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1 07:20

길고양이의 '복층 원룸' 천막집 초대

겨우내 바람막이가 되어준 천막집 앞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망을 보고 있습니다. 제가 가까이 다가가자

천막집 안으로 슬그머니 몸을 옮깁니다.

멀리 도망가지는 않고 살짝 고개를 내밀어 오랫동안 주시하는 모습이, 꼭 자기를 따라 오라고

초대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눈이나 비 내리는 날 고양이들이 어떻게 겨울을 날까 궁금했던 차여서 

큰 친분은 없는 사이지만, 염치불구하고 고양이를 따라가 봅니다.

"우리 집을 최초로 공개하겠다옹~ 근데 빈손으로 오면 서운하다옹!"  눈빛이 고양이의 마음을 대변해줍니다.

며칠 사이 부쩍 추워진 날씨에 그만 감기에 걸렸는지, 콧물을 계속 흘리고 있어서 안쓰럽네요.

천막집 안으로 고개를 쑥 집어넣으니, 햇빛이 천막을 통과해서 신비한 푸른 빛으로 가득합니다.

겉보기보다 실내는 꽤 운치가 있습니다. 게다가 매서운 바람을 막아주니 고양이에게는 한뎃잠을 자는 것보다

이 천막집이 얼마나 고마운 공간인지 모릅니다.


허름해 보여도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않느냐는 눈빛입니다. 낡았지만 스티로폼 조각까지 있는지라

겨울나기 장소로는 제격입니다.


"이래뵈도 복층 원룸이라옹~"

2층 다락방으로 가뿐히 뛰어올라 얼굴을 쏙 내민 고양이의 다부진 입가에 은근한 자부심이 넘칩니다.

비록 대문은 늘 열려 있고 뒷문도 뻥 뚫려 있지만, 길고양이에게는 행복한 보금자리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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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0 08:45

눈 온 날, 길고양이 마음은 소금밭이다

폭설 내리는 날이면 떠오르는 책이 있습니다.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

-지금은 절판된 문학평론가 이명원의 책입니다.

질 나쁜 소금을 입에 털어넣으면 입속을 가득 채우는, 텁텁하고 씁쓸하고 찝찌름한 맛.

마음이 그런 기운으로 가득 찰 때, 글쓴이는 도서관에 가서 마음을 달랩니다.


마음이 소금밭인데 도서관에 가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소금밭 같은 마음이란, 벌어진 상처에 뿌린 소금처럼 따갑고 아린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처 입어 아리고 쓰린 자리에 또 다시 따가운 소금을 뿌려대는 일.


폭설 내린 날 길고양이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고양이 등에 사뿐사뿐 내려앉는 눈송이는

달콤한 설탕이 아니라, 뾰족뾰족 네모나게 각이 진 소금입니다.
 

겨울이 다 지나갔나 하고 방심했던 길고양이들에게는 차가운 눈발이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인간처럼 제설차를 쓸 수도 없고, 눈삽조차도 쓸 도리가 없어 그저 작은 발걸음으로 종종거리며 길을 만들어야

겨우 먹이를 구하러 나올 수 있는 날, 고양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그런 날에 길고양이들은

곁에 웅크린 친구의 희미한 온기에 몸을 기대고, 쓰라린 마음을 보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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