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 기행을 좋아하지만, 프랑스의 명사들이 지하에 안장된

파리의 팡테옹은 원래 방문 예정에는 없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이집트 고양이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죠.

푸코의 진자 옆에 우뚝 서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고양이의 모습에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가 봅니다.

팡테옹은 원래 성녀 주느비에브의 이름을 딴 성당이었다가,

프랑스 대혁명에 기여한 이들을 이곳에 안장하면서

현재는 프랑스 명사들의 무덤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꽤 덩치가 커서 거의 표범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고양이들이 흔히 하는, 앞발 얌전히 모으고 꼬리를 엉덩이 옆으로

착 붙인 모범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목에는 영생을

상징하는 딱정벌레 문양의 목걸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지하무덤에 안장된 이들의 영생을 기원하는 의미인 듯합니다.

청동으로 빚었나 했더니, 밑받침의 코팅이 까진 걸로 봐서는

그냥 코팅만 했던가, 비슷한 색으로 칠하기만 한 모양입니다.
 
천장 돔 벽화에는 예수님과 잔 다르크로 추정되는 여인이 있습니다.

예수님 옆의 천사장 눈빛이 "저 이교도의 고양이가 왜 여기 있지?"

하고 못마땅해하는 것 같네요. 이집트 여신 바스테트의 화신으로

인식되어온 이집트 고양이가 왜 프랑스 명사들의 무덤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 의아할 법합니다. 
이집트 고양이 상이 뭔가 팡테옹과 관련이 있는 역사적인 유물이라면

여기 있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밑받침 코팅이 까질 만큼

약간은 저렴하게 만들어진 느낌이라... 유서 깊은 유물 같진 않았어요.

마음 한 구석엔 뭔가 좀 부조화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만

뜻밖의 장소에서 고양이 조각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웠던

팡테옹 방문이었습니다.

약간은 고리타분한 장소일 거라고 여겼던 팡테옹에는 의외로 눈여겨 볼 것들이

많았습니다. 퓌비 드 샤반느의 벽화인 '성녀 주느비에브의 일생'도

그냥 슥 지나치기엔 아까운 아름다운 그림들입니다. 생텍쥐페리를 기리는

표지석도 있고요.

그 와중에도 푸코의 진자는 사람들의 의문도 아랑곳없이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열심히~

팡테옹은 지하무덤으로도 유명하지만, 파리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파리 뮤지엄 패스를 갖고 계신다면

이동 동선에 꼭 넣어보세요. 투어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꼬불꼬불

달팽이집처럼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 멋진 전망을 볼 수 있으니까요.

전망대 투어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하세요. 

저 문으로 올라가면 제일 높은 돔 안에서 파리 전망을 볼 수 있답니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프랑스 고양이 여행의 기억을 되살려 봅니다. 

오래 전에 알던 친구를 낯선 여행지에서 만났을 때

신기함과 기쁨은 배가 됩니다. 2008년 대학로에서 본
 
노란 고양이 그래피티 또마를, 올해 여름 프랑스 여행

중에
다시 만났을 때도 그렇게 반갑고 재미있었답니다.

또마를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겨울 대학로에서였는데요,

아마 이때 작가가 한국에 와서 작업을 한 모양입니다.

작가는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고양이 가면을 쓰는데

그 고양이 가면이 풀빵장수 아주머니의 포장마차에도

붙어있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노란 고양이 옆에 홈페이지 주소가 적혀 있어서 들어가

보고 나서, 한국 작가의 그래피티가 아니라  프랑스에서

작업 중인 작가의 작품임을 알 수 있었어요.


씨익 웃는 이빨과 부릅뜬 눈이 인상적인 노란 고양이

'또마(TTOMA)'는 프랑스 작가 Thoma Vuille의 작품으로,

프랑스어가 서툰 파키스탄 소녀가 장난스럽게 그린

고양이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은 작가는, 그때부터

국가를 넘어 세계의 모든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고양이 그래피티를 프랑스 전역에 그리기 시작했다 합니다.

1997년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시작된 또마의 그림은 

세계 80여 개 나라에 그려져 있다고 하네요.

