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고양이 스밀라
이불언덕을 지키는 망부석 고양이
야옹서가
2012. 2. 4. 10:31
일반실로 옮겼지만 아직 퇴원은 하기 힘든 상태라서 가족들이 돌아가며 24시간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병실에 계시는 동안 어머니와 동생이 번갈아가며 병원을 지키는지라, 제가 퇴근하고 돌아와보면
스밀라만 텅 빈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걱정에 마음이 울적해져서 현관에 서서 들어오지 않고
스밀라를 빤히 보고 있으니, 저를 맞이하러 나온 스밀라가 의아한 얼굴로 보고 있다가 꼬리로 제 다리를
툭, 툭 두 번 쳐 줍니다. 마치 꼬리로 '힘내라' 하고 격려해주는 것 같아 마음의 위안이 됩니다.
안방에 이불보에 싸 둔 겨울 솜이불이,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스밀라의 언덕이 되었습니다. 저 자리가
안방에서 가장 높은 자리이기 때문에, 스밀라는 저기 앉아서 아버지를 빤히 내려다보곤 했었습니다.
할아버지 냄새가 묻은 잠옷을 깔고 누워, 왜 이렇게 오랫동안 방 주인이 오지 않는지 궁금해 합니다.
벨 소리가 나면 눈이 번쩍 해서 돌아보지만, 앞집 사람인 걸 알고 다시 실망해서 고개를 늘어뜨리는 스밀라입니다.
꼬리로 툭툭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집안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 스밀라도 아는 것만 같아 마음이 짠해옵니다.
자기도 모르게 망부석 고양이가 된 스밀라입니다.
아버지는 한동안 음식도 거의 못 드시고, 과거와 현재를 혼동하시는 경향이 있어 걱정했었는데 병원에서는
뇌를 다쳤으니 그럴 수 있다고 하네요. 연세가 있다 보니 가끔 넘어지시긴 했지만 중환자실까지 간 것은 처음이라
가족 모두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고, 더 나빠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많았지만, 조금씩 차도가 있다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 됩니다. 다만 방금 소변을 보셨는데도 자꾸 다시 소변을 보고 싶다 하셔서 야간 간병을 맡은 동생이
잠을 거의 못 자는 게 걱정이네요. 신경성 빈뇨라고 하는데... 2월까지는 병원에 계시면서 뇌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고 하니, 그동안 조금씩 나아지셨으면 좋겠네요. 블로그에 글을 쓸 정신이 없어 한동안 비워두었는데,
아버지도 처음보다는 차도가 있으시니 짬나는 대로 짧게라도 소식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