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아기 고양이, 화장실까지 따라오면 곤란해
야옹서가
2010. 11. 4. 08:20
앞발로 슬쩍슬쩍 마른 땅을 고릅니다. 뭔가 맛있는 거라도
발견했나 싶어 마음이 다급해진 아기 고양이 통키는, 누가
엄마쟁이 아니랄까봐 얼른 옆으로 따라붙습니다.
눈치가 빨라야 고양이밥 한 숟갈이라도 더 획득하는 것이
길고양이 세계의 진리니까요.
"엄마, 맛있는 거 혼자 먹기예요? 나랑 같이 먹어야죠!"
"아니, 인석이... 그런 거 아니라니까."
엄마의 목소리가 어쩐지 좀 떨리는 것 같습니다. 더 수상합니다.
하지 않고, 슬그머니 엉덩이 높이를 낮춥니다. 엉덩이 근육에
끙차 끙차, 부르르 힘을 주는 소리도 들립니다.
'아, 이건 아닌데...'
멋적은 듯 돌아서는 통키의 얼굴에 당혹감이 감도는 듯합니다.
'아, 낭패다... 일단 후퇴.'
엄마 옆에 있으면 뭐라도 하나 떨어질 줄 알았더니
오늘은 통키의 착각으로 끝났습니다.
"녀석, 엄마가 그렇게 아니라고 했건만..."
볼일 보는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노랑아줌마의 얼굴이
더욱 노랗게 달아오른 듯하네요. 그러게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질 줄 알아야 하는데, 통키가 아직 눈치가 좀 없습니다.
말했지만, 길고양이 세계에선 눈치 없으면 몸이 고생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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