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고양이 스밀라

1인용 뗏목을 타고 노는 고양이

야옹서가 2010. 12. 28. 11:01
오늘도 스밀라는 뗏목을 타고 있습니다. 어린 고양이들은 언제나 활달하게 뛰어논다는데,

스밀라는 자기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고 말하고 싶은지, 여느 장난감에는 별 반응이 없습니다.

새로운 장난감을 보여주면 그때나 반짝 호기심을 보일 뿐, 금세 시들한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장난감은 귀찮아해도, 한결같이 싫증내지 않는 게 있으니 뗏목타기 놀이입니다.

이것도 놀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바닥에 놔 둔 물건들 위로 옮겨다니며

눕는 걸 보면, 스밀라에겐 정적인 이런 놀이도 나름대로 즐거운 소일거리인가 봅니다.

"이 가방은 내 것이다" 하고 주장하는 것처럼 한쪽 발을 턱 올린 자세에 당당함이 넘칩니다.

분명히 스밀라 가방이 아니고 제 가방이긴 한데, 저렇게 나오면 도로 가져갈 재간이 없습니다.

왠지 가져가면 안될 것 같고, 밀어내면 스밀라도 마음이 상할 것 같고 해서요.

하필이면 집에 검은색 가방이 대부분이라, 한번 스밀라가 앉았다 떠난 자리에 묻은

하얀 털을 떼는 것도 큰일입니다.  


어머니가 외출을 준비하지만, 스밀라는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배웅은 하지 않습니다.

"오는 사람은 환영하지만, 가는 사람은 붙잡지 않는다"가 스밀라의 원칙입니다.

그래서 귀가할 때 쪼르르 뛰어나왔다가 모른 척 돌아서는 스밀라의 환영의식이

더 반가운지도 모르겠네요.


동생이 설거지하는 달그락 소리에 귀만 뒤로 돌려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무심한 것 같아도

스밀라는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1인용 뗏목을 타고 말이죠.



털이 북실북실하고 하얬던 북극여우의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양이란 동물이 원래 더운 지방에서

살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만약 북극에도 고양이가 살 수 있었다면
스밀라처럼 하얀 털옷을

입고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파란 바다 위에 얼음 배를 띄우고 둥둥 세상구경을 하는

스밀라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