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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비는 우울증 치료제-고양이 작가 성유진 우울함이 극에 달하면 살가운 위로의 말도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마음이 바닥으로 치달을 때, 사람들은 무심코 다가와 발치에 머리를 비비는 반려동물에게서 힘을 얻는다. 고양이와 인간이 결합된 그로테스크한 생명체를 그리는 화가 성유진씨에게도, 고양이 샴비는 우울증 치료제 같은 존재다. 성씨에게 우울증이 찾아온 건 대학을 다닐 무렵이었다. 겉으론 밝고 명랑해 보였지만, 감정을 억누르는 성격이 그의 마음을 좀먹었다. 절친했던 친구가 절교 선언을 하면서 감정이 폭주했다. 폭식과 구토를 반복했고, 일주일 만에 10㎏이 늘었다. 그러다 고양이를 키우면 우울함도 덜해진다는 말을 듣고, 2006년 봄 발리니즈 종의 수고양이 ‘샴비’를 입양했다. “제 상상 속의 고양이는 얌전하고 새침한 모습이었는데, 샴비는 절.. 2007. 8. 22.
파란만장 '도쿄 고양이 여행' 도쿄로 4박5일 휴가를 다녀왔다. 남들은 관광이나 쇼핑하러 일본에 간다지만, 나는 일본 길고양이도 만나고, 고양이와 관련된 유적지나 테마파크도 보고 싶었다. 이번 휴가의 목표는 ‘도쿄 고양이 여행’이었던 셈이다.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 자료를 검색할 때까지만 해도 설렜지만, 출발이 가까워질수록 슬슬 불안해졌다. 원고 마감에 치여 여행 준비도 거의 못했으니 …. 비행기를 탄 뒤에도 뭔가 중요한 걸 두고 온 것만 같았다. 일본 도착 첫날은 별 일이 없었다. 한데 이튿날 요코하마 프리킷푸(교통패스)를 사려고 보니 1천엔짜리는 있는데, 고액권이 한 장도 없었다. 게다가 가져간 카드마저 모조리 먹통이었다. 그걸 안 게 금요일 아침 7시였으니, 어영부영 오후가 되면 공관도 은행도 문을 닫아 여행도 제대로 .. 2007. 8. 9.
윙크 기사 보완을 위한 사진들 정양희 선생님과 반려견 윙크의 인터뷰 보완기사를 위한 사진자료들. 중간중간 짬이 날 때 미리 정리해두기로 했다. 원고지 6매, 사진 1장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 까칠하게 생겼으면서도 한편으론 귀여운 윙크의 모습, 그리고 윙크를 닮은 봉제인형과 비스크 인형들...이런 것을 한 장의 사진에 압축해서 보여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여러 장의 사진이 들어가는 에세이를 더 좋아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2007. 6. 29.
변심한 스밀라와 어머니 어머니의 의기양양한 웃음. 스밀라는 말린 닭가슴살 간식을 주면 좋아한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대개 그렇듯, 어머니도 “고양이는 원수를 갚는 영물이니, 절대 집에 들이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었을 땐 ‘무슨 전설의 고향도 아니고 …’ 싶었지만, 어머니에겐 확고한 근거가 있었다. 우리 할머니, 그러니까 어머니에겐 시어머니인 그분이, 고양이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루는 할머니가 집 안에 들어온 새끼 고양이를 내쫓았는데, 앙심을 품은 어미 고양이가 어느 날 깜짝 놀라게 하는 바람에 할머니가 쓰러졌고, 오래 앓다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몇 차례 설득도 해봤지만 어머니는 완고했다. 그래서 작년 7월 스밀라가 우리 집으로 숨어들었을 때 제일 걱정됐던 사람도 어머니였다. 언젠가 독립하면 고양이와.. 2007. 6. 27.
365일 윙크해 주지요-인형작가 정양희와 페키니즈 윙크 구체관절인형 만들기에 한참 빠져 지낸 2004년 무렵, 목요일 저녁마다 인형작가 정양희씨의 인형 교실에 다녔다. 1층에서 열심히 인형을 만드는 동안, 2층에서는 누군가 문 두드리는 ‘탕탕탕’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처음에는 저 문 너머에 사람이 갇혀 있나 싶었다. 온몸으로 문에 부딪치는 것 같은 그 소리. 하지만 정작 문을 열었을 때 뛰쳐나온 건 조그맣고 하얀 개였다. 다들 인형 만들기에 바빠 놀아 주지 않으니, 심통이 난 녀석이 앞발로 문을 계속해서 두들겼던 것이다. 여자 같은 예쁘장한 이름을 가졌지만, 실은 꽤나 까칠한 성격의 페키니즈 수컷 윙크는 올해로 만 네 살이다. 나이를 먹었으면 진중해질 법도 하건만, 부산스럽기는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태어난 지 얼.. 2007. 6. 18.
여섯 마리 고양이로 남은 당신-루씰과 여섯묘 산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개는 많지만, 자발적으로 산책을 즐기는 고양이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바깥구경이나 시켜줄까 싶어 고양이를 데리고 길을 나서면, 영락없이 진땀을 흘리게 된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나중에는 꼼짝 않는 녀석을 떠메고 돌아오는 길이 무거워서. 집에서는 도도한 걸음걸이로 온집안을 헤집고 다니던 스밀라도, 정작 밖으로 나오면 겁을 먹고 얼어붙어 꼼짝하지 않았다. 아스팔트에 붙은 껌처럼 땅바닥에 납작 몸을 붙이고 요지부동인 녀석을 억지로 일으켜 이동장에 넣고 돌아오면 팔이 후들거렸다. 무용지물이 된 가슴줄을 구석에 던져두고, 다른 사람들의 산책 실패담을 찾아 읽으면서 ‘그래, 고양이는 원래 산책을 싫어해!’ 하고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부정해도, 머리로는 이미 산책 좋아하.. 2007.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