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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놀이를 청하는 방법 스밀라는 저와 놀고 싶을 때 이런 방법을 씁니다. 먼저 문 밖으로 저를 불러내고, 제가 마중나가면 그 틈을 타서 재빨리 빈 의자 위로 뛰어올라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지요. 자기가 먼저 의자에 앉아버리면 제가 거기 앉지 못할 거라는 걸 스밀라는 알고 있습니다. 의자에 앉지 못하면 일도 하지 못할 테니, 그럼 자기와 놀아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지요. 그렇게 잔머리를 굴리는 스밀라가 귀여워서 일이 아주 급하지 않은 다음에야 못이기는 척 놀아주곤 한답니다. 의자 쿠션을 뒤에서 손으로 긁는 것만으로도 금세 눈동자가 동그래져 집중합니다. 고양이의 '갸웃~' 하는 자세는 매번 보아도 참 귀여워요. 고양이 특유의 호기심이 잔뜩 담긴 표정이거든요. 계속 놀아주게 만듭니다. 놀아달라고도 잘 하지만, 금세 싫증도 내는 고양이.. 2011. 4. 29.
한밤중, 사람을 불러내는 고양이 일이 좀 남아 새벽까지 깨어있는데 삐걱...하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족 중에 새벽에 제 방문을 열 만한 사람은 없지만, 심증이 가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책상 옆에 있던 카메라를 재빨리 들고 뒤를 돌아보며 찰칵 사진을 찍으니, 스밀라가 제 시선을 모른 척하며 방으로 스윽 들어오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스밀라, 뭐해?” 하며 다가가니, 얼른 열린 문틈 사이로 꽁무니를 뺍니다. 제딴에는 “나 잡아 봐라~” 하면서 나가는 것입니다. 좁은 문틈으로도 잘 빠져나가는 모습이 미꾸라지 같습니다. 문밖으로 나가고 나서도 한참 뜸을 들이며 들어오지 않기에, 카메라를 들고 따라 나가봅니다. 뭐하나 했더니, 스밀라는 문 밖에서 저렇게 고개를 빼고 저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문 안쪽을 주시하는 모습이 ‘나올 .. 2011. 4. 26.
비닐천국에 빠진 고양이, 황홀한 눈동자 한 달간 전시했던 출간기념전이 끝나는 마지막 날인 4월 11일 작업실 사진 액자를 반출할 때 쓰려고 그간 모아둔 세탁소 드라이클리닝 비닐을 한데 쌓아놓았더니, 스밀라가 반색을 하면서 파고들어갑니다. 어쩌나 보자 싶어 하는대로 가만히 놓아두었더니 아예 투명동굴을 만들어 그 안에 쏙 들어가서는 동글동글 눈만 굴리고 있네요. 스밀라에게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기분 좋은 시간인가 보아요. 커다란 눈동자에 신나는 마음이 가득하네요. 사람에게는 그저 한번 쓰고 버리는 비닐뭉치에 지나지 않을 뿐이지만, 고양이에게는 신나는 장난감이 될 수 있답니다. 킁킁, 여기저기 냄새도 맡아봅니다. 2011. 4. 14.
스밀라 없다 새로 가방을 꺼내놓으면 바로 탐색에 들어가는 스밀라,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았더니 가방 안에 쏙 들어가 머리만 살금살금 내놓습니다. 고양이는 역시 숨바꼭질의 달인입니다. "스밀라 없~다" 한쪽 눈만 내놓고 까꿍놀이를 선보이는 스밀라입니다. 스밀라와 같은 크기가 되어서 가방 속에 쏙 들어가보고 싶은, 그런 날입니다. 2011. 4. 11.
봄이 오는 길목을 지키는 고양이 아침 햇빛을 머금은 베란다는 이제 온실처럼 따뜻합니다. 스밀라도 분리수거함 위에 올라와 일광욕을 즐깁니다. 그런 스밀라의 동그란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저의 즐거움입니다. 야채값이 올라, 먹고 남은 파뿌리를 물에 담아 키웠더니 쑥쑥 자랍니다. 이렇게 키운 파를 움파라고 하던데, 파가 여리고 부드러워 먹기에도 좋습니다. 단, 고양이는 먹으면 곤란하고요. 스밀라도 구경만 한답니다. '음...저런 걸 그림의 떡이라고 하던가...' 스밀라가 가만히 앉아 생각할 때면 동그란 짱구 이마가 돋보입니다. 먹으면 안된다는 걸 아는지 입질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호기심에 냄새는 맡아보는 스밀라입니다. 아마 파 특유의 매운 냄새가 나겠지요? 못 먹는 파 찔러나 본 다음, 스밀라는 다시 햇빛받기 놀이에 집중합니다. 그런 .. 2011. 4. 1.
피곤은 잠 때문이야 지하철을 기다리다 보면, 전광판 광고창에 차두리가 나와서 흥겨운 노래를 부르면서 우루사 선전을 한다. 처음에는 "너 때문이야" 그 비슷한 건줄 알았는데 나중에 가사를 보니 "간 때문이야"더라. 곰 같은 자세로 "피로야, 가라~"하고 외치던 백일섭 아저씨가 물러난 자리에 치두리가 나선 것인데, 이게 의외로 어울린다. 무엇보다 싱글싱글 웃는 차두리 얼굴이 묘하게 익살스러우면서 기분을 좋게 해주기도 하고. 광고인데 별로 광고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차두리는 "피곤은 간 때문"이라는데, 아무래도 내 피곤은 잠 때문인 것 같다. 다시 깊은 잠을 못 드는 시절로 되돌아갔다. 스밀라처럼, 구석에 콕 박혀서 틈틈이 쪽잠이라도 잘 수 있으면 피곤도 풀리련만...미어터지는 지하철 탈 생각을 하니 다시 눈앞이 깜깜. * 세 .. 2011.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