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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와 함께 떠나는 흙나라 여행-연출자 이영란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흙장난을 하는 아이를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엄마의 반응은 뭘까? 아마 십중팔구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는 옷에 묻은 흙을 바라보며 한탄할 것이다. ‘오늘도 빨래거리가 하나 늘었구나’ 하고. 하지만 이런 꾸중을 듣고 움찔하는 순간 아이는 창의적인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차단당한 셈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놀 거리를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를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에서 6월 6일까지 열리는 이영란의 흙 설치놀이 ‘바투 바투’가 눈길을 끄는 건, 요즘처럼 다채로운 장난감이 난무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자연은 가장 좋은 장난감’이란 사실을 설파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어른과 아이가 모두 흙 속에서 즐거운 공연장에서, 골목.. 2004. 6. 1.
인생은 행복을 찾아가는 무대-뮤지컬 배우 최정원 [2004. 4]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아이보다 소중한 존재는 없다. 하지만 자상한 엄마, 속 깊은 아내, 유능한 직장인 등 여성에게 1인 다역을 요구하는 현실 속에선, 아이의 존재가 엄마의 앞길을 막는 족쇄처럼 여겨질 때도 있는 법이다. 산울림소극장 개관 19주년 기념작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 역시 이런 갈등의 순간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이 연극은 뮤지컬 스타 최정원(35)이 연기생활 17년 만에 첫 도전한 모노드라마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연기자의 초심으로 돌아가 소극장 무대에 홀로 선 최정원 씨를 산울림소극장에서 만났다. 자아실현 꿈꾸는 엄마의 고백록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엄마로서의 삶보다 자아실현에 충실했던 열정적인 가수 멜라니가 곧 사춘기에 접어들 열한 살짜리 딸에게 소홀했던 과거를.. 2004. 4. 1.
엄마 마음으로 빚은 한국의 얼굴-닥종이 조형작가 김영희 [2004. 1월] 한지를 한 겹 두 겹 붙여 만든 통통한 몸, 둥글둥글 수더분한 얼굴, 꿈꾸는 듯 살포시 감은 실눈…. 닥종이 조형작가 김영희(60) 씨가 만든 인형은 하나같이 초승달을 닮은 한국인의 눈매를 가졌다. 누구나 바라보면 가느다란 눈웃음을 짓게 되는 그 얼굴은, 마음 깊이 간직한 동심의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한국적인 닥종이 인형으로 친숙한 재독작가 김영희 씨가 어느덧 환갑을 맞아 고국을 찾았다. 그동안 새롭게 만든 인형뿐 아니라 창작동화집 『사과나무 꿈나들이』(샘터)도 함께 들고서. 자연의 빛깔 담은 정겨운 인형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갤러리현대에서 만난 김영희 씨는 예의 결 고운 단발머리에, 검은 아이라인이 선명한 특유의 눈매 그대로였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날렵한 그의 모습에서 예순이란.. 2004. 1. 1.
나는야 신명나는 아줌마 부흥사-전문MC 최광기 [2003. 12] 보통 대중매체를 통해 비쳐지는 사회자들은 연예인만큼이나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시청자의 눈을 압도한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거리공연에서 오히려 빛을 발하는 사람이 있다. 부와 명예 대신, 소외된 사람들이 보내는 희망을 먹고 달리는 그의 이름은 최광기(36) 씨다. 1993년부터 10년 넘게 시민운동 현장에서 활동해온 최광기 씨는 노동, 인권, 여성문제를 다룬 굵직굵직한 공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사회자로 유명하다. 2003년 12월, 제15회 인권콘서트가 열린 장충체육관 리허설장에서 아줌마의 저력을 한껏 발산하는 사회자 최광기 씨를 만났다. 소외된 곳 비추는 ‘진짜 아줌마’의 빛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에서 지난해 이름을 변경한 인권콘서트의 초대손님은 매.. 2003. 12. 1.
문화엄숙주의에 가열찬 똥침을 날려라 - 서양화가 김점선 Jul. 11. 2003 | 역삼동 스타타워 2층에 위치한 스타타워갤러리에서는 8월 23일까지 서양화가 김점선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지난 6월말 끝난 서른 번째 개인전의 연장전인 이번 전시는 기존 유화작품 외에 컴퓨터로 그린 디지털 회화 3백50여 점을 함께 소개한다. 서른 번째 개인전이 “30호 미만 그림이 아니면 판매가 어렵다”는 이유로 소규모 상업화랑에서 외면했던 대작들을 마음껏 소개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연장전은 얼마 전 오십견과 함께 찾아온 팔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디지털 회화의 다채로움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화투를 주제로 한 50여 점의 신작에서는 김점선 특유의 기발함이 넘친다. 민화를 닮은 소박하고 서정적인 세계 1983년 첫 개인전을 연 이래 아이가 그린 듯 단순 간결하고 천진난.. 2003. 7. 11.
돌아온 '아우성 아줌마' -성교육 강사 구성애 [좋은엄마 2003년 7월호] 돌아온 '아우성 아줌마' 구성애 아이들의 성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1998년 공중파 방송을 통해 파격적인 강연을 펼쳤던 구성애(47) 씨를 기억하리라. 음지에 머물렀던 성 담론을 ‘아름다운 우리들의 성’이야기로 탈바꿈시킨 그의 강연은, 자녀들의 성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당혹스러우면서도 반가운 정보였다. 상담사이트 ‘구성애닷컴’(www.9sungae.com)을 운영하면서 최근 두 번째 책 『니 잘못이 아니야』(올리브)를 펴낸 ‘아우성 아줌마’ 구성애 씨를 만났다. 유아기의 성적 놀이를 자연스럽게 인식하자 클릭 한번만 하면 볼 수 있는 포르노물이 인터넷에 난무하고 연일 유아성폭행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는 요즘, 자녀의 성교육에 대해 민감하지 않은 부모.. 2003.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