집으로 돌아가던 길, 음식점 옆에도 그려져 있던

또 다른 또마. 이렇게 게릴라식으로 서울에 그려진

또마 그림이 꽤 되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 그림으로 세계인과 소통하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가

흥미로워서, 언젠가 프랑스에 들르면 노란 고양이 또마를

꼭 찾아봐야지 하고 마음먹었는데 올 여름 들렀던 파리에서

또마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림이 그려진 정확한 위치를 미리

알 수 없어서 운에 맡기고 돌아다니다 퐁피두 센터 뒷길에서

만난 또마! 정말 반가웠답니다.

작가의 초창기 작업은 이렇게 사람들이 근접하기 힘든

높은 건물 담벼락에 또마를 그리고 사라지는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저렇게 높은 곳에 그려놓으면 누군가 와서

자기 그림에 덮어씌워 그릴 염려도 없었을 것 같네요. 

초기 또마는 최근 그림보다는 약간 뚱뚱한 모습입니다. 

대학로에 그려졌던 것보다 생김새도 좀 더 투박하네요.

저길 어떻게 올라갔나 싶습니다. 작가의 집념이란 대단하죠?


초기 또마에서 약간 변형되어 캐릭터의 성격을 강조한

노란 고양이도 있습니다. 얼굴에 고양이를 그려넣는 대신

둥근 원으로 단순화시키고, 날개를 그려넣어 날개 달린

천사 고양이로 변신한 또마도 만날 수 있었어요.

뚱뚱한 노랑 고양이에서 좀 더 사랑스런 모습으로

바뀌었어요. 이 고양이 그래피티는 파리 지하철

역내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나오던 길에 만난 고양이 그래피티.

노란색으로 칠하고 얼굴 표정을 그려넣는 대신, 스프레이로

잽싸게 그림을 완성한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선묘 중심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까만 스프레이 하나만 있으면 쉭쉭 순식간에

그림을 그려넣을 수 있겠어요. 그림이 좋은 것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키스탄 소녀가 그린 작은 고양이 그림에 실마리를 얻어

세계인에게 웃음을 주는 고양이 그래피티가 된 또마.

이렇게 고양이 여행 중에 만나는 고양이 그림들이

또 다른 재미난 추억을 만들어 주네요. 혹시 서울의

다른 장소에서 또마 그림을 본 분들이 덧글로 알려주시면

한번 찾아가보겠습니다.^^ 홍대앞과 한강다리 근처에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함께 보면 더 좋은 고양이 이야기^^] 보면 볼수록 예쁜 고양이 속눈썹, 사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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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가축의 개념으로 인간 곁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고대 이집트부터라고 합니다. 이집트 여신인 바스테트가
 
고양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기에, 고양이는

이집트인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동물이었을 것입니다.
 

프랑스 고양이 여행 중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로
 
루브르 박물관을 꼽았던 것은, 이집트관에 잠들어 있는

고양이들의 미라를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무덤 주인의 사망 시기에 맞춰서 이 많은 고양이들이

자연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니, 먼 옛날 한국에서도 그랬듯

순장 형식으로 죽음을 맞았겠지요. 인간의 무덤에 묻히기 위해

생목숨을 끊어야 했던 고양이의 비애는 오랜 세월에 탈색되어

그저 담담한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집트 고양이 미라의 형태는 이렇게 대부분 끝이 동그란 원기둥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미라에 따라 고양이 얼굴 모양을 간략히

그려넣은 것도 있고, 얼굴 윤곽을 살려 놓은 것도 있지만

성냥개비처럼 그저 둥글게 감싸놓은 미라도 적지 않습니다.

미라로 만들었을 때는 귀의 윤곽도 다 사라지고 붕대로 꽁꽁

감쌌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 보이는 것처럼 귀가 밖으로 드러나진

않겠지만, 심미적인 부분을 고려해 귀를 만들어넣은 것 같네요.

루브르 박물관의 고양이 미라 중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던

미라입니다. 만화의 주인공처럼 생생한 얼굴 표정은, 이 고양이가

고대 이집트 시대에 살았던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금세라도 야옹~ 하고 말을 걸어올 것 같은데...그저 저의

상상에만 그칠 뿐입니다. 

