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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L로 저작물 사용범위를 표시할 때

by 야옹서가 2008. 2. 27.
어느 블로그를 들어갔다가, 글 마지막에 붙은 공지를 읽었다. "이 글은 허락 없이 퍼 가면 안 되고, 저작권은 저에게 있고, 상업적인 용도로 쓰시면 절대 안되고..." 등등.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공지 바로 아래 이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Creative Commons License, 이하 CCL)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초가집(집+집), 역전앞(앞+앞) 같은 동어반복에 해당하지만, 이런 경우를 종종 본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건 플러그인 설정을 하면 글을 쓸 때마다 자동으로 붙는 CCL이다. 그런데 CCL로 글의 사용 범위를 명시했을 때 효과를 거두려면,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CCL이 뭔지 관심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를테면 무단 변경이나 불펌에 익숙한 사람조차 CCL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일껏 CCL을 붙여놓아도 무용지물이라면, 결국 동어반복이 되더라도 앞에 언급한 블로거처럼 비슷한 내용의 공지를 쓸 수밖에 없다. CCL을 붙일 때보다, 원하는 바를 누구나 아는 문장으로 풀어 쓸 때 의도가 구체적으로 와 닿기 때문이다.

 '무단 전재 금지'보다 '불펌 금지'란 말에 더 익숙한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다면, CCL을 달더라도 표현 방식은 지금과는 다른 형식이어야 할 것 같다. CCL 옆에 딸린 픽토그램도 마찬가지이고... 달러화에 빗금친 픽토그램으로는 도무지 '비영리'라는 느낌이 들지 않으니.

CCL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약속이니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 사례를 우리 것으로 가져오되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선에서 끝나버리면 안된다. 아직 그보다 더 중요한 '2차 번역'이 남아 있다. 관념어를 생활의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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