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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에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까닭에, 흰여울길을 걷다 보면 제겐 익숙한 고향 냄새가 느껴집니다.

 

'고향' 이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면 정 많은 어르신이 계신 푸근한 시골 풍경을 떠올리는 분도 있겠지만,

 

제게 고향은 바닷길을 바로 곁에 두고 타박타박 걸어가는 섬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영도의 이미지입니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 손꼽힐 만큼 번화한 도시이기도 하지만, 영도 흰여울길에는 

 

여전히 제 기억 속의 옛 동네가 남아 있기에 부산을 들를 때마다 즐겨 찾게 된답니다.

 

이날은 흰여울길에 들르면 꼭 찾아가보곤 하는 파란 골목 고양이길에서 고양이 가족을 만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바다를 향해 난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더위를 피해 담벼락을 따라 걷고 있던 삼색 고양이도 만날 수 있었지요. 흰여울길 담장길을 바라보면,

 

분명 바다보다 높은 지대에 있는데도 묘하게 눈앞의 푸른 바다가 넘실넘실 어깨춤을 추며 

 

담장 너머로 물을 끼얹을 것만 같습니다. 고양이는 뜨거운 햇살과 마주할 엄두가 도무지 나지 않는지

 

줄곧 담벼락에 바짝 붙어 걸어갑니다. 저도 그런 고양이를 짐짓 모른척 뒤따라 갑니다.

 

흰여울길 담장은 빨래건조대도 되고, 화단도 되었다가, 골목 사람들의 베란다도 되어줍니다.

물론 키 작은 길고양이에게는 시원한 그늘막이 되어주고요. 어쩌면 담벼락 반대쪽 그늘에서 나오는

 

아주 희미한 시원함이, 흰여울길 고양이에겐 피서의 한 방법으로 쓰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유없이 자기를 따라오는 사람이 궁금한지 흘끔흘끔 뒤를 돌아보는 삼색 고양이는 좁은 골목 사이로

 

타박타박 작은 발걸음을 옮겨 사라집니다. 그렇게 그 골목의 그늘 속에서 하루를 버틸 힘을 얻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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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길고양이를 꾸준히 찍을 수 있도록 계기가 되어준 존재가 2002년 7월에 만난 화단 고양이들이었다면,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없던 중학생 시절부터 고양이의 추억을 남겨준 곳은 별궁길 고양이 매점이었습니다.

별궁길 고양이 매점을 거쳐간 여러 마리 길고양이 중에서도 나비는 별궁길 앞을 지나는 많은 분들의 모델이 되어줄 만큼
두루 사랑받은 길고양이였지요.
원래 집고양이였다가 길에서 살게 된 탓에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비의 넉살은 경험에서 온 것이겠죠.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믿어도 된다는...



그런데 별궁길 매점을 지키던 나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지난 토요일에 전해듣고,

그간 나비를 돌봐주신 분이 메일로 보내주신 사진을 받아보았습니다. 매점 아주머니께 나비의 집도 지어서 갖다드리고

틈틈이 사료를 보내주시기도 했던 분인데, 저도 얼굴은 뵙지 못하고 블로그로만 인연을 맺었네요. 

(위 사진은 예전에 찍어둔 잠자는 사진이에요. 나비는 종종 가게 앞 디딤돌에 누워 잠들곤 했답니다.)

 


단짝이었던 깜순이가 갑자기 사라진 뒤로, 나비는 식욕을 잃고 밖으로만 나돌았다고 합니다.

매점에도 들르지 않는 날이 많았고요. 아마 사라진 깜순이를 찾아 헤맨 것이겠죠.

매점 아주머니도, 깜순이를 아는 많은 사람들도 깜순이의 실종을 걱정했지만

함께 뛰놀며 정을 나누었던 나비보다 더 많이 상심한 이는 없었겠지요.

 


급기야 몸이 쇠약해진 나비를 보다 못한 아주머니가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강제급여를 해주기도 하고,

매점 앞을 자주 지나시던 아저씨 한 분이 나비를 데려다가 병원에서 링거를 놓아주고

밥도 억지로 먹어보게 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제 나비는 한 다발의 국화꽃으로 남았습니다. 이제는 고양이집에 들러도 나비를 볼 수 없다는 게 먹먹하기만 하네요.

마지막 날, 나비를 돌봐주신 아저씨 품으로 다가와 팔베개를 하고 숨을 거뒀다는 말에 마음이 뭉클해졌는데요.

