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단풍잎 융단을 만끽하는 고양이
야옹서가
2010. 12. 3. 08:39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의 희미한 붉은색으로만 느낄 수 있을 따름입니다. 한때 붉게 물들었다
잿빛을 띤 분홍색으로 변하는 단풍잎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있는 힘껏 불태우고
아무 미련 없이 이 세상과 작별하는 것 같습니다.
소풍 가던 날의 들뜬 마음을 접고 가만히 이 땅으로 내려앉은 낙엽들이
마른 땅에 따스한 융단을 만들어줍니다. 그 융단을 즐거이 이용해 주는 것은
동네 고양이입니다. 노란 치즈 얼룩무늬가 예쁜, 통통한 겨울 고양이입니다.
만끽합니다. 융단 위에서의 시간은 고양이에겐 빼앗기고 싶지 않은 평화로운 순간인가
봅니다. 가만히 식빵을 굽고 있을 뿐입니다. 꼭 불판 위에 놓인 치즈 식빵 같다고나 할까요.
단풍잎 융단 아래 노란 고양이, 은행잎처럼 잘 어울립니다.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올 겨울은 고양이들에게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