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는 가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슬며시 나오곤 합니다.

사진 속 고양이가 숨어있다 슬며시 걸어나온 저 곳도, 너비는

10cm가 채 못 되어 보이지만 고양이는 스르르 빠져나왔습니다. 

보통 머리뼈만 통과할 수 있는 너비만 확보되면 별 어려움

없이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수염으로 통과할 곳의 폭을 재어

가능하다 싶으면 그리로 나오는 거죠.



아무도 없겠거니 하고 슬며시 빈 틈을 찾아 나오다가, 그만

저와 딱 마주치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는 고양이. 금방이라도

직립보행을 할 것 같은 자세여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인기척에 놀란 것 같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난간에 두 발을 딛고 오르려다 움찔 하는 모습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땡땡이치고 몰래 학교 담을 넘다가 담임선생님께 들킨 학생처럼

긴장해 있습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길고양이를 움츠러들게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현행범 아닌

현행범의 마음이 되어, 그 자리에 얼어붙은 고양이를 보며 드는

생각입니다.
 
 
* 이번  글부터는 사진에 넣는 낙관의 모양을 바꿔봤습니다.

손글씨라서 가독성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예전 것은

너무 딱딱한
감이 있어 바꿔봤는데 보기엔 어떠신가요?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

옛날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그랬다지요?
 
요즘에는 그런 자세를 요구하는 집도 거의 없겠지만요.

맨 처음 저런 조각을 본 것은 한 헌책방에서였는데

그땐 원숭이 세 마리가 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답니다.

동남아 어딘가에서 만들었음직한 분위기의 조각이었죠.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일본의 고양이 카페 앞에서

저 3인방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희는 어디서 왔니? 물어보고 싶었지만,

겁에 질린 표정의 고양이 3인방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의 자세는

약자로 취급받는 이들, 혹은 약자의 상황에 공감하는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취하는 방어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는 아무 힘이 없는데, 눈에 보이기는 하니 마음만 아프고

나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데, 들으면 더 속만 쓰리고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 말하자니 내 가슴만 답답해서

그렇게 안 보이고, 안 들리고, 말 못하는 것처럼

묵묵히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픈 것이 눈에 밟힐 때,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괴로운 소리가 들려도, 귀 막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말해야 할 상황에서, 누구든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외면한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지켜봐 줄 사람은

정말로 아무도 남지 않게 되니까요. 


 
가끔, 납작하게 몸을 낮춘 길고양이와 마주칩니다.  

나이도 어린 것으로 보아, 꼬부랑 할머니가 그렇듯

노화로 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가끔 허리를 펴는 모습을 보이는 걸로 봐서

허리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런 엄폐물도 없는 거리에서 길고양이는

최대한 사람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사람의 눈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그렇게 몸을 낮추고 잰걸음으로 이동합니다.



길고양이 몸이 자꾸만 납작해지는 건,

작고 가녀린 어깨에 얹힌 삶의 무게 때문이겠죠.

사람이든, 길고양이든 누구나 보이지 않는 그런 짐을

짊어메고 살아가지만,  길고양이에겐

유독 그 짐이 크고 무거운 것은 아닐까요.

길고양이 등짝 위로 커다란 짐보따리 하나

얹힌 것 같은 그런 모습을 만나는 날에는

 언제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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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에서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보 고약한 속담도 있지만,

길고양이는 푸짐하게 열린 감을 한번 돌아보지도 않고

의연하게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아니, 못 먹는 감을 왜 찔러 봐? 그냥 두지.

인간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니까."

자기에게 필요한 먹을 것만 취할 뿐,

악의로 남을 해코지할 줄도 모르고

쓸데없이 감정과 체력을 소모하지 않는
 
길고양이의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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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트 도로에 찍힌 동물의 발자국을 볼 때마다,

 고양이 발자국인가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마을이 생기고 새 도로를 깔게 되었을 때, 

이 길을 밟고 지나간 것은 사람만은 아닐 것입니다.

고양이도, 강아지도, 비둘기도 이 길을 걸었겠지요.

이 길의 주인이 인간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작은 증거물이,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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