 


많은 이들을 걱정시킨 깜순이는 사실 다른 집으로 입양을 가서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던 캣맘분이 붙임성 좋은 깜순이를 데려가 까미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기른다 하네요.

깜순이마저 잘못되었다면 매점 아주머니의 상심이 더 컸을 텐데 그나마 다행입니다.

 

* 나비의 추모 꽃다발 사진과 깜순이의 입양생활 모습은 나비와 깜순이를 지켜봐온 강지우 님께서 보내주셨어요. 

 

  그리고 나비의 임종을 지킨 아저씨가 직접 쓰셨다는 아래 송시까지 메일로 전달해주셨네요.

 

"Ode to Navi"
(The friendly alley cat in Bukchon)


Faith, take me to the Heaven's gate
From this broken heart fate
And don't make me sad n cry no more


Angels, don't fail to take me to other side
And make me roam wild free and laugh


Street life was tough but bad people
took everything and my love


Feel so so alone and sad
7 days nothing but force fed
Not enough to patch my will to die


Today was my last breath, 'cause
I'm tired of city streets and broken heart.


Angels, don't fail to take me over the Gate
And make me roam wild free
Till again with my mate.

 

송시를 쓰신 분이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아 영어로 적어주셨다고 해서,
원어의 느낌을 다 살릴 수는 없겠지만 우리말로 옮겨본 시를 아래 올려봅니다.
송시 번역은 번역가로 일하는 친구가 수고해주었네요.

배경사진은
나비와 깜순이가 함께 뛰놀던 모습을 골라서 편집해보았는데,

나비를 알고 계신 분들이 함께 읽으며 나비의 짧은 삶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번째 책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3부를 시작하는 글로 고양이집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만큼

매점 고양이들은 저에게도 각별한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나비의 모습이 담긴 책을 아주머니께 전해드렸는데,

이제는 더이상 나비를 볼 수 없지만 책으로나마 추억하실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그리고 나비가 그렇게 걱정했던 깜순이가 따뜻한 가정에 입양되어 동생 고양이와 함께 잘 지낸다니

나비도 편히 눈감을 수 있겠네요.

나비와 깜순이를 응원해주셨던 분들을 위해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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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감천문화마을에는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문화공간이 있습니다. 작년 8월 초 정식으로 문을 연 감내어울터인데요. 시설이 낙후되어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건강탕'이라는 이름의 목욕탕 건물이 뼈대가 되었답니다. 사진 속 빨간 점선 부분이 감내어울터 자리입니다. 4층 옥상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길고양이가 있는 장소를 멀리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감내어울터 옥상에 올랐다가 운 좋게 고양이를 한 마리 만났었지요.

 

이곳은 감천문화마을 커뮤니티센터라는 이름으로, 마을을 찾는 여행객은 물론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와 문화강좌 공간으로도 애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곳곳의 오래된 골목들을 찾아 고양이 여행을 다니다 보면 대개 마을에서 벽화미술 프로젝트가 시행된 곳이 많았습니다. 그곳에서 느꼈던 아쉬움 중 하나가, 벽화 한 번 그려놓고 끝나는 것이 대부분인 경우였죠. 그러나 감천문화마을은 일회적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변화하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입구에는 졸고 계신 목욕탕 주인아주머니의 모습을 재현해 두었네요. 기존에 있던 목욕탕 시설을 없애버리지 않고 남겨두어 옛 생각도 나고 정겹습니다. 아주머니 오른편 뒤로 목욕탕 사물함과 평상이 언뜻 보입니다. 

 

다가가보면 사물함을 캔버스 삼아 감천문화마을의 풍경 곳곳을 그려놓았네요. 옆에는 기념스탬프 찍는 장소와 함께, 간단한 음료 종류를 사서 마실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마을지도를 갖고 있다면 스탬프를 찍고 엽서를 하나 받을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목욕탕 자리에서 편안하게 쉬고 계신 모습을 조형물로 만들어놓아 이곳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목욕탕 실내 공간은 사진전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4층 옥상 전망대에서 본 감천문화마을 풍경입니다. 멀리 손잡이 모양의 조형물이 달린 북카페(흰색)와 전망대 겸 공중화장실(빨간색)이 보입니다.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통해 실제로 주민들께 필요한 시설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인상깊었어요. 마을이 개발된다면 단순히 마을을 겉모습만 관광지화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주민들께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변화해가길 바랍니다.

 

혹시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까? 두리번거리던 도중에 조그만 털뭉치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뒷다리를 들어 목 밑을 박박 긁는 모습이, 아무리 봐도 노랑둥이 고양이입니다.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 망원렌즈로 당겨봅니다.

