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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어린 길고양이의 '지붕 전망대'

by 야옹서가 2010. 2. 17.
가끔 길을 걷다가 머리 위가 따끔따끔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하늘을 보면,

길고양이가 저를 유심히 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날도 지붕을 집 삼아 살아가는 어린 길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지붕 위에서 내려오지 않아 성별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비슷한 연배인 것으로 보아

한 배에서 난 가족인 듯합니다.



지켜_보고_있다.jpg

둘이 슬그머니 자리를 바꾸어 쳐다봅니다. 나달나달해진 천막이 몸에 맞지 않는 코트를 입은 아이처럼 느껴져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바람막이할 곳도 없는 지붕에 있을 때만 겨우 안심할 수 있는 길고양이의 삶이

고단해 보여 마음이 쓰입니다. 땅으로 내려와 천막 속에 들어가 있으면 찬 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을 텐데요.

발아래 있는 인간이 무슨 생각을 하건, 고양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만 쏘아보내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높은 곳에 머무는 건 돌발상황이 일어나도 당황하지 않고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겠죠.
 
인간의 발이 닿지 않는 위치에서 우월한 상황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지붕은 추운 피신처로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세상 모든 것을 제 눈에 담고 싶은

길고양이의 입장에서는, 발아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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