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프랑스
파리의 동물묘지, 애틋한 고양이 묘비들
야옹서가
2010. 8. 25. 10:48
여행을 할 때면, 꼭 그 나라의 유명한 묘지를 돌아보곤 합니다.
대개 파리 여행 코스에서 페르라셰즈나 몽파르나스 묘지가 하나쯤 들어가지만
고양이 여행에서 동물묘지를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파리에 오기 전 들렀던
스웨덴의 동물묘지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물론 제가 갔던 고작 몇 군데의 묘지가 그 나라의 동물묘지 양식을 대표한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그 나라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이별한 후
어떤 모습으로 추억하는지 보여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은 '반려견 묘지'라고 불리지만, 개 외에도 고양이, 말 등 다양한 동물이 묻혀 있으며,
명사들과 함께 했던 동물들이 묻힌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무덤이 있는 줄도 모르게 숲속에 드문드문 자리 잡은 스톡홀름 반려동물 묘지의 사진(위)와 비교하면,
약간 과밀도처럼 느껴져서 답답해보이는 감은 있습니다.
활용하게끔 설계한 곳이겠지만, 어느 나라의 동물묘지가 더 마음에 들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스톡홀름 동물묘지 쪽이 더 자연에 가까운 것 같아 편안한 마음이 듭니다.
대신 파리의 동물묘지는 묘비가 좀 더 화려하고 장식이 많네요.
세월이 야속합니다. 하지만 행복했던 기억도 이별의 슬픔도 그렇게 희미해져 가겠지요.
내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함께 만들었던 추억이 애틋한 게 아닐까 싶어요.
반려동물이 떠나고 그들의 기억이 마음을 에일 때도 있겠지만, 시간이 흘러 차분해진 마음으로
추억을 돌아볼 수 있다면...그래서 그 시간 동안 동물묘지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18년을 산 고양이라니...사람으로 치면 갓난아기에서 성년이 다 될 때까지 긴 시간을
함께 살아온 셈입니다. 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별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양이 얼굴 모양으로 구멍을 뚫은 대리석으로 작은 방을 만들어 세운 이 비석을 보면서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영정사진을 곱게 찍어두려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이별 후에도 간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곳에 가만히 찾아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쌓인 사연이 얼마나 많을까요. 사랑하는 고양이를 보낸 마음은 얼마나 애잔할까요.
사랑했던 동물의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려는 마음이, 애틋한 묘비 속에 담겨 있습니다.
* 스톡홀름 동물묘지 탐방기를 보시려면(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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