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아기 길고양이, 겁을 상실한 이유

야옹서가 2010. 11. 2. 08:08
아직은 수줍음 많던 밀레니엄 아기 고양이 통키가

오늘은 웬일인지 성큼성큼 거침없이 다가옵니다.

저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저도 몸을 낮추고 통키와 눈인사를 나눌 준비를 합니다.



"훗~나도 이제 다 컸다고. 사람 따윈 무섭지 않아!"

은근히 여유만만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걸 보니,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한데요. ( -ㅅ-)+  

지금 표정은 어쩐지 '껌 좀 많이 씹어 본 고양이' 얼굴입니다.


길고양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어느 정도는

경계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늘 생각하지만, 이렇게

고양이가 그윽하게 응시할 때는 눈길을 외면하기 힘듭니다.

그냥 가만히 바라봐 줄 수밖에요.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는 거야?' 하면서 저도 눈빛으로

말을 건네봅니다. 사람과 고양이가 둘이 나란히 엎드려서

침묵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풍경을 멀리서 본다면 아무래도

좀 이상해 보이겠지만요.




"근데 엄마! 아직 안 갔죠? 옆에 있죠?"

저와 마주보는 시간이 길어지자, 통키의 눈빛이

슬그머니 시멘트 턱 위에 있는 엄마를 향합니다.

통키가 겁을 상실한 이유는 역시 엄마 덕분이었군요.


통통한 엄마 꼬리는 밧줄 같아서, 적이 나타나면 그 꼬리로

바닥을 탕탕 치고 위협하면서 언제든 아기를 지켜줄 것 같아요. 

그래서 통키도 마음 놓고 제게 고함을 칠 수 있는 것이랍니다.

때론 그림자처럼 뒤를 따르고, 때론 자기보다 큰 상대와도

겁먹지 않고 싸워 지키는 엄마. 그런 엄마가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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