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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타는 길고양이, 먹먹한 뒷모습 길고양이의 나무타기는 간혹 볼 수 있지만, 도심에서 암벽등반하는 길고양이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집 근처 뒷산 정도는 있어야 가능하겠죠. 길고양이 백비의 은신처 근처에도 암벽이 있습니다. 요령좋은 고양이 발로는 용케 다닐 수 있지만, 사람의 뭉툭한 발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재주가 없죠. 담벼락에 앉아있던 백비가 내려서더니, 암벽을 향해 잽싸게 몸을 날립니다. 산을 탈 때는 오르는 것보다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뛰어내리는 발걸음에 거침이 없습니다. 뒷발의 곰돌이 쿠션 신발은, 이럴 때 아쉬우나마 등산화가 되어줍니다. 깎아지른 바위 계단도 성큼성큼 잘 오릅니다. 사람으로 친다면 자기 허벅지만큼 올라오는, 높이가 꽤 되는 바위지만, 거리낌이 없습니다. 어중간히 낮은 경사의 바위산보다.. 2010. 10. 29.
[폴라로이드 고양이] 089. 그들이 달리는 이유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는 '잘 모르는 고양이'들이 사람을 발견했을 때 보여주는 반응은 대개 이런 식으로 비슷합니다. 공중부양술을 시전하면서 슝~ 날아가거나 꼬랑지가 빠질세라, 가랑이가 찢어질세라 온 몸의 근육을 총동원해 뛰어가는 것. 혼비백산해서 달아나는 고양이가 안쓰러워 괜찮다, 해치지 않는다 말해보다가 부질없는 일이다 싶어 그만 둡니다. 아무리 지혜로운 엄마 고양이라 할지라도 모든 고양이에게 독심술을 가르칠 수 없다면, 달아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살아남기엔 더 유리할 테니까요. 2010. 10. 28.
엄마 길고양이의 뭉클한 배려 고양이를 만나러 가면, 그네들이 뭘 하며 지내는지 가만히 앉아 바라봅니다. 사람 사는 하루하루가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가듯이, 고양이의 하루도 그렇게 담담하니 지나갑니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으로 다가가서는 알아챌 수 없는 고양이의 작은 배려를, 몸짓에서 읽을 때가 있습니다.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인 노랑아줌마와 아기 통통이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통통이가 잘 따라 오나, 못 오나...한 배에서 난 통키보다 조금은 허약한 통통이 때문에, 노랑아줌마의 표정에도 근심이 담긴 듯합니다. 통통이도 점프는 잘 할 나이인데, 오늘은 엄마 꼬리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노랑아줌마는 애가 타는지 통통이를 돌아보며 부릅니다. "이 정도면 넘을 수 있겠니?" 노랑아줌마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꼬리를 들어.. 2010. 10. 28.
금배추밭 지키던 길고양이, 부럽다 추석연휴 전인 9월 15일 H모 사의 포기김치 10kg을 주문했다가, 배추값 폭등으로 배송받지 못하고 '보름만 더 기다려달라'던 말에 묵묵히 기다린 게,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습니다. 더 이상은 못 기다릴 것 같아서 주문을 취소하려던 차에, 업체에서 메일이 왔네요. 내일은 꼭 보내주겠노라고... 배추값이 오른다고 농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중간유통상의 주머니에 고스란히 들어간다는데... 도대체 이 배추는 금배추도 되었다가, 무용지물이 되었다가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날이 추워지면서 또 배추값이 오를 기미가 보인다고 하니 한숨이 나네요. 작년 이맘때 풍성하게 자란 배추밭을 홀로 지키던 길고양이가 생각나 사진을 올려봅니다. 누르면 커져요^^ 아, 저 많은 배추들...보.. 2010. 10. 27.
길고양이계의 미남 악동, 고동이 멋진 고동색 망토를 둘러쓴 듯한 모습 덕에 한층 늠름해 보이는 고동이에게는 한 가지 고질병이 있습니다. 어린 고양이를 보면 장난을 걸고 싶어 근질근질해하는 것인데요. 다른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육탄전은 가끔 벌어지는 일이고, 어떻게 보면 놀이를 통해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힘이 약한 어린 고양이에게는 왠지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아 속상한 일일 수도 있을 텐데요. 고동이는 주변의 시선을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이건 아프리카 맹수도 아니고...사진이 묘하게 찍혔는데-_-; 고동이가 갑자기 달려들어 허벅지를 물어뜯는 바람에 기겁한 짝짝이가 필사의 반격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이 아저씨가 고양이 잡네!" 귀를 납작하게 만들고 고함을 질러봅니다만, 소용 없습니다. 공격은 다시.. 2010. 10. 25.
루브르의 '고양이 미라', 애틋한 표정 고양이가 가축의 개념으로 인간 곁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고대 이집트부터라고 합니다. 이집트 여신인 바스테트가 고양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기에, 고양이는 이집트인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동물이었을 것입니다. 프랑스 고양이 여행 중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로 루브르 박물관을 꼽았던 것은, 이집트관에 잠들어 있는 고양이들의 미라를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무덤 주인의 사망 시기에 맞춰서 이 많은 고양이들이 자연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니, 먼 옛날 한국에서도 그랬듯 순장 형식으로 죽음을 맞았겠지요. 인간의 무덤에 묻히기 위해 생목숨을 끊어야 했던 고양이의 비애는 오랜 세월에 탈색되어 그저 담담한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집트 고양이 미라의 형태는 이렇게 대부분 끝이 동그란 원기둥 .. 2010.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