사람도 오르기 힘들어 쉬엄쉬엄 쉬었다 오르는 계단 한가운데 고양이가 오두커니 앉아있네요. 감내어울터에 들르지 않았다면 녀석도 만나지 못했겠지요.

 

반가움도 잠시, 금세 사라져버리는 고양이를 아쉬운 마음으로 보냅니다. 저도 고양이를 따라 스르르 골목 안으로 따라들어갈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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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지방에 일이 있어 다녀오는 길에 길고양이 가족을 만났습니다. 카메라 스트랩이 풀려 한번 바닥으로 낙하하고 나서 렌즈에 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갖고 있던 카메라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아쉬우나마 휴대폰으로 찍어두었어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가게에서 줄곧 밥을 얻어먹고 있는 가족들인데, 엄마의 이름은 꼬맹이. 이 근처에서 꼬맹이를 돌보는 분도 아기고양이들 이름은 아직 지어주지 못했다고 하네요.

꼬맹이는 세 마리 새끼를 낳았는데 한 마리는 요즘 보이지 않고 두 마리만 남았습니다. 얼룩고양이 한 녀석과 고등어 줄무늬가 새끼예요. 자동차로 카메라만 불쑥 들이밀고 찍었더니 엄마 꼬맹이랑, 어린 줄무늬 고양이의 눈도 덩달아 휘둥그래졌어요. 보통 엄마가 앞에 나서서 새끼들을 감싸기 마련인데, 맨 뒤 꼬맹이의 동그래진 눈을 보니 선뜻 앞으로 나올 것 같진 않아요. 

 

엄마가 앞으로 나오지 않으면 새끼들이 뒤로 가는 수밖에는 없지요. 얼룩이가 슬며시 일어나 엄마 곁으로 몸을 붙입니다.  고등어줄무늬 형제를 방패 삼아 한쪽 눈만 빼꼼하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요. 그래도 카메라만 들락날락할 뿐 딱히 자기네들에게 위협적인 분위기는 없다고 느꼈던지, 눈동자에 준 힘을 푸는 고양이 가족들입니다.

"더 가까이 오면 가만두지 않을 테야!" 하고 뒤늦게 반달눈을 뜨며 경고하는 꼬맹이. 처음 왔을 땐 정말 이름처럼 꼬맹이였을 텐데 어느새 새끼를 낳고 엄마가 되었네요. 엄마가 된다는 건 단지 나이가 많아진 것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 내 몸 말고도 지킬 것이 더 많아진다는 뜻이겠지요. 다음 번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꼬맹이의 새끼들에게도 새 이름이 생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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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박 3일간 여행을 다녀오느라 집을 비웠더니, 스밀라가 서운했던 모양이다. 어제 저녁 10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해서 짐 먼저 책상 위에 풀어놓고, 너무 피곤해서 정리도 안 한 채로 잠이 들었더니 아침에 스밀라가 저러고 있다. 3일 동안 몸에 지니고 다녔던 귀중품 보관지갑인데, 아예 베개 삼아 깔고 앉았다. 샐쭉한 표정이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하는 듯하다.

 

 

모른 척, 못본 척 나와 눈을 맞추지 않고 있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 책상 위에서 저 자세로 누워 나를 내려다보면서 '언제쯤 일어나려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무심한 듯 누워있지만 귀만은 이쪽으로 돌리고, 키보드를 치는 내 소리를 귀기울여 듣고 있다. 올 한 해는 그간 계획만 해두었던 여행지 목록을 하나씩 돌아보며 부지런히 여행을 다녀올 텐데, 스밀라도 이해해준다면 좋겠다. 내가 없을 때도 어머니와 동생이 스밀라를 잘 챙겨주겠지만... 내가 있을 때면 꼭 내 방 책상이나 머리맡에 누워있는 녀석이, 내가 여행을 다니고 있을 때면 빈 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어머니 곁에 앉아있다고. 처음 만났을 때 사람을 두려워하던 스밀라도, 함께한 세월이 길어지면서 이렇게 사람을 그리워하는 고양이가 되었구나 싶다. 한번 길에 버려졌다가 입양되고, 입양 갔던 집에서 다시 파양을 겪으며 마음의 상처가 많았던 스밀라는 다른 집 고양이들처럼 무릎고양이를 해준다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이 정도로 마음을 열어준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히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6/26(수) 오후 7시, 홍대 살롱드팩토리에서 만나요^^

->6/23까지 신청 가능(배너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