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고양이 스밀라
가방을 지키려는 고양이의 자세
야옹서가
2010. 12. 9. 08:15
예전에는 배낭에 이것저것 넣고 다니는 게 습관이었는데, 작년에 한번 크게 앓았던 뒤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작은 배낭을 마련해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작고 가벼워서 즐겨 쓰는 배낭인데, 이날은 스밀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 봅니다. 배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나오게 하려고 하니, 등과 배를 바닥에 딱 붙이고
힘을 주면서 나오려고 하지 않네요. 스밀라의 표정에도 고집스런 마음이 묻어납니다.
똬리 틀듯 몸을 동그랗게 말면 올라가기는 하는데, 지금은 가방을 사수하려고
뒷발을 마루에 지탱해서, 닻을 내린 배처럼 꿈쩍도 않습니다. 무심해 보이지만
실은 가방에서 좀 더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스밀라입니다.
한쪽 발로는 가방 테두리를 꼭 붙들고 "나 잔다..." 하고 눈을 가늘게 감는 것입니다.
'잠자는 고양이는 안 건드릴 텐데...' 하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절 올려다봅니다. 실눈 뜨고 졸린 척하던 방금 전 모습과 너무 달라서, 한번 웃고
자리를 물러나와 줍니다. 아무래도, 가방은 스밀라가 싫증나서 일어났을 때
슬그머니 치워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