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다음 2006.01.16] 동물을 기르는 집이라면, 언젠가는 기르던 동물과 이별하게 된다. 한번은 겪어야 할 일임을 알지만, 막상 정을 붙이고 지낸 동물의 죽음이 다가오면 떠오르는 추억들 때문에 이별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내가 기억하는 첫 이별의 주인공은 초등학생 때 길에서 산 병아리였다. 하교길에는 다양한 동물들을 길에서 파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노점이 심심찮게 열렸다. 부리가 길쭉한 새끼 오리, 줄무늬가 귀여운 메추리 새끼, 심지어 물방개까지도 팔았다.
하지만 가장 흔한 건 노란 솜털이 보송보송한 병아리였다. 친구들이 오글오글 모여있는 곳에 달려가보면 십중팔구 병아리가 있었다. 쪼그리고 앉아 한 손으론 병아리를 쓰다듬고, 다른 한 손으론 주머니 속 잔돈을 셈하며 고민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늘 구경만 하다가 큰 맘 먹고 병아리를 산 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밥도 물도 꼬박꼬박 잘 먹고, 삐약삐약 노래도 곧잘 하던 녀석이었지만, 길에서 산 병아리가 대부분 그렇듯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차디차게 식어 빳빳해진 병아리를 발견했을 때, 아무 준비도 없이 처음으로 맞닥뜨린 생명의 죽음 앞에 어쩔 줄 몰랐다. 엉엉 울면서 녀석을 손수건으로 감싸 집을 나왔었다. 아파트에 살던 때라 집 근처에 묻을 곳도 마땅치 않아, 화단에 묻는 걸로 장례식을 대신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한동안 학교를 오가는 길에 병아리 무덤이 잘 있는지 들여다보곤 했다.

그밖에도 2층에서 뛰어내려 옆집 공사장으로 탈출한 새끼 오리, 함께 키우던 물방개에게 잡아먹혔는지 어느날 사라진 금붕어, 마당없는 집으로 이사가면서 친척 공장으로 보내야 했던 잡종개 쫑 등 다양한 동물들이 내 곁에 잠시 머물다 갔다. 생각해보면, 우리집 외에도 수많은 집에서 동물을 기르고 있었을텐데, 그 동물이 죽으면 모두 어디로 갔을까? 누군가는 가까운 뒷산이나 아파트 화단에 묻기도 했을테고, 누군가는 쓰레기와 함께 어물쩍 버렸을지도 모른다.

현재까지는 동물이 집이나 길에서 죽으면 '생활폐기물', 병에 걸려 동물병원에서 죽으면 '감염성폐기물'로 분류된다고 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작년 10월 동물장묘업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동물보호법안이 '입법 예고'되었을 뿐이다. 2006년에나 이 법안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나마 이것도 14년만에 개정을 시도한 동물보호법이라니, 반려동물을 기르는 집이 날로 늘어가는 현실을 법이 뒤쫓아가기란 아직 한참 먼 것 같다.

한때 나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동물이 죽어서 쓰레기로 분류된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사랑하던 동물과의 기억을 추모하며 뜻있는 이별을 준비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개인적으로 수소문해서 방법을 알아봐야 할 뿐이다.

