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가파른 암벽 사이로 숨은 길고양이

야옹서가 2009. 10. 12. 09:23
어디론가 마실 가는 길고양이를 살며시 뒤따라가 봅니다.

인기척을 느낀 고양이는 급한 마음에 발놀림이  빨라집니다. 


꼬리 짧은 길고양이가 몸을 숨긴 곳은, 가파른 암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틈이었습니다.

생명 하나 살 수 없을 것 같은 그 공간에 고양이는 제 몸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눈만 피할 수 있다면

음습하고 눅눅한 암벽 사이도 고양이에게는 안식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자기 몸 하나 숨길 공간이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아마 평상시에 눈여겨봐두었던 비상탈출 통로겠지요.  

이곳에서는 고양이도 안심하고 잠시 엉덩이를 붙입니다. 


그러나 바닥에 몸을 누인 것도 잠시, 축축하게 젖은 암벽과 눅눅한 낙엽의 한기를 견디지 못하겠는지

곧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준비를 합니다.


달아나기 전에 꼭 한번은 뒤를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빛이 초연합니다.

짧은 눈인사만 남긴 채 고양이는 종종걸음으로 멀어져 갑니다.

가파른 암벽길이 길고양이의 고단한 삶을 상징하는 것 같아, 또 한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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