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사 | 칼럼/인터뷰

고양이 초상화를 보는 고양이

야옹서가 2010. 11. 19. 08:37
고양이와 관련된 작가분의 인터뷰를 갔다가, 고양이 초상화가


있다고 해서 보여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마침 책상 위로

폴짝 뛰어올라온 녀석이 있어서, 초상화를 슬쩍 디밀어 봅니다.

바닥에 놓으면 보기 불편할 것 같아서 세워줬더니 물끄러미 봅니다.

고양이가 거울이나 유리창에 비친 주변 모습을 인식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는지라, 초상화를 보는 고양이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림 속 자기 얼굴은 움직이지 않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는데 거울 보듯 가만히 보고만 있네요.
 
 
'다른 고양이들의 초상화는 모델과 많이 닮았지만 그 그림은

모델과 조금 안 닮았다'고 하는 작가분의 그림 설명을 듣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샐쭉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립니다.

'아니, 그럼 나만 안 닮게 그려줬다는 거야?' 하고

삐친 것 같아 귀여웠어요. 제 눈에는 많이 닮은 것 같은데,

지금보다 약간 더 어릴 때 그린 그림이라, 그때의 모습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어요.


인터뷰한 고양이의 인상착의와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 마지막에

모아놓고 찍은 사진인데, 각각의 고양이 특성이
잘 드러나 재미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는 스밀라의 초상사진은 수없이 찍어줬어도, 정작

초상화는 그려주지 않았네요. 미대생이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초상화 그려달라는 말이라는데^^; 학생 시절엔 그런 부탁을 받으면

부담스럽기도 하고 멋쩍기만 했는데, 그림을 놓은 지 오래됐지만

이렇게 고양이 초상화를 보니 갑자기 스밀라 그림이 그리고 싶어집니다. 

'그리다'의 어원이 '그리워하다'에서 온 거라는 말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데, 그렇게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그리는 그림이라면 흡족하게

완성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