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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할아버지 개 '찡이'에게 배운 사랑-동물전문출판사 '책공장더불어' 김보경씨 첫 만남에서 피해야 할 화제로 흔히 정치, 종교, 여성 문제를 꼽는다. 자칫하다가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기 쉬워서다. 한데 요즘은 여기에 ‘반려동물’ 항목을 추가해야할 판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잡아먹을 수도 없고, 다 컸다고 효도할 것도 아니고, 오래 살지도 못하는데 왜 키우느냐”며 마뜩찮게 여기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그 ‘쓸모없는 사랑’의 기쁨을 가르쳐준다. 함께 나이를 먹어갈수록 소중해지는 사랑이란 인간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생명과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사람들이 처음에는 자기 집 동물에만 관심을 갖다가, 어느 순간부터 야생동물, 유기동물, 동물원 동물, 심지어 실험동물에게도 연민을 느끼는 건, 이미 그 사랑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2007. 5. 23.
[매거진 Esc] 고경원의 애니멀 퍼스트 5월 17일부터 한겨레신문에 신설되는 문화 섹션 [매거진 Esc]에 동물과 사람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동물 편은 제가, 식물 편은 이명석 씨가 격주로 돌아가면서 쓰게 되었네요. 연재 꼭지명이 '애니멀 퍼스트'로 정해져서 좀 생뚱맞다는 생각은 들지만('레이디 퍼스트' 패러디도 아니고-_-;) 일단 이렇게 갑니다. 둣둣. 2007. 5. 23.
닫힌 음악의 경계를 깨는 조용한 혁명가-작곡가 신동일 [ 문화와 나 | 2006년 가을호 ] 서양 음악과 한국 전통 음악의 감수성을 접목해온 작곡가 신동일의 음악을 가리켜 흔히 크로스오버, 또는 뉴에이지 음악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기 음악의 정체성을 확고히 인지시키기보다, 장르의 벽을 넘어 음악의 즐거움을 대중에게 전하는 일에서 더 큰 보람을 찾는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으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민족 음악을 추구하고, 어린이 노래극, 영화 음악, 국악 관현악 작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온 것도 그 때문이다. “어떤 음악 하세요?” 작곡가 신동일은 이 무심한 질문에 내포된 ‘취향의 서열화’에 난색을 표한다. 많은 사람들이 장르를 분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클래식 음악은 고급 문화, 대중 음악이나 어린이 음악은 하위 문화라는 식으로 속단하기 때.. 2006. 9. 15.
오직 춤을, 업으로 삼다-안무가 홍승엽 [문화와나/ 2006년 여름호] 아차산역 근처에 위치한 무용단 ‘댄스씨어터 온’의 지하 연습실. 왈츠 풍 연주곡에 맞춰 3인무를 추는 남성 무용수들 사이로, 안무가 홍승엽(44)의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진다. “죽어가는 사람이 살려고 올라오는 장면인데, 술 취한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걸음에 체중이 안 실리네, 체중, 체중, 체중!” 전용 의자에 앉아 손짓으로 움직임을 지시하던 홍승엽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는가 싶더니, 급기야 무용수들 앞으로 나선다. 느슨한 삼각 대형을 이뤄 흐느적흐느적 춤추던 무용수들이, 추가된 꼭짓점을 중심으로 갑자기 긴장한다. 그가 춤추며 두 팔을 솟구쳤다 툭 떨어뜨릴 때, 안무가 홍승엽은 사라지고, 죽음과 삶 사이에서 휘청대는 익명의 인간만이 남는다. 리듬을 타고 분방.. 2006. 6. 17.
대추리 들판의 ‘야릇한 흰 공’ 찍어온 사진가 노순택 [미디어다음/2006. 5. 13] 평택 대추리 황새울 들녘에, 30미터 높이의 거대한 흰 공이 우뚝 서 있다. 대추리 어느 곳에서나 도드라지게 눈에 뜨는 공의 정체는 ‘레이돔’,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 소유의 돔형 레이더다. 햇수로 3년간 이 공의 정체를 추적하며 대추리 풍경을 찍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노순택(37)을 만났다. 노순택은 ‘분단의 향기’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분단 현실에 기인한 여러 사건들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2004년 초 대추리를 방문한 것도 그런 작업의 연장선상에서였다. ‘평화유랑단’을 이끌고 대추리에 온 문정현 신부의 다큐멘터리 사진작업을 위해 동행했다가, 자연스럽게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대추리 농민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유독 눈에 띈 것이 바로 들.. 2006. 5. 13.
위트와 비트 넘치는 유쾌한 잡학가-소설가 김중혁 ‘유쾌한 잡학가’. 소설가 김중혁을 설명하는데 이보다 어울리는 표현이 있을까. 직접 만든 홈페이지(www.penguinnews.net)를 운영하면서 소설가이자 카투니스트로 활동해온 이 작가의 이력은 어딘지 범상치 않다. 2000년 중편소설 ‘펭귄뉴스’(문학과사회)를 발표하며 등단한 지 6년, 첫 소설집 (문학과지성사)로 돌아온 그를 만났다. 김중혁은 소설가 외에도 다양한 직업을 두루 거쳤다. 한때 인터넷서점의 서평 전문 기자였고, 홍대 앞 예술서점 아티누스 DVD팀장이었으며, 월간 의 음악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고, 레스토랑 전문지 기자로 일하며 매달 단편소설 3편 분량의 기사를 토해낸 적도 있다. 작년 겨울에는 홍대 앞 희망시장 작가들을 인터뷰한 공동 필자로 재기발랄한 글 솜씨를 펼쳤다. 워낙 다양한 일.. 2006.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