요크셔테리어를 기르던 친구가 교통사고로 죽은 개의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했을 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던 건, 나 역시 동물과 이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그 동물을 어떻게 떠나보내야 할지의 문제가 남는다. 일상생활에서 가족 못지 않은 친밀한 정서적 관계를 유지해왔다면, 그 대상이 동물일지라도 죽음 뒤에 갑작스레 다가오는 상실감이란 상상 외로 크다. 떠난 동물에게도, 남겨진 사람에게도 죽음을 인정하고 작별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의 장례식은 그런 마음의 준비를 도와주는 작은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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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데리고 경기도 인근의 동물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단순히 시신을 화장하는 것뿐이라면 단순한 '소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박하게나마 의식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기쁨을 주었던 반려동물에게 예를 표하는 것 역시 일종의 장례식으로써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장례식이 꼭 인간에게만 허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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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장례식은 깨끗한 흰 천으로 사체를 수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냥 천으로 둘둘 말아 관에 넣는 것이 아니라, 두 장의 천을 준비해 격식을 갖추고 절차에 따라 감싼다. 먼저 한 장의 천을 바닥에 깔고, 다른 천 한 장은 좌우를 세 갈래씩 찢어 여섯 갈래가 되게끔 만든다. 반려동물의 사체를 가운데 눕힌 다음, 천 조각을 한 갈래씩 묶어 몸을 꼼꼼하게 감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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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시작해, 몸, 다리, 순으로 천을 단계별로 차근차근 감싼다. 천이 하나씩 매듭지어지는 동안, 개의 조그마한 몸도 세상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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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갈래의 천으로 몸을 다 감싼 뒤에는 바닥에 깔았던 천을 이용해 몸 전체를 단정하게 다시 감싼다. 바깥으로 삐져나온 매듭도 천 속으로 잘 밀어넣는다. 사람으로 치면 수의에 해당하기 때문에, 마지막 가는 길에 입는 수의의 매무새를 다듬듯, 정성들여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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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고치 속에 몸을 맡긴 애벌레 같은 모습이 되었다. 애벌레가 고치를 만들며 가사 상태가 되어 새로운 삶을 준비하듯이, 죽은 개 역시 이번 생을 편안히 마감하고 다음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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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마련된 조그만 나무 관 안에 개의 몸이 안치되면, 향을 피우고 추도문을 읽는다. 기르던 개의 이름을 부르면서 이런저런 추억을 회상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옆에서 지켜보는 내 눈도 어느새 뜨거워지고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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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사르고 추도식이 끝나면, 관 뚜껑이 덮이고 화장장으로 향하게 된다. 마지막 세상 나들이를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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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에서 꺼낸 개의 몸이 화장로를 향하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차갑게 식은 녀석의 몸도 따뜻한 불 속에서 마지막 온기를 얻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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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는 개의 마지막 모습... 이제는 붙잡을래야 붙잡을 수 없다. 남겨진 미련을 훌훌 털어버리고 작별을 준비해야 한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40여 분을 기다려야 했다. 잠시 자리를 옮겨 납골당 쪽으로 향했다. 친구는 화장만 선택했지만, 둘러보니 화장한 반려동물의 유골을 납골당에 보관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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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던 개가 평소 좋아했을 간식거리, 장난감, 인형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 속에 담긴 애틋한 사연을 알 수는 없지만, 주인이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을지 상상이 된다. 사진 속의 개는 십 년 가까이 살았다. 주인의 상심도 그만큼 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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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이 신던 신발, 좋아하던 장난감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 아마도 주인이 불교를 믿었던 듯, 유골함 위에 염주가 놓여있는 모습이 인상깊다. 차마 애견이 쓰던 물품을 버리지 못하고 이곳까지 가져왔을 애타는 마음이 남아있는 물건을 통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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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골당 한쪽 끝에는 향을 피울 수 있는 추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키우던 동물을 기리는 주인들이 가져온 꽃다발이 가득했다. 도심 외곽에 있어 발걸음이 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일이 되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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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시간이 어느덧 지나, 다시 화장로로 되돌아가 문을 여는 순간, 후끈한 열기와 함께 아직 재가 되지 못한 뼈가 희미하게 보인다. 온도가 높아 대부분의 유체가 불에 타기는 하지만, 크기가 큰 일부 뼈는 남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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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남은 뼈는 수습한 뒤 잡티를 제거하고 절구에 곱게 빻는다. 유골함에 넣어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제법 큰 뼛조각들이 잘게 부서지고, 점차 회색빛이 도는 고운 가루가 된다. 이렇게 곱게 빻은 유골은 종이에 싼 뒤, 도자기로 만든 유골함에 넣고 검은 리본으로 묶어 주인에게 돌려준다. 한때 묵직한 존재감으로 친구의 두 팔에 안겼을 개의 몸은 고이 자연 속으로 돌아갔다. 가벼워진 육신의 무게만큼, 그 영혼도 가벼워져 하늘로 수월하게 떠났기를 바란다.

현재 한국의 애견 인구는 적게는 500만~많으면 6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밖의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숫자까지 합치면, 이 순간에도 태어나고 죽는 동물들의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동물이 살아있을 때뿐 아닌가 싶다. 단순히 귀여운 동물을 키운다는 느낌의 '애완동물'이라는 단어 대신,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의 의미가 더욱 큰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오래다. 반려동물과의 의미있는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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