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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 세파에 시달린 중년의 눈빛

by 야옹서가 2010. 5. 31.
흰색 물감에 퐁 담갔다 꺼낸 것처럼 꼬리 끝만 하얀 길고양이를 만났습니다. 강한 아이라인 속에

금빛 눈동자가 번뜩이는 고등어 무늬의 고양이입니다.

 
먹이를 찾다 저와 눈이 딱 마주친 고양이의 눈에 경계심이 가득합니다. 세상 물정 다 알아버린 중년의 눈빛.

저 고양이도 어느 평범한 집에서 태어났다면 "우리 고등어, 아이라인도 참 예쁘다"는 칭찬에 내심 우쭐대며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길 위에서의 거친 삶은 고양이의 얼굴을 세파에 찌든 아저씨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길고양이는 경계심을 풀지 못할 때 낮은 포복으로 이동합니다. 잔뜩 수그린 상체와 힘껏 모아쥔 앞발에는

금방이라도 달아날 수 있도록 발가락 하나하나 힘이 들어갔습니다. 그 모습이 꼭, 주눅들어 어깨 펴지 못하고

걷는 아저씨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있는 곳과 고양이 은신처까지는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저렇게 경계하는 것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경계심이 길고양이를 지금껏

살렸겠지요.


사람들이 내다버린 잡동사니로 어지러운 골목에서  먹을 것을 용케 찾아내어, 고개를 수그리고 먹습니다. 

길고양이에게 식탐이 많은 이유는, 하루에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음식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입니다. 있을 때 미친듯이 먹어두지 않으면, 언제 다시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을 지 모릅니다. 

그나마도 미친듯이 먹을 만한 분량도 되지 않지만... 음식에 붙은 흙먼지까지도 배불리 먹을 기세입니다.


부족하게나마 배를 채운 고양이는, 인간이 따라오기 힘든 은신처에 머물 때만 어깨를 활짝 폅니다.

잘 먹었다는 듯 하품을 쩍 하고, 구멍으로 쏙 들어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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