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폴라로이드 고양이
[폴라로이드 고양이] 104. 갈림길 앞에 선 고양이
야옹서가
2010. 12. 5. 08:25
오른쪽 길도, 왼쪽 길도 색깔만 다를 뿐 똑같아보여서
무심코 발길을 오른쪽 길로 돌려 봅니다.
어쩐지 가보지 못한 왼쪽 길에는 더 재미난 삶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관성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대개 가던 방향대로 가게 됩니다.
한번 내린 결정을 바꾸기도 그렇고, 되돌아가자면 다리도 아플 테고
지금까지 걸은 거리를 생각하면, 맨 처음 갈림길로 다시 가긴 귀찮거든요.
그러나 호기심도 모험심도 다 수그러들고, 돌아가기엔 너무 오랜 시간을
길에서 허비한 후에야, 가보지 못한 길을 생각하며 쓰러져 후회합니다.
'그때 그 길로 다시 가야했던 게 아니었을까? 지금은 너무 늦었겠지.'
그래도 고양이에게 '좌절금지'라고 말해주고 싶은 건,
이쪽 길이 아니다 생각될 때, 그때라도 늦지 않았으니
돌아나오면 된다는 것. 아니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나마 새롭게 시작할 용기가 있다는 증거이니 다행이라는 것.
익숙하지 않은 길이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가보려는 사람,
원하던 길이 아니라 생각될 때 용기 내어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
그런 모든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12월입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괴로워하는 대신,
후회없는 시간으로 채워나갈 내년이 머지 않았음을 기뻐하는
그런 연말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