어린 고양이였을까요, 다른 고양이 미라보다 몸집이 작습니다.

그냥 동그랗게 그려넣은 눈동자인데 어쩐지 울상을 한 듯이

슬퍼 보입니다. 고양이의 눈을 가린 천이 아래로 축 처져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대부분의 고양이 미라가 길쭉한 기둥 모양을 한 데 비해, 몇 구의

미라는 생전의 모습처럼 네 발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 보입니다.

고양이 미라의 이마에는 영생을 상징하는 문양인 딱정벌레가 


그려져
있습니다. 인간을 위해 죽은 고양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서일까요. 아니면 무덤 주인을 평생 보필할

고양이 신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까요.
고양이 미라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슬픈 분장을 한

어릿광대가 떠올랐습니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흔히 보는 고양이 모습과 달리, 눈매를 사람처럼 그렸고

눈썹도 그려넣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얗게 분칠한

어릿광대 얼굴처럼 보이는 건 그런 까닭이겠지요.
  
 

어른 고양이 미라 옆에는 조그만 아기 고양이 미라가 있습니다.

어른 고양이와 달리 색칠도, 그림도 되어있지 않은 단순한

모습인데, 쫑긋 솟은 귀와 축 처진 꼬리까지 어린 시절의

아기 고양이를 상상하게 되어 안쓰러웠던 미라였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가 되어 육신이 썩지 않는 것을

영원히 산다고 보았는지 몰라도, 죽은 뒤에도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무덤 밖으로 끌려나와 영원히 관람 대상이 된다는 건

묻힌 고양이의 입장에서 보면 괴로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라를 통해 과거의 고양이 모습을 상상할 수 있고 수천 년 전의

고양이와 만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드네요.

먼 옛날 이집트에 살았던 고양이들의 평안을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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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갈 것 같은 자세로, 검은 길고양이가 저를 빤히 바라봅니다.

한데 어쩐지 그 자세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이상합니다. 저도 고양이의 다음 행동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흐읍!" 고양이가 눈을 부릅뜨고 꼬리 끝에 힘을 줍니다. 아...저 자세가 왠지 낯익습니다.

꼬리 아래로 살짝 밀려나오는 동그란 뭔가를 보니, 심증이 굳어집니다.


"툭"  돌멩이 위로 뭔가 둥글고 작은 덩어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작은 덩어리는 돌멩이 뒤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고양이란 동물은 어쩌면 끙아하는 모습마저 이렇게 우아하기 짝이 없는지...


"에잇 에잇"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열심히 낙엽을 그러모아 파묻고 있습니다. 

발밑에 새로 생긴 조그만 낙엽더미만이, 방금 이 고양이가 무엇을 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 냄새를 남기고 싶지 않은 고양이의 자존심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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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묘지에서 만난 길고양이는 대부분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정상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는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이 고양이는 입을 완전히 다물 수

없어서, 삐죽 밀려나온
혀끝을 집어넣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아지는 더위를 견디기 위해 혀를 내밀어 열을 발산하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데요,

때문에 고양이가 혀를 집어넣지 못하고 있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비슷하게 입을 다물지 못하는 한국 고양이의 사례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고양이는

턱이 빠져서 입을 다물지 못했었습니다. 


이 모습을 사람들이 '메롱~'하는 모습과 같다고 귀여워할 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고양이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입을 다물지 못하기에

벌어진 입에서는 계속해서 침이 흘러내리고 있고, 그렇게 빠져나간 수분만큼

몸에서는 탈수 증상이 일어나게 되겠지요.
  

찌다 못해 타는 듯한 파리의 여름을 견디기 위해 고양이들은 그늘로 숨어들지만,

아픈 고양이에게 이 여름은 특히나 고역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슴팍에 새겨진

하얀 턱받이도, 입에서 흘러내리는 침을 막아줄 수 없습니다.   


얼굴로 보아 청년기의 고양이인 듯한데, 저렇게 다물 수 없는 입을 가지고

길고양이로 건강히 살아남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머리 위로 드리운 나무그늘만큼

이 고양이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도 무겁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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