마인지 영화를 촬영하는지 조명을 켜놓고 촬영하는 사람들이 있어 어둠 속에서도 동상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평소 사랑하던 길고양이들과 함께 앉은 여성의 모습. 이 동상은 2011년 제작된 것으로, 길고양이 보호활동에 앞장섰던 그녀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동상 뒤편 주차장에 사는 단수이 길고양이가 문안인사를 나왔다. 마치 동상이었던 길고양이 중 하나가 문득 일어나 다가온 것처럼 절묘한 순간이다.

 

단수이 길고양이 지도에서 알려준 것처럼 동상 주변에는 길고양이가 많았다. 한쪽 귀끝이 잘린 TNR 고양이도 눈에 띈다.

 

 어둠 속에서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는 길고양이. 한국도 타이완도 길고양이의 생김새는 크게 다를 것 없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친숙한 털옷의 노랑둥이 고양이다.

 

젖먹이를 키우는 어미 고양이인듯, 젖이 불어있는  고양이도 만날 수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 양생 중에 찍혔을 고양이 발자국을 보면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길고양이들이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밤바람을 맞으며 6월의 무더위를 식히고 있던 시민들. 그 사이로 길고양이 동상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길고양이를 사랑했던 그녀의 영혼도 함께.

 

길고양이와 함께 걸었던 10년간의 추억,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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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수이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나치지 못할 책방이 있다. 타이완 여행을 계획 중인 애묘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고양이 후원 책방, 유허서점(有河BOOK)이 그곳이다. 작년 6월 타이완 고양이 여행을 떠났을 때, 고양이 마을 허우퉁과 함께 꼭 가봐야할 장소로 일찌감치 점찍어둔 곳도 여기였다. 고양이, 미술, 책이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 언제나 마음 속에 그렸던 고양이 책방의 이상향과 가장 가까운 곳이었으니까.

 

단수이 역에서 물가를 따라 걷다보면 파란색 책방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책방 왼쪽에는 돌멩이에 그린 듯한 사실적인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한 '헨리숍'도 함께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헨리숍은 고양이 그림작가 헨리 리의 그림을 토대로 다양한 팬시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인데, 몇 년 전 스톡홀름 여행 중에 헨리숍 분점을 처음 발견하고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타이완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소개될만큼 유명한 고양이 아트숍이기도 하니, 책방을 들렀다 나오는 길에 겸사겸사 헨리숍에 들러 고양이 기념품을 사도 좋겠다.

유허서점은 2층에 있다. 서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천연덕스럽게 앉아 있는 길고양이 문지기를 지나쳐야 한다.  

 

책방 안에는 온통 고양이. 그날 책방 안팎에서 만난 고양이만도 예닐곱 마리였으니, 고양이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기엔 충분했다.

 

유허서점은 책방과 북카페를 겸하고 있어서, 일반 서점과는 다르게 느슨하고 편안한 분위기다. 그야말로 고양이스러운 공간. 서점 규모는 작아도 인문, 예술, 생태, 여행 분야의 서적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어, 꼭 찾아올 사람만 찾아오는 특화된 서점이다. 특히 고양이 책도 다수 갖춰져 있어서, 굳이 대형서점에 가지 않아도 타이완에서 출간된 고양이 책들을 일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고양이 여행을 할 때면 꼭 그 나라의 서점을 찾아가보는 나로서는, 이렇게 한 군데 고양이 책을 모아놓은 곳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계산대와 커피를 만드는 곳을 겸한 테이블 맞은편에는 이렇게 고양이 쉼터가 있어서,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쉬거나 돌아다닌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에 누가 뭐라할 사람도 없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깔개는 역시 나라를 막론하고 깔깔한 골판지다. 스크래처로도 쓸 수 있으니 일석이조.

 

책방 안에서 내 마음에 가장 들었던 공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곳에서 고양이들은 평화롭다.

 

작년에 들렀을 때 판매 중이던  2012년 고양이 달력에는 위 사진에서처럼 단수이 주변을 유유히 산책하는 고양이를 필두로 다양한 사진들이 들어가 있었는데, 올해는 또 어떤 사진으로 달력이 만들어졌을지 궁금해진다. 길고양이 사진을 토대로 만든 에코백도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 중 하나다. 유허서점에서는 단수이 길고양이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달력과 사진엽서를 위탁판매하면서 길고양이를 돕고 있다. 또한 단수이 일대의 길고양이 지도를 비치하여 고양이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전단지 형식으로 접어 보관할 수 있는 지도 뒷면에는 길고양이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안내하는 그림과 글이 적혀 있어서 유용하다. 

부인과 함께 서점을 운영 중인 데니스 첸 씨께  미리 준비해간 길고양이 사진 액자를 선물로 드리면서 "한국 길고양이 사진"이라고 알려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한국 길고양이의 매력을 전할 수 있어서 뿌듯했던^ㅅ^ 나라는 달라도 길고양이를 응원하는 마음은 역시 같다는 걸 새삼 느낀다.

 

단수이를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로만 생각했던 분들이라면, 유허서점에 꼭 한 번 들러보시길. 대만의 길고양이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 뿐더러, 길고양이를 응원하는 이 책방에서 뿌듯한 충만감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세계 고양이 여행을 다니는 동안, 책과 고양이가 함께한 다양한 공간을 접하게 된다. 그때마다 나만의 고양이 책방을 꿈꾼다. 마당 한켠에는 길고양이가 안심하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급식소를 마련해 두고, 서점 안에는 동물 관련 서적이 가득히 꽂힌 책방. 혹은 책방이 아니더라도 다치바나 다카시의 개인도서관 '고양이 빌딩'처럼, 거대한 고양이 그림이 건물 한 면을 가득 채운 작은 도서관이어도 좋겠다. 때때로 그곳에서 소박한 고양이 전시를 열고, 길고양이 후원상품을 판매해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수익금을 나눔할 수도 있으면 좋겠다. 언제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요원하지만, 마음속으로만 그리던 고양이 책방이 다른 나라 어딘가에서 활발하게 운영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힘이 난다. 내가 꿈꾸는 삶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산 증거이기도 하니 말이다.

 

길고양이와 함께 걸었던 10년간의 추억,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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