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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국경을 넘어서는 무경계 팽창 에너지-소설가 김연수 [문화와나/ 2006년 봄호] 통유리창 아래로 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일산의 한 오피스텔 11층에, 삼면을 책으로 둘러싼 방이 있다. 방이라기보다 사설 도서관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이 곳이 소설가 김연수(37)의 작업실이다.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데 쓰임직한 자전거를 한쪽으로 밀고 들어서면, 유리창 너머 탁 트인 하늘을 제외하고 온통 책이다. 역사학자처럼 책의 행간을 촘촘히 훑으며 실마리를 수집하고, 이를 소설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김연수의 작품이 여기서 태어난다. 작업실 오른쪽 벽에는 책이 늘어날 때마다 하나씩 사들였을 5단 원목 책꽂이가 포진했고, 왼쪽 벽에는 워드 프로세서의 표 만들기 도구로 그린 것처럼 네모반듯한 7단 맞춤 책꽂이가 빼곡히 들어찼다. 미처 꽂힐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책들은 스크럼을 짠 .. 2006. 4. 19.
'태일이'가 다시 태어나는 곳을 가다-만화가 최호철 [미디어다음/ 2006. 3. 21] 1970년 11월, 평화시장 한복판에서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몸을 불사른 스물두 살 청년 전태일. 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만화 로 그를 되살려내는 만화가 최호철을 만났다. 달동네 풍경에서부터 봉제공장 여성노동자, 이주노동자의 삶까지 두루 포착한 최호철의 다른 그림들도 함께 소개한다. ---------------------------------------------------------------------------- 최호철은 1980년대 민중미술판에서 활동하다 만화가로 선회했다. 초창기 그의 작업에 담긴 정서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1970년대 달동네 정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몸 붙이고 살아온 오.. 2006. 3. 21.
15년간 《삼국유사》사진 찍은 ‘알바작가’ 양진 [미디어다음/2006. 3. 17]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 탄신800주년을 맞아 관련 도서들이 잇달아 발간되는 가운데, 15년 간 《삼국유사》 속 유적지를 꾸준히 사진으로 기록해온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나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알바작가’일 뿐”이라고 눙치는 양진 씨의 사진 편력기, 한번 들어보자. 경주 남산 신선대 마애불. 신선대의 일출이 어떨까 상상하며 어두운 밤 랜턴도 없이 칠불암으로 가는 산길을 올랐다. 달 구경을 하다가 숨죽이며 맞이한 일출. ‘삼국유사 특별전’(~3. 24)이 열리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양진 씨를 만났다. 그의 공식적인 직업은 웹 컨설턴트다. 관람객 수 1,200만 명을 넘어선 영화 의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 , , , , 등 유쾌발랄한 홈페이지가 모두 그의 손에서 태어났.. 2006. 3. 17.
태백석탄박물관 [주간한국/ 2006. 3. 10] 눈꽃축제로 유명한 태백산 초입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곳이 태백석탄박물관(www.coalmuseum.or.kr) 이다. 한때 검은 황금으로 불릴 만큼 부가가치가 높았지만, 이제는 추억 속 산업자원이 된 석탄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기에 진부한 곳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태백석탄박물관에서는 체험자의 참여를 중시한 흥미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조선 시대 탄광 현장부터 수백 여 미터를 내려가는 지하 갱도 승강기까지 실감나게 재현한 태백석탄박물관을 찾아가 본다. 총 8개 전시관으로 나뉘는 태백석탄박물관에서는 제1전시관인 지질관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 탄광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통로로 들어서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바닥이 요동치는데,.. 2006. 3. 10.
낡고 오래된 아파트들의 '강북 찬가'-동양화가 정재호 [미디어다음/ 2006. 2. 20]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근대화의 상징이었으나 이제 하나둘 사라져가는 낡고 오래된 시민아파트, 붉은 지붕과 노란 물통이 거북 등마냥 다닥다닥 붙어 도시의 지붕을 이룬 해방촌 풍경…. 도시민들의 눅진눅진한 삶이 녹아있는 풍경이 사라지기 전, 발품 팔아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며 기록해온 화가가 있다. 동양화가 정재호의 오래된 아파트 그림과 기록사진 속에 담긴 서울의 얼굴을 돌아본다. 오래된 시민아파트의 정면을 축소해 전시장으로 가져온 듯 생생한 묘사가 넘치는 정재호의 '대광맨션아파트'. '대광맨션아파트'의 세부. 집집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차양을 내려 빛을 가린 것이 이채롭다. 가난하되 자신의 공간을 꾸밀 줄 아는 이들의 소소한 개성이 다채로운 차양에서 드러난다. 그가 본격.. 2006. 2. 20.
탄광촌 그리는 ‘철암그리기’ 사람들 [미디어다음/2006. 1. 30] 한때 ‘개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만큼 부유했던 탄광마을 철암. 석탄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떠났지만, 날로 황량해져 가는 탄광촌 풍경을 그림으로 보듬는 ‘다방 갤러리’가 있어 철암도 더 이상 쓸쓸하지만은 않다. 대도시의 어떤 화려한 전시장보다 뜻 깊은, 탄광촌 역전다방 갤러리를 찾아가 본다. 철암역에 내려 밖으로 나가자마자 오른편으로 꺾어들면, 바로 옆으로 따끈한 차 한 잔이 그려진 갈색 간판 ‘진 커피숍’이 눈에 들어온다.이곳에서는 매달 새로운 탄광촌 풍경 그림이 교체 전시된다. 전시된 그림들은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철암을 찾는 ‘철암그리기’ 회원들의 작품이다. 2001년 10월 처음 시작된 ‘철암그리기’는 문화.. 2006.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