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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 고양이] 090. 길고양이 M의 고백 안녕하세요. M이라고 합니다. 사실 그게 본명은 아닙니다만, 나를 본 사람들이 가끔 나더러 M이라고 부르더군요. 오래 전 납량드라마에 나온 여주인공의 레이저 눈빛과 내 눈빛이 꼭 닮았다면서요. 내 주위에는, 나 말고도 수많은 M이 있습니다. 한낮에 우리와 마주쳤을 때 그리 부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깊은 밤이 되고 도시의 어둠이 거리로 내려앉을 때 ... 밝은 매장에서 흘러나온 불빛에, 혹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가끔은 우리를 사진찍기 위해 터뜨리는 카메라 플래시에 우리 눈동자가 빛을 반사하면, 그렇게 보이나 봅니다. M이 무엇인지,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우리 길고양이들은 알 수 없지만, 그 단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표정에 약간의 껄끄러움과 두려움이 담긴 것을 보면 한밤중에 만나는 우리 눈동자가 그리 달갑지.. 2010. 10. 29.
암벽 타는 길고양이, 먹먹한 뒷모습 길고양이의 나무타기는 간혹 볼 수 있지만, 도심에서 암벽등반하는 길고양이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집 근처 뒷산 정도는 있어야 가능하겠죠. 길고양이 백비의 은신처 근처에도 암벽이 있습니다. 요령좋은 고양이 발로는 용케 다닐 수 있지만, 사람의 뭉툭한 발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재주가 없죠. 담벼락에 앉아있던 백비가 내려서더니, 암벽을 향해 잽싸게 몸을 날립니다. 산을 탈 때는 오르는 것보다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뛰어내리는 발걸음에 거침이 없습니다. 뒷발의 곰돌이 쿠션 신발은, 이럴 때 아쉬우나마 등산화가 되어줍니다. 깎아지른 바위 계단도 성큼성큼 잘 오릅니다. 사람으로 친다면 자기 허벅지만큼 올라오는, 높이가 꽤 되는 바위지만, 거리낌이 없습니다. 어중간히 낮은 경사의 바위산보다.. 2010. 10. 29.
[폴라로이드 고양이] 089. 그들이 달리는 이유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는 '잘 모르는 고양이'들이 사람을 발견했을 때 보여주는 반응은 대개 이런 식으로 비슷합니다. 공중부양술을 시전하면서 슝~ 날아가거나 꼬랑지가 빠질세라, 가랑이가 찢어질세라 온 몸의 근육을 총동원해 뛰어가는 것. 혼비백산해서 달아나는 고양이가 안쓰러워 괜찮다, 해치지 않는다 말해보다가 부질없는 일이다 싶어 그만 둡니다. 아무리 지혜로운 엄마 고양이라 할지라도 모든 고양이에게 독심술을 가르칠 수 없다면, 달아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살아남기엔 더 유리할 테니까요. 2010. 10. 28.
엄마 길고양이의 뭉클한 배려 고양이를 만나러 가면, 그네들이 뭘 하며 지내는지 가만히 앉아 바라봅니다. 사람 사는 하루하루가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가듯이, 고양이의 하루도 그렇게 담담하니 지나갑니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으로 다가가서는 알아챌 수 없는 고양이의 작은 배려를, 몸짓에서 읽을 때가 있습니다.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인 노랑아줌마와 아기 통통이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통통이가 잘 따라 오나, 못 오나...한 배에서 난 통키보다 조금은 허약한 통통이 때문에, 노랑아줌마의 표정에도 근심이 담긴 듯합니다. 통통이도 점프는 잘 할 나이인데, 오늘은 엄마 꼬리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노랑아줌마는 애가 타는지 통통이를 돌아보며 부릅니다. "이 정도면 넘을 수 있겠니?" 노랑아줌마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꼬리를 들어.. 2010. 10. 28.
금배추밭 지키던 길고양이, 부럽다 추석연휴 전인 9월 15일 H모 사의 포기김치 10kg을 주문했다가, 배추값 폭등으로 배송받지 못하고 '보름만 더 기다려달라'던 말에 묵묵히 기다린 게,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습니다. 더 이상은 못 기다릴 것 같아서 주문을 취소하려던 차에, 업체에서 메일이 왔네요. 내일은 꼭 보내주겠노라고... 배추값이 오른다고 농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중간유통상의 주머니에 고스란히 들어간다는데... 도대체 이 배추는 금배추도 되었다가, 무용지물이 되었다가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날이 추워지면서 또 배추값이 오를 기미가 보인다고 하니 한숨이 나네요. 작년 이맘때 풍성하게 자란 배추밭을 홀로 지키던 길고양이가 생각나 사진을 올려봅니다. 누르면 커져요^^ 아, 저 많은 배추들...보.. 2010. 10. 27.
길고양이계의 미남 악동, 고동이 멋진 고동색 망토를 둘러쓴 듯한 모습 덕에 한층 늠름해 보이는 고동이에게는 한 가지 고질병이 있습니다. 어린 고양이를 보면 장난을 걸고 싶어 근질근질해하는 것인데요. 다른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육탄전은 가끔 벌어지는 일이고, 어떻게 보면 놀이를 통해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힘이 약한 어린 고양이에게는 왠지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아 속상한 일일 수도 있을 텐데요. 고동이는 주변의 시선을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이건 아프리카 맹수도 아니고...사진이 묘하게 찍혔는데-_-; 고동이가 갑자기 달려들어 허벅지를 물어뜯는 바람에 기겁한 짝짝이가 필사의 반격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이 아저씨가 고양이 잡네!" 귀를 납작하게 만들고 고함을 질러봅니다만, 소용 없습니다. 공격은 다시.. 2010.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