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길고양이 식빵 3종 세트 덜 구운 빵, 잘 구운 빵, 너무 탄 빵. 구워진 정도도 제각각, 식빵 셋이 오종종 모여서 잘도 잔다. 2008. 9. 22.
단잠 자는 길고양이 '행복해' 토실토실한 앞발을 베게 삼아 잠든 길고양이들. 길에서 살아가는 고단한 삶이지만, 안전한 곳에서 단꿈을 꾸는 순간만큼은 더없이 평안해 보입니다. 햇살이 어린 고양이의 등을 따뜻하게 쓰다듬으면 솔솔 졸음이 오지요.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이 사람을 경계하고 달아나지만, 유독 여유로운 심성을 가진 녀석들도 있습니다. 숨을 곳이 많고, 먹을 것이 넉넉한 곳을 근거지로 삼아 살아가는 고양이들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비닐장판 조각을 깔고 누운 녀석을 보니, 집에 있는 스밀라가 생각났습니다. 종이 한 조각이라도 바닥에 깔려있으면 기어이 깔고앉기를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은 길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이, 너만 좋은데 앉지 말고 나도 좀 앉아보자." 밀크티가 슬며시 끼어듭니다. 졸지에 명당자리를 뺏긴 오렌지티지만, 하악거리.. 2008. 9. 19.
가을을 맞이하는 길고양이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사람들이 긴팔 옷차림을 하기도 전에 가을이 오는 것을 잽싸게 알아채는 길고양이들이 나무 둥치에 기대어 바람을 맞는다. 바람 소리를 들으며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2008. 9. 17.
꽃고양이 아무도 심지 않았는데 맨땅에서 잎이 자라고 꽃이 핀다. 네가 태어난 곳은 화사한 꽃 흐드러지게 핀 화원이 아니라,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헐벗은 땅이다. 그러나 너를 품고 키워준 땅이 초라하기에, 역설적으로 네가 더 빛난다. 허리 끊겨 죽을 날만 기다리는 꽃들이 빼곡하게 꽂힌 꽃가게에서 널 봤다면, 난 네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살겠다고, 기왕 태어난 목숨이니 한번 살아보겠다고 팍팍한 땅에 뿌리내린 네가, 땅의 육즙을 쭉쭉 빨아마셨다가 붉은 꽃으로 토해낸 네가, 기특하고 대견해서 한번 더 눈길이 간다. 홀로 꿋꿋하게 살아남았기에 더 귀하고 소중한 너를 안아주고 싶어진다. 어수룩한 얼굴로 고개를 기우뚱 숙이는 네게 정이 간다. 너는 내게 꽃이다. 꽃고양이다. 2008. 9. 14.
길고양이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올 때 늘어진 나뭇잎 사이로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앉을 만한 공간이 비어있다. 길고양이가 오지 않았다면 눈에 띄지도 않았을 회색 타일벽은, 길고양이의 몸을 품어 안고서야 비로소 의미있는 공간이 된다. 고양이의 눈동자처럼 푸른 잎이 후광처럼 고양이의 몸을 감쌀 때,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를 손에 들면, 세상이 수많은 프레임으로 이뤄진 공간 같다. 평소에는 투명해서 보이지 않지만, 길고양이가 나타나면 비로소 뚜렷해지는 프레임. 2008. 9. 12.
지붕 위 숨바꼭질하는 길고양이들 도시에서 길고양이가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붕 위가 바로 그들의 소중한 아지트입니다. 하루에 한번 하늘 보기도 힘든 사람들이 지붕 위까지 시선을 돌릴 리 없기 때문이죠. 골목길 한구석조차 길고양이에게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도, 지붕 위로 돌을 던지지는 않으니까요. 길고양이는 지붕 위에서 잠을 자고, 숨바꼭질을 하고, 때론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명상에 잠깁니다. 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세상 모든 것을 초월한 달인의 풍모가 느껴져요. 도심 속의 작은 쉼터, 지붕 위 아지트에서 놀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만 모아보았습니다. 빨간 지붕위로 얼굴만 내민 고양이 얼굴. 저 사람이 안전한지 아닌지 재 보는 것 같아요. 몸은 기와지붕 뒤에 숨긴 채 뾰.. 2008.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